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단체들은 3일 오전 교과부 앞에서 학생부 학교폭력 기재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안옥수 기자 |
대학입학 수시 전형이 진행 중인 가운데 학교폭력 가해자의 조치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라는 교과부의 지침을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학교수에 이어 법학자와 학부모까지 기재 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교과부는 3일에도 강원과 전북, 경기 등 진보교육감이 학생부 기재를 보류하거나 거부한 광역도교육청 소속 학교에 직접 공문을 보내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사항을 학생부에 기재할 것을 다시 한 번 강요했다.
교과부, 학교에 또 공문 “교장 인사 불이익”
교과부는 이 공문에서 “단위학교에서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사항을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법령 위반으로 교육감의 지시여부와 관계없이 징계사유에 해당돼 기재하지 않는 교장과 교감, 해당 교사에 대해서 징계하고 교장 승진 임용·중임 제한 등 조치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재를 하지 않은 학교장에 대해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교과부가 학생부 기재 여부를 둘러싸고 학교에 직접 공문을 보낸 것은 이번이 벌써 3번째다. 지난 달 세 곳의 교육청이 학생부 기재를 보류 또는 거부한다는 지침을 담은 공문을 직권으로 취소한 데 이어 기재 여부를 확인하는 조사를 하는 공문을 내려 보낸 바 있다.
교과부에 따르면 9월2일 현재 강원과 경기, 전북의 고등학교 가운데 고교 3학년인 학생의 조치사항을 기재하지 않은 학교는 33개교였다. 이들 학교는 현재 진행되는 대입 수시 전형에서 입시자료 마감일인 오는 7일까지 기재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이 교과부가 학교폭력을 학생부에 기재하라고 강요한 데 대해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와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는 이날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교과부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반인권적 이중처벌,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를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양 단체는 학생부 기재가 “가해학생에게 장기간 따라다니게 될 학교폭력 조치사항은 낙인 효과가 발생해 가해학생이 교육적 변화를 위해 스스로 노력할 기회를 차단한다”고 지적하며 “학교폭력 행위를 엄중히 다루되 학생의 미래까지 재단하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이 될 기회를 차단하는 것은 교육적 행위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 단체는 “학교폭력 대책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폭력의 부당함과 고통, 인간존중에 대한 성찰을 통해 인권 친화적 학교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가능하다”면서 기재 방침 철회와 학교폭력 입력 보류를 요구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3학년 자녀를 둔 강혜승 씨는 기자회견에 함께 해 “안 그래도 학교 벨트를 하고 가지 않으면 3점을 받는 등의 벌점제도로 신경이 쓰이는 데 한 순간의 잘못으로 받을 수도 있는 조치를 꼬리표를 붙인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학교를 감옥으로 인식하라는 것”이라며 “전학을 가는 학생들에게도 낙인을 찍게 된다. 이런 이주호 스타일은 인권친화적인 학교를 만드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부모단체들은 3일 오전 교과부 앞에서 학생부 학교폭력 기재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안옥수 기자 |
“교육적 변화 노력 차단, 교육적 행위 아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민주주의법학연구회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학생부 기재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교과부가 훈령으로 학교폭력 사안을 기재하도록 강제한 것은 국립학교를 제외한 공·사립학교는 교육감의 지도·감독을 받는다고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제6조를 정면으로 위반했고 나아가 초·중등교육법 제25조에서 열거하는 학생부 대상 자료의 범위를 벗어나 위임 입법의 한계를 일탈하고 있어 명백히 법률유보원칙에 반하는 위법”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어 이들 단체는 교과부의 강원·경기·전북교육청에 대한 특별감사에 대해서도 “교육감의 고유한 권한으로 실시되는 지침 거부 조치에 대해 가해지는 부당한 압력은 더 이상 계속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와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한국비정규직교수노조는 지난 달 30일 한국대학교협의회(대교협)에 대해 “학교폭력을 줄일 수 있도록 대학입시 방법에 대한 연구를 할 의무가 있는 기관이 학생 범죄 경력 기재를 강제하는 것을 자신의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대교협은 대학입학 관련 서류에서 학교폭력 등 주요사항이 누락되는 등 확인되면 입학을 취소하거나 3년 간 해당대학에 지원 자격을 제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전교조 등 교육, 시민, 사회단체는 오는 4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이주호 교과부 장관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할 예정이어서 학생부 기재를 둘러싼 논란을 앞으로도 계속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