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자살 속출에 “굿이라도 해야 하나”
A고교 교원들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5년째 이 학교 고3 담임을 맡아온 B교사(여)는 지난 6월 자살했다. 앞서 지난 해 10월에도 이 학교 3학년 부장을 맡아온 C교사(남)가 자살했다. B교사는 중간고사 직후, C교사는 대입 수학능력시험 직전에 각각 이 같은 일을 벌였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사망 원인을 ‘심장마비’ 등으로 둘러댔지만 두 교사는 모두 학교 밖에서 자살했다고 이 학교 교원들 6명은 밝혔다. 2년 전 3학년 담임을 하다 암 진단을 받고 투병생활을 해온 이 학교 D교사도 올해 4월 세상을 등졌다. 9개월 사이에 사망한 교사들의 나이는 모두 30∼40대다.
이 학교 한 교사는 “3학년 담임을 맡은 선생님들이 연속해서 세상을 등지니까 학교가 정말 흉흉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도 “도저히 다른 학교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3학년 선생님들의 자살과 사망에 ‘굿이라도 해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고 교원들 분위기를 전했다.
두 교사의 자살 원인에 대해 이 학교 교감은 “6월에 자살한 선생님은 하루 전까지만 해도 고3 야간자율학습을 하신 분”이라면서 “자살하신 두 분 모두 고3 담임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자살하신 이유는 가정문제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교사들도 “가정문제 때문으로 알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고3 담임으로서 갖는 스트레스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교사들도 있었다.
이 학교 고3 교사들은 오전 8시쯤 출근해 오후 10시쯤 퇴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 교감은 “밤 10시에 퇴근하는 것은 일주일에 한두 번이고 나머지 요일은 오후 8시에서 9시쯤 퇴근 한다”고 말했다.
교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두 명의 자살 교사들은 고3 입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게다가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 때문에 가정에서도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아직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사실들이 얽혀 자살에 이르렀을 가능성도 있다.
올해 7월쯤에는 이 학교 주변에 있는 한 중학교에서 여교사가 또 다시 자살하는 일이 발생했다. 하지만 자살 사실은 남편의 요청에 의해 숨겼다. 주변 교사와 학부모들은 ‘가정사’ 또는 ‘관리자의 전횡에 따른 것’이라는 엇갈린 증언을 내놨다.
경기도교육청 한 과장은 “올해 들어 사망한 교사는 경기도 중고교에서 모두 7명이지만, 이 가운데 자살 교사가 몇 명인지는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만도 같은 지역에서 2명의 교사가 자살한 사실에 비춰볼 때 자살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 “교사 자살 실태조사 벌인 적 없어”
교과부는 “교사들의 자살 실태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자살 현황은 해마다 조사했지만, 정작 ‘학생 자살 예방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은 것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1년에 두 번씩 행정안전부에 ‘공무원 인사통계’를 보고하도록 되어 있지만, 이 가운데 사망 항목만 있고, 사망의 원인을 적는 항목은 따로 없다”고 말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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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