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당선인은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게 아니다. 이번 선거는 투표율 62.9%로서 역대 대통령 선거 중 가장 낮았고, 투표에 응한 이들 가운데의 48.7%의 득표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바, 그것은 전체 유권자의 30%대에 불과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그를 지지하지 않은 ‘70% 국민들’의 실체나 역대 최저율의 투표율 이야기는 슬그머니 사라지고 2위와의 ‘압도적 차이’ 때문에 ‘압도적 지지’만 그가 대통령이 되면 참 좋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던 매체들에 의해 과장되고 있는 것이다. 정확하게는 당선인은 전체 투표권자 가운데 31.4%의 지지로 당선된 바, 이는 ‘너무나 무능해서 한없이 싫어졌다’는 노무현대통령이 5년 전에 획득한 득표보다 낮은 지지율이었던 것이다.
운하건설의 당위성을 내세우는 변 가운데 두 번째 거짓말은 이명박 후보를 일부 국민들이 대통령으로 뽑아‘드린’ 것은 운하 파라고 찍어준 게 아니라는 점이다. 아무도 그의 공약을 눈여겨보지 않았다. 그를 찍은 ‘상당수의 소수’나 그를 찍지 않은 ‘상당수의 다수’ 모두 운하 따위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를 찍은 이들은 노무현이 무조건 밉고 경제 살려준다니 무턱대고 찍었고, 그를 찍지 않은 이들은 BBK라는 폭약이 제대로 터질까 관심 갖느라 그의 운하공약에 관심 쓸 겨를이 없었다. 그게 2007년 대선의 진실이다.
공약이행의 변 외에 왜 그토록 운하에 집착하느냐? 파고들었더니, 답변이 가관이다. 우리 국토를 ‘업(UP) 시키기’ 위해서란다. 그쪽 물류 전문 국회의원들이나 권력에 바짝 몸을 갖다 댄 이른바 전문가 나리들의 답변이다. 귀를 씻고 싶을 지경이다. 우리 국토가 언제 업을 해달라고 요청했던가? 운하를 파지 않아 우리 국토가 가라앉고 있단 말인가? 그렇잖아도 이 나라의 산천은 박정희 개발주의와 이후 전개된 신개발주의로 인해 온통 거덜이 나 있다. 불필요한 길이 생기고, 없어도 될 굴이 뚫렸고, 강은 오염되었고, 멀쩡한 갯벌은 죽었다. 온 국토가 도륙이 났고, 내장이 드러났다. 새만금이 메워지던 날 <한겨레> 사설에서 새어나온 신음소리처럼 “신은 이 민족에게 비단을 하사하였건만, 우리는 갈갈이 찢어 걸레를 만든 것이다.” 그런데도 당선인은 신년 초 산정(山頂)에 올라 “아직 개발이 덜 됐어!”라고 중얼거리셨다고 한다. 무섭다. 국토를 바라보는 그 말리지 못할 토건 CEO적인 시각이.
국토는 국가보다, ‘이명박 정부’보다 더 오래 갈 ‘곳’이다. 여기서 우리 부모님이 태어나 우리를 낳았고, 우리가 가고 나서도 이 국토는 참 오래도록 건강하게 존속되어야 한다. 불필요한 운하건설로 고용창출하고, 경제성장률이라는 숫자놀음에 매진해서는 안 된다. 아무도 국토를 그렇게 거친 업적주의의 수단으로 사용하라고 허락하지 않았다. 당선인이 섬기겠다고 말한 일성(一聲) 속에 ‘국토’도 포함되기를 바란다.
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