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가 지난 26일부터 29일까지 한신대학교에서 진행한 2012년 여름 참교육 배움 한마당에는 300여명의 교사들이 모여들었다. 연수기간 내내 30도를 웃도는 폭염도 교사들의 참교육실천을 향한 의지를 막지 못했다. 프레네교육(위)과 토론지도 교사를 양성하는 디베이트 코치 연수 모습. 안옥수 기자 |
아이들보다 먼저 해 본 독서 토론
“데릭은 왜 보물을 계속 훔쳤을까요?” 이애자 한국디베이트협회 연구소장이 묻자 책상에 앉아 있던 교사들이 답했다.
“훔친 보물을 가짐으로써 더 대우받고, 훌륭한 인물이 되었다고 느끼기 때문 아닐까요?”, “자기와 다른 남의 화려함을 질투해서 반짝이는 것을 훔쳐서라도 소유해 그를 해소하려는 것 같아요.”
27일 오후 1시20분 경기 한신대 60주년기념관 18102호 강의실. ‘진짜 도둑’이라는 책을 읽고 10명의 교사들이 책 내용과 관련해 토론이 한창이다. 토론지도 교사를 기르는 ‘디베이트 코치 양성과정 직무연수’가 진행 중인 것이다. 교사들은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토론식 수업을 진행하는 방법과 내용을 배우고 있다.
이애자 소장은 “대질문과 소질문으로 나눠서 아이들에게 묻고 줄거리를 효과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 때 용기, 진실 등의 키워드로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하면 좋다”며 “나아가 작가가 작품을 쓴 의도에 대해 옹호하는 팀이랑 다르게 해석하는 팀이랑 토론하면 생각의 틀을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토론을 한 정혜순 서울 효원초 교사는 “교육과정에서 토의와 토론의 비중이 높아지는데 그것을 지도할만한 역량이 부족해 고민하던 중 마침 디베이트 연수를 준비했다는 소식에 반가운 마음으로 참석했다”면서 “아이들이 토론에 잘 따라오게 하려면 수업의 구조를 어떻게 짜야하는지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 같은 층의 또 다른 강의실. ‘프레네 교육’을 배우려는 20여명의 교사들이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다. 주어진 인물과 상황에 대해 온전히 몸으로만 표현하는 것이다.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이 작업의 명칭은 ‘몸 아틀리에’.
프레네 교육은 자유로운 글쓰기와 탐구 중심 협력 학습으로 흥미를 높여 학생 스스로 배우는 마음을 발달시키는 방식으로 프랑스의 교육학자 셀레스탱 프레네(1896년~1966년)이 1920년대 시작했다.
소를 온 몸으로 표현한 한 교사는 “난감했다. 말을 하지 않고 표현하기가 쉽지 않더라. 소를 움직일 때 엉덩이를 치는 모습에 주안점을 줬더니 엉덩이가 아프다”고 말하며 웃었다.
강사로 나선 위양자 전북 송동중 교사는 “프레네교육 핵심 가운데 하나가 말을 적게 하라 이다. 말을 하지 않으면 온 몸의 감각이 예민해 지면서 사람과 상황에 대한 상상력이 풍부해 진다”고 말했다.
몸 작업으로, 뮤지컬로 참교육 모색… 학부모도 참여
이번 연수에 참여한 50여명의 전국음악교과모임 소속 교사들은 창작 뮤지컬을 만들기로 아이들과 함께 수업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안옥수 기자 |
전교조가 지난 26일부터 29일까지 한신대학교에서 진행한 2012년 여름 참교육 배움 한마당에는 300여명의 교사들이 모여들었다. 연수기간 내내 30도를 웃도는 폭염도 교사들의 참교육실천을 향한 의지를 막지 못했다.
이번 참교육 배움 한마당은 그동안 교과와 분과별로 따로 진행되던 전교조 본부 주관 연수를 한 곳에 모아 주제별 연수를 추가해 집중연수 형식으로 진행됐다. 가정과 기술, 도덕, 미술, 수학, 역사, 음악, 지리 등 교과별 분과마당 8개와 몸짓과 특수, 본부에서 준비한 프로젝트 학습, 디베이트 코치 양성, 프레네 교육 등 주제영역별 7개 등 모두 15개 과정이 진행됐다.
