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의 한 중학교는 오는 26일 일제고사(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대상인 중학교 3학년들에게 성적 향상 비율이 높은 상위 20명에게는 문화상품권 5000원을 주기로 했다. 8~9등급에 있던 학생이 평가 과목인 국어와 영어, 수학, 사회, 과학 가운데 1과목이라도 7등급 이상이 될 때도 역시 5000원의 문화상품권을 주기로 했다.
또 이 학교는 일제고사 결과 학급 평균이 가장 높은 반에게는 현금 15만원을 주고 8~9등급 수가 줄어든 비율이 높은 반을 1~3등을 매겨 현금 7~15만원을 주기로 했다.
초등 0교시, 문제풀이식 수업 빈번… 돈 놓고 성적 경쟁도
전교조와 농산어촌학교살리기대책위, 일제고사반대시민모임 등 교육시민단체는 지난 12일 교과부 정문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농산어촌 학교 통폐합을 중단하고 일제고사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안옥수 기자 |
일제고사가 15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초‧중‧고교에서 상금을 걸고 점수를 올리라고 하는 등 비교육적인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학교 교육과정의 파행이 늘어나는 모양새다.
12일 전교조가 모아서 밝힌 일제고사 관련 학교 운영 파행 사례를 보면 충북과 경남, 부산, 충남, 제주, 경북, 인천 등 전국 학교에서 벌어진 상황이 A4용지 5장에 빼곡했다.
파행 사례에 따르면 초등학교 0교시 수업과 정규 수업시간에 벌어지는 일제고사 대비 문제풀이 수업을 일상적인 것으로 봐도 될 정도였다. 초등학교가 우열반을 정해 시험을 대비하는 가 하면 당초 1학기에 진행할 수학여행을 일제고사 대비로 2학기로 미룬 초등학교도 있었다.
제주의 한 초등학교는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관련 예산으로 문제집을 제공한 뒤 별도의 강사를 채용해 학생들을 보충 수업을 시켰다.
진보교육감이 이끄는 지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기의 한 중학교는 3학년을 대상으로 1차 지필 성적 전교 150등 이하 학생을 ‘드림반’으로 정하고 보충수업을 일제고사 바로 전날까지 운영하기로 했고 광주의 한 중학교도 중간고사 성적 하위 20% 학생을 아침시간에 도서실, 컴퓨터실 등 9개 교실에 따로 모아 시험 대비를 했다.
전교조 “행‧재정 제채 조치 취하라” 민원 접수
이날 전교조와 농산어촌학교살리기 대책위원회는 ▲농산어촌 학교통폐합 중단과 교육지원특별법 제정 ▲일제고사 폐지와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표집실시를 요구하며 교과부 농성 등 총력 투쟁에 돌입했다. 안옥수 기자 |
동시에 전교조는 표집으로 전환하는 내용으로 일제고사 폐지 ‘6월 총력 투쟁’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번 총력 투쟁에는 농산어촌 작은학교를 통폐합하려는 교과부 정책을 반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전교조는 “시‧도교육청 평가에 일제고사 결과를 반영해 예산을 차등배정하고 교육청은 일제고사 성적을 올리는 데 기여한 학교와 교사에게 연수와 재정적 특혜를 제공하고 학교와 교사 평가에 반영하는 등 일제고사로 경쟁과 서열화를 더욱 조장하며 교육을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학교와 교육을 파괴하고 학교공동체를 파괴하면서 일제고사를 이용해 학교 줄 세우기에만 급급한 교과부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은 “일제고사는 경쟁교육의 하이라이트다.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는 일제고사를 이제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 시민단체 “전교조와 함께 일제고사 폐지, 학교통폐합 저지할 것”
이 같은 내용을 밝힌 이날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교과부 정문 앞 기자회견에는 일제고사반대시민모임과 교육희망네크워크, 교육혁명공동행동, 농산어촌살리기 대책위원회 등 교육, 시민연대단체가 참석해 전교조 투쟁에 함께 하기로 했다.
일제고사반대시민모임의 김태전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집행위원장은 “초등학교까지 시험 성적에 상품권을 내거는 상황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했으며 장은숙 농산어촌학교 살리기 공동대표는 “왜 이 시점에 농산어촌을 죽이는 학교 통폐합을 강행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교과부 후문에서 농성에 들어간 전교조와 교육, 시민단체는 오는 20일 2번째 일제고사 파행사례를 민원으로 고발하고 이어 22일 국회에서 일제고사 관련 정책 토론회를 벌이기로 했다. 특히 일제고사날인 26일에는 학교 앞 1인 시위와 오후 집단 민원 접수를 진행키로 했다.
교과부는 오는 14일부터 20일까지 인천과 충북, 부산, 경기, 경남 등 5개 시‧도에 대해 전담팀을 꾸려 일제고사 파행 상황을 점검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