월간 사람

[인다방] 이젠 채식만으론 부족하다

석유값이 엄청나게 올랐다. 평생 자동차 없이 살아가는 내게도 유가의 급등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한국이 속한 이 세계체제가 너무나 석유 의존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이 체제에서 최대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화석연료를 최대한 적게 사용하며 지내는 것이다. 내가 채식을 하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남에게서 서비스 받지 않고, 돈 버는 일을 적게 하며 사는 것도 내 손에 석유를 묻히지 않기 위해서다. 그래서 평소에도 인도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쓰는 만큼의 에너지만 소비하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런데 석유에 의존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벗어나는 것이 나 혼자 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나와 같은 처지에 놓인 수많은 사람들이 협동해서 힘을 모아야 한다.


얼마 전에 어떤 사람이 재밌는 실험을 했다. ‘중국산 상품을 일체 쓰지 않고 생활이 가능할까?’ 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자신이 소비하는 제품의 90% 이상이 중국제였음을 알게 된 그는 중국제품이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짓는다. 과연 그럴까? 이 실험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가 모든 물건과 먹을거리를 비행기로 실어 나르는 체제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왜 내가 필요한 상품과 음식물이 비행기 타고 머나먼 곳에서 날아와야 하는가? 나는 대안체제는 일상에서부터 만들어가야 한다는 신념으로, 그리고 에너지 소비를 줄여 지구의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을 막고 싶다는 생각으로 채식을 시작했고, 이제 만 4년이 지났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의 재앙이 임박한 시절에 채식만으로는 더 이상 이 파괴적인 체제에 저항하기 힘들 것 같다. 오늘도 나는 수입산 밀가루로 만든 빵을 먹었고, 열대 지방에서 온 커피를 열 잔 넘게 마셨다. 내가 먹은 것을 곰곰이 따져보니 90% 이상이 수입산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사는 지역에서 나온 것들만 먹는 ‘근식(近食)’운동이라도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위기감을 느낀다. 방글라데시에서 태풍으로 만 명의 민중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들으며 느낀 생각이다. 돈 버는 자 따로 있고, 희생되는 자 따로 있는 불평등한 세계체제를 바꾸기 위해서 우리의 일상에서부터 대안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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