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인권 안의 법, 인권 밖의 법] 정보공개법,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최소한의 수단

국가의 중요정책 결정을 공개하도록 회의공개법도 제정해야

2007년 11월 각 부처 홈페이지에 가보면 장차관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이 월별로 공개되고 있다. 정보공개제도와 정보화가 결합되어 일상적인 행정감시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장관들의 업무추진비 공개는 정보공개법1)이 제정되기 이전인 1997년에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모습이다. 물론 이런 업무추진비 공개가 저절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전국의 시민단체들이 단체장의 판공비 공개운동2)을 몇 년간 벌여 일궈낸 성과이다.


정보공개법이 제정되기 이전에는 언론사 기자를 제외하고 일반 국민들은 행정기관이 생산한 정보에 대한 접근이 근본적으로 어려웠다. 시민사회의 정보공개운동이 결실을 맺어 1996년 정보공개법이 제정되고, 1998년 시행되었다. 그리고 8년 후인 2006년 행정자치부의 통계에 따르면 2006년 한 해 동안 150,582건의 정보를 국민이 청구하였고, 이중 106,423건이 전부 공개되었다. 국민들이 정부에서 생산 혹은 관리하고 있는 정보에 대한 접근권이 보장되고 알권리가 크게 신장된 것이다.



정보공개제도의 의의와 필요성


정보공개제도는 1998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 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기타 공공기관이 생산하거나 보유한 문서 및 정보를 일반 시민에게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시킨 제도이다. 국민이 국가나 지방정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권리를 구체화한 것이다. 이것은 헌법으로 보장된 권리로 국민은 누구나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생산하거나 보관 관리하고 있는 정보에 대해 알 권리가 있고 이에 대한 공개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정보가 없으면 참가도 없다.”라는 말처럼 ‘알 권리’의 보장 없이는 행정에 대한 시민 참여는 있을 수 없다. 또한 정치부패의 방지, 행정의 감시를 위해서도 정보공개제도는 필수불가결하다. 정경유착에 의한 부정부패와 그로 인해 초래되는 공공재정의 낭비는 대부분 시민의 감시가 미치지 않는 밀실정치와 밀실행정이 구조적으로 작용한 데에서 기인한다. 부정부패 사건이 터지고 난 다음 사법처리나 개혁을 공언하기보다는 미리 부패구조의 고리를 끊는 것이 필요하다. 정보공개청구는 바로 부정부패의 사전예방을 위한 시민들의 감시활동의 유용한 도구이다. 정보공개제도의 필요성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아래의 네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기본 제도이다. 알권리는 읽을 권리 및 들을 권리와 함께 인간의 인격형성을 위한 전제이며, 개인의 자기실현을 가능케 하는 권리로서 인간의 행복추구권의 중요한 내용이다. 특히 국가 등 공공기관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는 것이 알권리의 핵심이다.


둘째, 정보공개청구는 국민이 행정에 참여하는 유용한 수단이다. 국민은 행정에 대하여 많은 정보를 가지게 됨으로써 올바른 의사를 형성할 수 있고, 정부의 정책 형성 과정에 참여하는 기초자료를 확보하게 되어 행정권의 대상에서 참여의 주체로 우뚝 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셋째, 정보공개청구는 행정의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서도 활성화되어야 한다. 자유롭고 활발한 정보공개청구 없이는 밀실행정과 부정부패라는 오랜 폐습은 사라지지 않는다. 햇볕은 최고의 살균제라는 말이 있듯이 공개되면 부정부패가 발붙일 곳은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공공기관도 정보공개에 적극적으로 나설 때에야 비로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넷째, 정보공개청구는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국민들은 살아가면서 환경, 교통, 소비자, 안전, 교육 등 각종의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국민들에게는 자신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고 국민으로서의 기본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 수시로 관련정보를 획득하여 공공기관에 대하여 생활이익의 침해원인에 대한 해명과 적절한 방지책 및 구제책을 강구하여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정보공개는 필수적인 제도이다.



정보공개 어떻게 이루어지나?



1) 정보공개의 주체와 대상, 청구대상 정보
정보공개는 누가 청구할 수 있을까? 모든 국민은 물론이고 법인과 단체도 청구인 본인 또는 그 대리인을 통하여 공공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다. 또한 모든 국가기관과 국회, 법원, 행정부와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와 그 직속기관 그리고 한국도로공사, 주택공사를 비롯한 모든 정부투자기관과 초중고 및 대학 등 각 급 학교와 국가의 지원을 받는 사회복지법인도 정보공개청구대상기관이다.
그렇다면 어떤 정보를 청구할 수 있을까? 공공기관이 직무상 작성 또는 취득하여 관리하고 있는 문서(전자문서 포함)·도면·사진·필름·테이프·슬라이드 및 기타 이에 준하는 매체 등에 기록된 사항은 모두 정보공개 청구 대상이 되는 정보이다.