송암관 7215호에 모인 50여명의 음악교사들은 창작 뮤지컬 만들기에 힘을 쏟았다. 3모둠으로 나뉜 교사들은 각각 ‘연애를 하고 싶은 노처녀 여교사’, ‘이중생활을 꿈꾸는 송 교사’, ‘무기력한 학생, 멘붕(멘탈붕괴) 교사’ 등 주인공을 정하고 뮤지컬 내용을 짰다.
교사들은 주인공의 얼굴 생김새와 성격 등 세세한 부분 짜기 머리를 맞대 직접 정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뮤지컬로 음악 수업을 진행하는 방법을 알아갔다.
뮤지컬 연수를 총괄한 강만호 전국음악교과모임 회장(경남 창원기계공고)은 “노래와 춤, 이야기로 구성된 뮤지컬로 아이들과 즐겁고 자연스럽게 통합교과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여기에 함께 뮤지컬을 만들어가면서 아이들이 내면적으로 약한 부분을 어루만져주고 협동하는 것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기술교사모임이 진행한 연수에 참여한 한 교사가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안옥수 기자 |
같은 건물 7107호에서는 초록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50여명의 교사가 망치 등 연장을 들고 각기 다른 모양의 연필꽂이와 독서대, 휴대폰 거치대 등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뚝딱 탕 뚝딱’ 연장을 두드리는 소리가 1시간가량 강의실에 울려 퍼졌다.
박희춘 서울 신목중 교사는 “아이들에게 연필통을 만들어 보라고 하면 대부분이 원형이나 사각형을 만들어 낸다”며 “좀 불편해 보이더라도 가지고 있는 생각의 틀의 깨는 작업을 꾸준히 해감으로써 아이들의 창의성을 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지태 충북 칠금중 교사는 “행복한 수업이란 어떤 것인지 대안을 찾아, 아이들 앞에 떳떳하게 서고 싶어 올해 처음 연수에 참가하게 되었다”고 밝히며 “연수를 듣고 나니 막연하게 힘들겠다는 생각만 했는데 이제 자신감이 생긴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여름방학인 8월말까지 4500여 교사 배움은 계속 쭉~
학부모가 교사들의 연수에 함께 하기도 했다. 전교조 특수교육위원회가 연 ‘장애인권 및 학교폭력 감수성 향상 연수’에 특수교사와 함께 10여명의 학부모가 참석한 것이다. 이들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체벌 등 다양한 폭력 현황을 나누고 그 원인과 대응방안에 대해 함께 얘기했다. 학교폭력을 당했거나 두발 제한을 받은 학생에게 직접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전교조 특수교육위원회가 연 장애인권과 학교폭력 감수성 향상 연수에는 학부모들도 함께 해 의미를 더 했다. 안옥수 기자 |
장애인과 비장애인 자녀를 둔 권진영 씨는 “학교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여기 오신 선생님들은 인권친화적인 모습을 보여줘서 다행이다. 그렇지 않은 선생님들의 목소리도 들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허영진 교사(경기 삼평유치원)는 “특수교육 분야에서는 더욱 민감할 수 있는 학교폭력과 인권 문제를 함께 얘기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교사의 배움은 여름방학이 끝나는 8월 말까지 계속된다. 전교조 16개 시‧도지부와 참교육원격연수원에서 목가구 제작과 플래시로 수업에 날개달기 등 특색 있는 직무연수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전교조는 이 기간 동안 모두 155개 과정에서 연인원 4500여명의 교사가 참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경진 전교조 참교육실장은 “주5일제 수업, 교과서 제도 변화 등으로 교육과정과 학교운영의 주인인 교사들이 올바른 교육철학과 이에 기초한 교육목표의 정립이 더욱 요구된다”면서 “이번 연수로 교사와 아이들이 조금 더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가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