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교육감협이 14일 오후 울산광역시에서 개회했다. |
교과부가 일단 항복 선언을 했다. 지난 5월 17일 입법예고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농어촌학교 통폐합 시행령안)에서 문제가 된 소규모학교 통폐합 의심 조항을 빼기로 했다고 14일 오후 5시 쯤 발표한 것이다.
이 시각은 시도교육감협의회가 울산광역시에서 회의를 열고 시행령안 반대 결의문 채택 여부를 논의하던 때와 일치한다. 한 시도교육청 관계자는 “교과부가 자신들의 실책이 교육감들 전체에게서 규탄 받는 것을 두려워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 12일부터 전교조는 시행령안 철회와 일제고사 폐지를 촉구하는 교과부 앞 농성에 들어가기도 했다.
교과부는 이날 긴급 보도자료를 내어 “시·도교육청 등의 입법예고 결과 제시된 의견들을 수렴하여 수정안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수정안 내용은 “최소 적정규모 학급 수(중학교 6학급 이상, 고교 9학급 이상)와 학급당 학생 수(20명 이상) 기준에 관한 조항에서 학급 수와 학생 수를 명시하지 않는 것”으로 정했다.
대신 수정안은 “교육감이 학교별 학급 수․학급당 학생 수를 정할 때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과 교원의 적정한 수업시수 등을 반영하도록 하고, 국가와 교육감은 적정 규모 학교 육성을 위하여 노력한다”고 규정하기로 했다.
또한 교과부는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을 적극 추진하는 시도교육청에 대해서는, 지원금을 현행 초․중등학교 교당 20억 원에서 앞으로 초등학교 30억 원, 중고등학교 100억 원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을 여전히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교육감협에서는 협의회장에 고영진 경남도교육감을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부협의회장은 장휘국 광주시교육감과 김신호 대전시교육감이 맡기로 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을 회장으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진보교육감 사이에서 강하게 일었지만, 김 교육감이 양보하는 형식으로 일단락됐다.
이날 시도교육감들은 결의문에서 “교육감협은 교과부의 시행령 개정이 가져올 문제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면서 “교과부가 시행령 개정안을 철회하고 작은 학교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신] 오후 5시 42분 “어디 다 대고 그런 소리를...당장 발언 중단하라”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상’을 못 박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농어촌학교 통폐합 시행령안)을 놓고 교과부와 교육감들 사이에 이례적으로 말싸움이 벌어졌다. 14일 오후 4시 울산광역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시도교육감협의회 자리에서다.
시행령안 반대 특별결의문 채택될까?
이날 교육감협 개회식에서 정종철 교과부 미래인재정책관은 발언권을 얻어 농어촌학교 통폐합 시행령안에 대한 해명을 시도했다.
정 정책관이 마이크를 잡고 “저출산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학생을 수용할 때 적정 규모가 필요하게 되어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순간 시도교육감들이 술렁였다.
이어 교육감협 부의장을 맡은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이 “어디 다 대고 저런 소리를, 안건 토의를 앞두고 (교과부 직원이) 교육감협에서 할 수 있는 것이냐”고 막고 나섰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도 “우리가 논의를 해야 하는 사안을 교과부가 먼저 말하면 안 된다. 중단해야 한다”고 강한 말투로 요구했다. 반면,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말을 들어보기는 하자”고 말했다.
결국 정 정책관은 “교육감님들이 걱정하는 부분을 수용해서 걱정이 없도록 하겠다”면서 발언을 서둘러 마쳤다.
앞서, 8개 시도교육청은 교과부에 시행령안 반대 의견을 공식 통보한 바 있다. “시행령안이 결국 소규모학교와 농어촌학교 통폐합을 부추기게 될 것”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이날 교육감협에서는 결의문 채택 건이 안건으로 올랐다. 결의문 초안은 “학생 20명 이상 하한선을 규정한 것은 학생 수를 줄여가는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 한다”면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시도를 즉각 철회하고, 국토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작은 학교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교육 주체들과 함께 논의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행령안 대해서는 대부분의 시도교육감들이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결의문 채택은 만장일치여야 가능하기 때문에 채택 여부에 대해서는 속단하기 어렵다. 또한 시도교육감협 후임 협의회장 선출을 놓고 진보, 보수교육감 사이의 논쟁이 길어지면 시행령안에 대한 결의문 채택도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조용식 전교조 울산지부장이 14일 시도교육감협이 열리는 행사장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이날 교육감협이 열린 호텔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선 조용식 전교조 울산지부장은 “농어촌학교 통폐합을 밀어붙이기 위한 시행령안에 대해서는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교육감들이라면 당연히 반대할 것으로 본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김상곤, 교육감협의회장 출마 의사 밝힐 예정
한편, 이날 교육감협에서는 기존 나근형 협의회장(인천시교육감)의 후임자 선출을 예정하고 있다. 진보교육감으로 분류되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출마 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회의 직전 나 협의회장은 기자를 만나 “호선하게 되어있으니까 협의회장은 특별한 제한사항 없이 그냥 뽑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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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