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교육청이 3일 작성한 '학교폭력 기재여부 해외 현황’자료. |
한국처럼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학교폭력 처분 사실을 기재해 대입과 취업에 활용토록 하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는 것으로 3일 확인됐다. 한 시도교육청이 지난 달 29일부터 이날까지 해외 11개국의 한국교육원과 한국학교에 서면으로 긴급 조사한 결과다.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교과부는 최근 국회에 보고한 ‘해외의 학생 징계 학생부 기록 사례’란 자신들의 문서에 대해 “부정확한 부분이 있었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학생 징계 6개국 미기재, 나머지 나라들도 대부분 중간삭제
이날 A교육청이 만든 ‘학교폭력 기재여부 해외 현황’이란 문서를 입수해 살펴본 결과 학교폭력 사실을 상급 기관 지시에 따라 학생부에 기록하지 않는 나라는 11개 조사국 가운데 일본, 러시아, 뉴질랜드, 카자흐스탄, 아르헨티나, 이집트 등 6개국이었다.
학생부에 기록하는 나라는 프랑스, 미국, 중국, 호주, 태국 등 5개국이었지만 대부분 중간삭제제도 등을 활용해 대입과 취업에 활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에 앞서 ‘이지메’(왕따돌림) 등으로 사회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의 학생부와 같은 ‘학생지도요록’이나 ‘조사서’에 학생 징계 사실을 기록하지 않는다. A교육청 문서는 “학생의 성격이나 행동특성 등을 기록하지만 학교폭력과 관련된 내용을 기록하지 않는다”면서 “따라서 상급학교에 학생 징계 사실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 재일 한인학교 관계자는 “필요한 경우 담임이 간단한 메모 형식으로 기록하는 경우는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뉴질랜드도 학생부에 기록하지 않지만, 두 나라는 교사가 자체 참고자료 등으로 작성하는 경우는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헨티나는 학생부 학교폭력 기재가 국가 차원의 강제사항이 아니었다. 따라서 이들 학교들은 학교폭력 징계 사실이 대입과 취업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지메’ 논란 일본도 학생부 기재하지 않아
징계사실을 기록하는 나라들도 대부분 대입과 취업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프랑스와 중국, 태국은 학기별, 학년별, 졸업 직전 등으로 나눠 징계 기록을 삭제하는 중간삭제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태국은 졸업 뒤 일괄 삭제해 대학에 관련 자료를 제공하지 않지만 중국은 제공한다.
미국의 경우에는 주별로 학생부 기재 여부가 달라 사실상 대입 활용이 불가능했다. 호주도 24세까지는 보관하지만 징계기록은 범죄기록과 달리 상급학교와 취업 회사에 제공하지 않았다.
특히, 교육법으로 학생징계 삭제를 명문화한 프랑스가 눈길을 끈다. 프랑스는 교육법(2011년 6월 24일 개정) 권5(학교생활)에서 “경고, 질책, 견책은 학년도가 끝나면 학생부에서 삭제하고 퇴학을 제외한 징계 기록은 1년 후에 삭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어 프랑스 교육법은 “학생이 전학을 갈 때는 언제나 학생부의 징계 기록 삭제를 요구할 수 있으며 학생부의 징계 기록은 중등 과정이 끝나면 삭제 한다”고 규정했다. 낙인효과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반면, 우리나라 교과부는 학생부에 서면사과, 접촉 금지, 학교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이수,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 등 9개 사항을 적도록 하고 있다. 이 내용은 초중고 학생 졸업 뒤 5년간 의무로 보관하며 대입 자료로 활용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 1학년생이 ‘서면사과’ 징계를 받으면 학생부 기재 내용은 11년이 흐른 뒤에야 삭제된다.
올해 8월 1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같은 사실에 대해 ‘인권 침해 가능성’을 언급하며 중간삭제제도 도입 등을 권고했지만 교과부는 이를 거부한 바 있다.
한편, 교과부는 최근 국회에 ‘해외의 학생 징계 학생부 기록 사례’란 제목의 문서를 보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이주호 교과부장관과 국회 교과위 소속 여당 의원은 “해외에서도 한국처럼 학생부에 학교폭력 사실을 기재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교과부 “해외와 우린 학생부 개념 달라, 따를 필요 없다”
교과부가 국회에 보낸 '해외의 학생 징계 학생부 기록 사례’문서. |
미국, 일본, 중국 등 6개국 사례가 적혀 있는 이 교과부 문서에는 징계 사실을 학생부에 기록하지 않는 나라로 캐나다만을 예로 들었고 나머지 나라들은 학생부에 기재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우 “‘출석정지’를 (학생부에) 기재”라고 적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나라들도 ‘중간삭제제도 시행과 대입 미활용’ 사실에 대해서는 기록하지 않아 해외 사례 왜곡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교과부 중견관리는 “기존 교과부 해외 사례는 주재원들을 통해 올해 4월 조사한 것”이라면서 “양식을 명확히 지정하지 않고 조사하다보니 부정확한 부분이 있었고 오류도 있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또 “미국의 경우 커닝도 대입에 활용한다는 보고가 있는 등 교육청 차원의 해당 조사자료 또한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해외와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학생부에 대한 개념이 다르기 때문에 해외 사례를 우리가 따를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교과부는 기존 자료가 잘못되었다는 지적에 따라 해외 20여 개국을 상대로 학생부 학교폭력 기재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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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