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28일 오전 구치소 입감 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안옥수 기자 |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습니다. 희망의 겨울을 지나 역사의 새봄에 환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겠습니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28일 오후 2시쯤 자신의 트위터에 이 같은 한 마디를 남겼다. 이어 그는 곧바로 서울 구치소로 걸어 들어갔다.
밝게 웃은 곽노현 “빨리 꺼내 달라” 농담도
이로부터 2시간 전인 이날 오후 12시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 곽 전 교육감은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모르겠다. 빨리 꺼내 달라”고 농담석인 말을 던지기도 했다.
28일 오전 기자회견에 참석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안옥수 기자 |
배웅 나온 50여 명의 교육단체 대표들과 일일이 포옹한 곽 교육감은 눈물을 흘리는 지지자들을 뒤로 한 채 서울구치소 행 ‘렌터카’에 올라탔다. 이미 서울시교육청 관용차는 반납한 상태였다.
앞서 이날 오전 11시 30분부터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곽 교육감은 “어떤 상황에서도 사과나무를 심어야 한다”면서 “교육혁신과 사법개혁을 위해서는 투표로 바꿔야 한다. 희망의 겨울에 반드시 저의 꿈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을 비롯하여 김두림 전교조 서울지부 수석부위원장, 김옥성 서울교육단체협의회 대표, 함세웅 신부,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 등 50여 명의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노란 풍선과 함께 “곽노현은 무죄다”, “곽노현 교육감 사랑해요”, “진실을 감옥에 가둘 수는 없습니다” 등의 손 팻말을 들고 곽 교육감을 응원했다.
곽 교육감은 27일 대법원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세계 유례없는 사후매수죄라는 조항을 합헌으로 판단하는 등 정치적 판결을 내렸다”면서 “헌법재판소는 반드시 위헌 결정을 내려서 이 상황을 극적으로 반전시킬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곽 교육감은 “선거 뒤 상대방이 극도로 피폐한 모습을 알게 된 상황에서 많은 이들도 저와 똑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면서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인정머리 없는 판결”이라고 규정했다.
‘원심파기’ 강경선 “돈 제공 제안한 주범은 나인데…”
기자회견을 마친 곽 전 서울시교육감이 서울구치소로 가는 차에 타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안옥수 기자 |
앞서 대법원 2부 재판부(주심 이상훈 대법관, 신영철 대법관, 김용덕 대법관)는 27일 오전, 지난 2010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의 상대 후보였던 박명기 후보에게 선거 이후 2억 원을 건넨 혐의를 받은 곽 전 교육감에게 징역 1년 판결을 확정했다. 공직선거법 제232조 1항 2호에 따른 사후매수죄를 적용한 것이다.
김옥성 서울교육단체협의회 대표는 “행복한 혁신교육을 감옥에 가둬둘 수는 없다”면서 곽 교육감의 입감을 아쉬워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도 “서울 교육혁신은 중단 없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거들었다.
기자회견 뒤 만난 이수호 전 전교조위원장은 “곽 교육감이 없더라도 서울교육은 시대에 맞는 혁신교육으로 계속되어야 한다”면서 “오는 12월 19일 보수우익 교육감이 탄생한다면 그것은 씻을 수 없는 역사의 퇴보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법원의 원심파기 판결을 받은 강경선 방송통신대학교 교수는 “박명기 교수의 곤궁한 처지에 대해 돈을 주자고 제안한 주범은 바로 나”라면서 “돈을 주자고 한 사람은 원심을 파기하면서 고심을 하다가 내 제안에 따른 곽 교육감은 형을 확정한 판결은 수긍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서울교육단체협의회와 곽노현교육감·서울혁신교육지키기 공동대책위 등 교육단체 대표들은 이날 간담회를 연 뒤, 조만간 정식 회의를 열어 서울 교육혁신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한 방안 등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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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