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캐나다의 공공노조연맹 활동가를 만났다가 “캐나다와 한국의 국경을 넘어 현재 전 세계 노동계급이 공동 대응해야 할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이야기가 흘러갔던 일이 있습니다. 저는 당연히 ‘신자유주의 아니냐'고 말했는데, 그 활동가는 현재 전 세계 노동계급이 무엇보다 시급하게 대응해야 할 과제는 ‘지구 온난화’라고 이야기 하더군요. 그래서 왜냐고 물었더니, 그 활동가 왈 “신자유주의나 지구 온난화나 모두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해 민중을 희생시킨다는 점은 똑같다. 그런데 신자유주의가 아무리 착취의 강도를 강화하고 많은 노동자들을 죽게 만들더라도, 지구 온난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지구 온난화는 곧 전 세계 모든 민중을 다 몰살시켜버릴 것이다. 지구 온난화에 맞서는 투쟁이야말로 전 세계 민중들이 공동전선을 짜고 투쟁해야 할 시급한 생존권 투쟁이다”라고 하더군요.
지구 온난화를 다룬 SF 소설과 영화는 마이클 크라이튼의 <공포 상황> 외에도 많이 있었습니다. <공포 상황>과 달리 그 대부분은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는데, 그 중 가장 많이 알려진 영화는 2004년 <공포 상황>과 같은 시기에 나와서 세상을 꽁꽁 얼어붙게 했던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입니다. <투모로우>는 엄청난 규모의 특수효과로 지구 온난화로 인해 발생할 참상을 사실감 있게 표현했지만, 지구 온난화론 반대자들뿐만 아니라, 지구 온난화론을 지지하는 과학자들로부터도 많은 논쟁을 일으켰던 영화이기도 합니다. <투모로우>는 온난화로 북극해의 빙하가 녹아 바다에 스며들면 해수온이 떨어지면서 멕시코 만류와 북대서양 해류가 느려지고, 그 영향으로 북쪽부터 급속히 빙하기로 들어갈 것이라는 ‘슈퍼 폭풍(Superstorm)’ 이론을 배경으로 합니다. 그런데 이 <슈퍼 폭풍> 이론이 기후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은 이론인데다, 영화 속의 기후 변화 속도가 ‘슈퍼 폭풍’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론보다도 훨씬 급격하게 진행되는 탓에 심하게 과장되었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투모로우> 외에는 1995년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워터월드>가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이후의 세계를 그렸으며, 스필버그 감독의
지구 온난화를 다루는 SF 소설은 영화보다 훨씬 풍부하고, 작품 수로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국내에 아직 단 한편도 번역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유명한 작품 몇 편을 소개자면, 예전에 스필버그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던 <태양의 제국>의 원작자 J. G. 발라드(J. G. Ballard)가 1962년에 발표한 <물에 잠긴 세계(The Drowned World)>가 있고, 사이버 펑크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인 브루스 스털링(Bruce Sterling)이 1994년에 발표한 <거친 날씨 (Heavy Weather)>, 그리고 화성(Mars) 3부작으로 90년대 SF 계를 완전히 휘어잡았던 킴 스탠리 로빈슨(Kim Stanley Robinson)이 현재 연재 중인 지구 온난화 3부작이 있습니다. 이 작가들은 모두 현재 SF계를 대표하는 작가들로서, 좌파적인 SF를 쓰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그 외에도 지구 온난화와 관련된 뛰어난 작품들이 많은데, 국내에 더 많은 작품들이 번역되어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킴 스탠리 로빈슨의 지구 온난화 관련 3부작 시리즈
마이클 크라이튼의 혼란 상황(State of Confusion) - Real Climate
가장 나쁜 것은 그가 독자들을 고의로 속인다는 점이다 - Seattle Times
자, 그럼 다시 본론으로 넘어가지요. 마이클 크라이튼은 <공포 상황>에서 여러 자료와 논문을 제시하며 ‘지구 온난화는 사기다’라고 주장했지만, 그 책은 나오자마자 사방에서 비판과 비난에 휩싸였습니다. 주요 일간지뿐만 아니라, 각종 과학 잡지, 특히 크라이튼이 자료를 가장 많이 인용한 나사(NASA)의 연구소에서도 <공포 상황>을 격렬하게 비판했는데, 대부분은 마이클 크라이튼이 의도적으로 자료를 왜곡하고, 독자들을 속이고 있다는 비판이었습니다. 아래는 <공포 상황>에 대한 반론들과 ‘반 지구 온난화론’에 대한 반론들을 모아봤습니다.
