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특집] 성적 다양성의 의미와 성소수자 운동의 현재

『성적 다양성, 두렵거나 혹은 모르거나』

책 제목처럼 많은 사람들은 성적 다양성이라는 말 자체를 잘 모르거나 두려워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한국에서 동성애, 성소수자와 관련된 책들을 찾아보기란 쉽지가 않다. 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책들이 쏟아지는 상황 속에서도 2000년 이후 한국에 소개된 성소수자 관련 서적들은 겨우 10권 안팎 수준이다. (물론 기독교와 연관된 책들은 종종 발간되지만 객관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종교적 관점에 치중하고 있다는 단점이 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성소수자들의 삶과 존재의 이유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고 그것을 이해하는 수준도 낮은 편이다. ‘성소수자들은 누구일까?’‘그들은 어디서 살고 있을까?’‘과거에는 존재했을까?’ 하는 물음에 대한 적절한 답변과 성소수자들의 삶을 이해를 하기까지 작용하는 큰 걸림돌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이 책을 추천하게 되었다.


책 발간에 앞서 이후 출판사 관계자 몇 명이 동성애자인권연대를 찾아왔다. 발간취지를 설명하면서 한국의 성소수자 운동의 현황에 대해 질의하고 답변하는 인터뷰 시간을 가졌고 책 이미지로 사용할 사진 몇 컷을 요청했다. 이 책에 반복적으로 등장한 사진이 있는데 바로 2004년 세계사회포럼이 인도 뭄바이에서 개최될 당시 행사 참가자들과 함께 폐막행진을 할 때 찍었던 사진이다. 사진에는 “Stop the War against the homosexual(동성애자에 대한 전쟁을 중단하라)”라는 문구가 크게 적혀있다. 이 사진은 저자가 책 속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국제적으로 벌어지고 있고 끔찍한 인권침해-사형, 태형, 구금, 강간, 협박, 테러 등-를 즉각 중단하라는 외침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동성애 역사를 문화적, 인류학적으로 살펴보는 것은 물론 불교, 힌두교, 이슬람교, 기독교 등 각 종교의 시각과 인도, 아프리카 등 제3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소수자 운동, 운동 내의 논쟁들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유럽과 북남미, 아시아, 아프리카를 넘나들며 각 나라의 성소수자들의 현실을 꼬집고 이들을 대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인권침해 만행을 철저히 고발하고 있다. 그리고 동성애가 서구로부터 잘못된 문화가 들어와 고착화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편견을 깰 수 있게 고대부터 현재까지 동성애가 존재했고 나라마다 각기 다른 문화와 제도가 존재하고 있음을 설명한다.


책에서 흥미로운 부분을 소개하자면 그동안 소개되지 않았던 스톤월 항쟁 이전의 역사적 사건을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칼 울리히스, 오스카 와일드, 마르쿠스 히르쉬펠트 등 성소수자 운동에 큰 영감을 주었던 이들도 소개되어 있고 고대 그리스와 중세시대, 이슬람권에서 동성애를 바라봤던 관점의 변화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시공간을 넘어 성소수자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안도감과 존재에 대한 지속성을 느끼게 해준다. 저자는 또한 각 문화마다 동성애가 용인되었다 불법화되었는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동성애자를 사형시키고 있는 이슬람권 국가(이란 외 6개국)들도 중세에는 동성애 문학이 번영하기도 했고 711년 무슬림이 스페인을 침략했을 때는 동성애를 억압하던 동성애 법률을 없애기도 했다. 반면 동성결혼이 허용되고 상대적으로 성소수자 차별이 적은 서유럽의 경우 20세기 중반만 해도 동성애자들이 파시즘의 희생양이 되거나 동성애를 치유, 치료의 대상으로 보았다. 단 1917년 러시아혁명 직후 몇 주 만에 반동성애 법률이 폐기되고 동성애를 합법화했던 성과를 1920년대 등장한 스탈린주의, 마오주의가 행했던 반동성애 정책과 연장선에서 보면서 사회주의를 표방했던 국가 모두가 반동성애적이었다고 평가한 건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성소수자들이 수백 년 동안 싸워왔던 사회정의를 언급하며 성적 다양성이 존중되고 관용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모두를 위한 길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성소수자를 향한 폭력과 억압이 전 세계에 존재하지만 그에 맞선 저항들도 함께 존재하고 있음을 소개하고 있어 글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자신감을 고양시켜주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에 성적 다양성의 의미를 던지며 우리가 좀 더 민주적이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누구와 함께 싸워야 하는지를 명쾌하게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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