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히카루! 자폐성장애인이다. 히카루는 ‘무심한 애인’처럼 상대방이 원하는 만큼 감정이나 생각을 보여주지 않는다. 낯선 것에 대한 고통도 남다르다. 처음 간 장소에서 패닉상태가 되기도 하고 해보지 않은 것을 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런 히카루가 어린이집, 초등학교, 그리고 지금 중학교까지 포기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자신의 삶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흔히 다뤄지는 ‘장애극복 성공기’가 아니다. 히카루를 중심으로 가족과 교사, 친구들, 이웃 등이 히카루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책은 보여주고 있다.
처음 초등학교를 갔을 때 달라진 환경으로 매일 울고 소리 지르는 히카루에 대해 학교에서는 다른 방으로 혼자 보내거나 시끄럽다고 야단치는 것이 아니라 히카루가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려준다. 항상 다니던 교정과는 다른 곳에서 호루라기 소리에 북 소리, 음악도 있는 대로 틀어놓고 사람들도 와글거리는 운동회는 히카루에게 고문 그자체인데, 그렇다고 그를 운동회에 불참시키지도 않는다. 작년 운동회 비디오를 보여주어 분위기를 알려주고, 히카루가 할 동작을 비디오로 만들어서 집에서도 연습할 수 있도록 하고, 당일 행사 내용을 폴라로이드로 찍어서 순서를 알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히카루는 무사히(?) 운동회를 즐긴다.
히카루의 생활태도나 노는 모습, 타인과의 관계, 흥미를 갖는 방법, 사물에 대한 집착 등에 대해 부모와 교사와 같은 반 친구들이 함께 상의해가면서 히카루를 삶의 일부분으로, 소중한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꽤나 멋지다. 이 과정은 먼저 히카루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안 될 거야’하며 제쳐두는 것이 아니라 ‘우리 한번 해보자’‘어떻게 하면 대화할 수 있을까?’ 끈질기게 소통하려는 노력이 감동적이다. 그래서 ‘무심한 애인’ 히카루도 자기만의 세계를 조금씩 열어간다.
히카루의 엄마가 히카루가 세상 속으로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이 아닌가하고 힘들어 할 때, 한 교사가 ‘우리 함께 히카루에 대해 고민해 봐요’하면서 힘을 준다. 우리나라만 해도 정부에 등록한 자폐성장애인 수는 12만 명이 넘고 장애인 생활시설에 있는 대부분이 자폐성장애인, 지적장애인이다. 조금 늦었지만 지금에야말로 우리 함께 어떻게 살지 고민해봐야 할 때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신의 물방울』이나 『슬럼덩크』처럼 만홧가게에서 빌려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쯤 되면 우리 사회도 장애니 뭐니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어울려 사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되어 있겠지 하는 희망을 품어본다. 참, 각 권마다 책 마지막에는 자폐성장애인 가족들의 수기, 관련법 등을 소개하는 센스도 있다. 구석구석 말 한마디 놓치지 않고 본다면 그야말로 자폐성장애인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훌륭한 교과서 역할도 해줄 것 같다.
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