2) 정보공개 처리 절차
누구라도 원하는 정보가 있을 경우 이를 보유·관리하는 공공기관에 정보공개청구서에 청구인의 이름·주민등록번호 및 주소, 구하는 정보의 내용과 정보의 형태 및 공개방법 등을 기재하여 제출하는 것으로 처리절차가 시작된다. 청구인이 공공기관에 직접 출석하여 제출하거나 우편·팩스 또는 인터넷정보공개시스템(www.open.go.kr)을 통해 청구서를 제출할 수 있다.
청구를 받은 공공기관은 정보공개처리대장에 기록하고 청구인에게 접수증을 교부하고, 접수부서는 이를 담당부서에 이송하게 된다. 청구를 받은 공공기관은 10일 이내에 공개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부득이한 경우 결정기간을 10일 연장할 수 있다.
공공기관이 청구된 정보에 대해 공개를 결정한 때에는 공개일시·공개장소 등을 명시하여 청구인에게 서면으로 통지하되, 공개를 결정한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공개되도록 해야 한다. 비공개로 결정한 때에는 비공개사유·불복방법 등을 명시하여 청구인에게 문서로 통지하여야 한다. 정보공개방법은 청구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교부되는 것이 원칙이다.
공공기관이 비공개 결정을 했을 경우 불복구제절차도 다양하게 있다. 우선 공공기관의 비공개 또는 부분공개결정에 대하여 공개여부의 결정통지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공공기관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공공기관은 7일 이내에 재판단을 해야 한다. 또한 공공기관이 각하 또는 기각결정을 하는 경우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은 각각 90일 이내에 해야 한다.



정보공개법 개정방향


정보공개제도가 도입된 이후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지만 행정정보의 투명한 공개는 아직 요원하다. 국민의 알권리를 더 많이 보장하기 위해서는 정보공개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그 개정방향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정보공개위원회의 강화
정보공개법이 지난 2003년 말 개정되어 정보공개제도를 총괄하도록 정보공개위원회가 신설되었지만 상설 위원회도 아니고 행정심판 기능도 없어 사실상 행정자치부의 들러리 역할만 하고 있다. 이에 정보공개제도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는 입법.사법.행정 등 모든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제도를 총괄하고 행정심판 기능을 갖는 상설 위원회로 확대,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2) 정보공개 범위의 확대
또한 정보공개법의 공개 정보 범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우선 제4조 제3항의 국정원등 정보기관의 정보수집관련 정보를 아예 법의 적용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는 조항의 삭제가 필요하다. 비공개 대상을 규정하고 있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은 비공개 정보의 범위를 무려 8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법률에 의한 비밀 또는 비공개 사항으로 규정된 정보뿐만 아니라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대부분의 정보는 비공개이다. 또한 의사결정과정 또는 내부검토과정에 있는 정보도 역시 비공개이다. 국민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대다수 정보를 비공개로 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비공개대상 정보의 범위를 대폭 축소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더욱 문제는 비밀의 경우에는 그 목록조차 비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비밀문서의 존재 자체조차 확인이 불가능하다. 정보공개가 불가능한 것은 물론이다. 또한 국가정보원 등 정보기관이 수집하는 정보는 아예 정보공개법의 적용대상에서 배제되어 있다3). 비밀정보라도 최소한 목록이 공개되도록 해야 하며, 정보기관이 수집한 정보를 정보공개법의 적용 예외대상으로 하는 조항은 폐지돼야 마땅하다.



3) 자의적 비공개를 막기 위한 형사처벌 도입
정보공개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중의 하나가 허위 정보를 공개 또는 비공개하거나 공개로 지정된 정보를 고의로 비공개하는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을 도입하는 것이다. 약간의 논란이 있지만 공공기관의 자의적 비공개를 막기 위해서는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알권리는 정보공개법의 개정만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 정보공개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국가의 기록이 제대로 작성.관리되어야 한다. 정보를 생산하고도 등록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현행 법률에 따르면 국무회의 등 국가의 주요정책을 결정하는 회의는 공개되고 있지 않으며, 주요 회의에 대해 속기록을 작성하더라도 이를 15년간 비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요한 정책 결정과 의사 결정이 각종 회의 과정에서 이루어짐에도 이러한 정보에 대해 국민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제도는 바뀌어야 한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국가의 중요정책을 결정하는 회의를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속기록을 작성하고 공개하도록 회의공개법을 제정해야 한다.


정보공개법을 개정하는 것은 물론 기록물관리법을 정비하고 회의공개법을 새로 제정하여 공공기관이 생산하고 관리하고 있는 정보에 대한 국민의 접근권을 확대하는 것은 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는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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