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문화연대가 8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어기본법을 어기고 보도 자료를 작성한 교과부 등 정부 각 부처를 규탄하고 있다. 최대현 기자 |
국어 교육을 책임지는 교과부가 정작 한글 사용에는 소홀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과부가 내놓는 보도자료 1번마다 7.79회에 걸쳐 국어기본법을 어긴 것으로 확인됐다.
566돌 한글날을 앞둔 8일 한글문화연대가 교과부 등 행정부와 입법부(국회), 사법부(대법원) 등이 지난 3월~5월에 발표한 보도자료 2947건을 분석한 결과다. 이 가운데 교과부는 모두 323건의 보도 자료를 냈는데 총 1375회에 걸쳐 국어기본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왔다. 1번의 보도자료마다 7.79회 위반한 꼴이다. 한글문화연대가 조사한 행정부처 14곳 가운데 3번째로 위반 횟수가 많았다.
국어기본법 14조를 보면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춰 한글로 작성하고 뜻을 정확하게 전달할 때나 낯선 전문어‧신조어를 사용할 때에 한해서만 괄호 안에 한자나 다른 외국 글자를 쓰도록 했다.
교과부가 가장 많이 어긴 내용은 영어 발음을 사용한 것이다. 모두 1646회 어겨 보도자료 1건당 5.1회를 위반했다. 지난 5월 31일 글로벌 선도학교 관련 자료에서 Hello School을 그대로 썼으며 지난 3월 8일 교육 기부 스포츠 스타 관련 자료에서는 Sports Day라고 사용했다.
로마자 표기 위반도 평균 4.07건이었다. 법에 따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라고 써야 하지만 APEC라고만 표기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양해각서인 MOU가 그 뒤를 이었다.
한글문화연대가 한글 표기 사용 분석을 시작한 것도 교과부가 최근 중학교 1학년 성적표기를 수-우-미-양-가에서 A-B-C-D-E로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우리말 가꿈이 활동가로 조사 분석에 함께 한 정소영 씨(동덕여대 영어과)는 “이렇게 많이 위반하고 있을지 몰랐다. 정말 깜짝 놀랐다. 정부기관부터 법에 맞게 한글을 제대로 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글문화연대는 한글날을 하루 앞 둔 8일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국어기본법을 지키고 기업 언어와 개인의 언어생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공공언어를 우리말 중심으로 써나가야 한다”고 지적하고 위반 분석 사례집을 정부에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