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제2 유신소년단? ‘녹색성장 학생조직’ 급조 몸살

교과부, MB국정지표 동아리 시도교육청 평가에 첫 반영

시도교육청들이 2학기 들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지표인 ‘(저탄소) 녹색성장’ 동아리 급조활동에 뛰어들었다. 초중고 녹색성장 동아리를 서둘러 만든 뒤 학생 가입을 유도하라는 것이다.

전국 중고교 학생용 <환경과 녹색성장> 교과목을 새로 만든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이번엔 2013년 시도교육청 평가부터 처음으로 ‘녹색성장교육 동아리 운영 활성화’를 점수에 넣기로 하면서부터 벌이진 일이다.

‘최우수’ 충북교육청 “녹색성장 동아리, 12일까지 만들라”

충북교육청이 지난 8일 이 지역 초중고에 보낸 직송 공문.

올해 시도교육청 평가에서 최우수 교육청으로 뽑혀 130억 원을 특별지원 받게 된 충북교육청은 지난 10월 8일 이 지역 초중고에 긴급 공문을 보냈다. 10일 입수한 충북교육청 공문 ‘2012 학교별 녹색성장 동아리 운영 안내’를 보면 “녹색성장교육 동아리 미 운영학교에서는 10월 12일까지 동아리 명을 정하여 학교장 결재를 받아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공문에서 충북교육청은 녹색성장 동아리 활동과 관련 “쓰레기 줍기 등의 행사라도 지도교사의 녹색성장교육 관련 훈화가 포함되어 있는 실적이면 가능하다”면서 “텃밭 가꾸기, 학교 화단 관리, 학교 정화봉사활동 등을 한 뒤 2012년 12월 30일 기준 최소 4회 이상 운영하고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입력하라”고 지시했다.

충북교육청은 학교별 녹색성장 동아리 전수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사실상 녹색성장 동아리를 급조하라는 압력인 셈이다.

충북교육청이 이처럼 녹색성장 활동 ‘실적’에 대한 NEIS 시스템 입력을 강조한 까닭에 대해 이 교육청 한 장학관은 “교과부가 ‘녹색성장 동아리’ 활동을 시도교육청 평가지표에 넣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앞서 교과부는 지난 8월 31일 내놓은 ‘2013년 시도교육청 평가계획’에서 ‘녹색성장교육 동아리와 예술교육 동아리 활성화’를 평가세부항목에 처음으로 끼어 넣은 바 있다.

일부 교육청에서도 볼멘소리 “학교 불신 받게 되는 일”

이 같은 현상은 다른 교육청도 마찬가지다. 한 시도교육청의 장학관은 “9월 초에 녹색성장 동아리의 평가 반영 소식을 처음 듣고 지역교육지원청 과장회의를 열어 우리도 지역교육청 평가에 이 지표를 추가한다는 사실을 알렸다”고 말했다. 이 장학관은 “시도교육청들이 학기 중에 동아리를 만들도록 하는 행위는 요식적이고 비상식적인 행동”이라면서 “이런 행위는 교과부 평가는 잘 받았을지 몰라도 학교로부터는 불신을 받게 되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손충모 전교조 대변인은 “교과부가 이 대통령의 국정지표인 ‘녹색성장’을 끄집어내 학생단체를 만들도록 시도교육청 평가를 한 뒤 지원금을 차별하는 방식으로 강제하는 행위는 유신시대 반공소년소녀단 조직 행위와 다를 게 없다”고 비판했다.

교과부 중견관리는 “동아리는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시도교육청과 교과부 내부의 의사수렴을 거쳐 녹색성장과 예술 동아리를 평가지표로 삼았을 뿐 외부의 입김은 없었다”면서 “녹색성장이라는 평가지표가 정부의 국정지표인 것은 맞지만 내용으로 보면 특정 정부에 치우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내년 첫 적용될 중학교용 <환경과 녹색성장> 교과서.

한편, 교과부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용 녹색성장교과서 교육과정 등을 개발한 녹색성장교육사업단에 2009년 11월부터 2012년 4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8억 7000만 원을 지원한 사실이 밝혀져 특혜 지적을 받고 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정진후 의원(무소속)이 10일 교과부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교과부에 따르면 새 교과서를 만들기 위한 교육과정 개발 연구비는 2000만 원에서 8000만 원이다.
덧붙이는 말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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