- 마이클 크라이튼은 <공포 상황>은 인간이 현재 지구 온난화에 책임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이산화탄소와 지구의 온도 변화가 무관하다.’고 주장했지만,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붉은색 - 온도, 푸른색 - 이산화탄소량
위 자료는 지난 65만년동안 지구의 이산화탄소량과 온도의 변화를 남극의 얼음 관측을 통해 측정한 그래프이다. 이 그래프는 지구의 온도 변화가 이산화탄소와 거의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급격히 증가한 이산화탄소량이 지난 65만 년 어느 때보다도 높다는 사실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 <공포 상황>에는 지구 온난화론에 반대하는 근거로서 33개 도시의 온도 변화 그래프를 제시하는데, 마이클 크라이튼은 자신에게 유리한 지역만 골라서 온도변화를 제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부적인 지역의 온도 변화가 전 지구의 지표면 온도 변화 총량과 개념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지구 전체의 온도 변화를 살펴봐야 하는 것이지 지역 온도를 살펴보는 것으로 파악할 수 없다.
- <공포 상황>은 현대 과학이 내일의 날씨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면서 먼 미래의 날씨 변화를 운운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는데, 지구 온난화는 ‘기후’에 관한 것이지 ‘날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마이클 크라이튼은 의도적으로 날씨와 기후의 개념을 섞어서 사용하고 있다.
- <공포 상황>은 ‘아직’ 남극의 얼음이 녹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는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는데, 대륙(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 등)과 인간의 주거지가 대부분 북구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북극해의 빙하부터 녹고 있는 것이다.
- '최근 한두 해 더웠다고 해서 지구 온난화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과장이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겨우’ 한두 해만 더웠던 것이 아니다. 아래 기록은 지속적으로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 1992년 이후의 모든 연도는 1992년 이전보다 더웠다.
● 가장 더웠던 10년은 모두 최근 15년 사이에 있다.
● 1976년 이후의 모든 연도는 1976년보다 더웠다.
● 가장 더웠던 20년은 모두 최근 25년 사이에 있다.
● 1965년 이후의 모든 연도는 1965년 이전보다 더웠다.
● 1917년 이후의 모든 연도는 1917년 이전보다 더웠다.
- <공포 상황>은 1970년대 과학자들이 ‘빙하기가 올 것이다’라는 주장을 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지구 온난화도 그처럼 허황된 이론일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빙하기가 오고 있다’는 주장은 당시 극히 일부 과학자들이 주장했을 뿐만 아니라, 언론 기사와 학술지를 다 합쳐도 30여 건을 채 넘지 않았었다. 현재 지구 온난화는 거의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동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매일 주요 언론과 과학지의 헤드라인을 차지하고 있다. 전혀 비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 <공포 상황>은 빙하가 줄어든 증거가 거의 없으며 부분적으로는 늘어난 곳도 있다면서, 지구 온난화는 거짓말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데이터를 왜곡해서 해석한 것이다. 아래 그래프는 지구 전체 빙하 두께의 변화를 표시한 것이다.
위 그래프는 산 위에 있는 빙하의 두께를 1970년부터 2004년까지 측정한 것으로서 파란색은 빙하가 두꺼워진 것이고, 붉은색은 빙하가 얇아진 것이다. 173곳의 빙하를 1970년부터 2004년까지 5회 이상 조사한 결과 83%의 빙하가 1년 평균 0.31 미터씩 녹고 있었다.
- 마이클 크라이튼은 핸슨 박사의 지구 온도 변화 예측 그래프도 왜곡했다.
마이클 크라이튼은 ‘제임스 핸슨 박사가 지구 온도 상승을 예측했지만, 그 치수가 300%나 틀렸다. 이것은 과학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핸슨 박사는 1988년 당시 이후 온도 변화를 예측할 때 3가지 시나리오를 발표했었다. 지구 온도 변화는 이산화탄소 등 예측 가능한 요소뿐만 아니라, 예측하기 힘든 화산 활동, 태양 활동, 먼지량 등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 B안은 1988년 이래로 현재 관측된 결과와 거의 일치하고 있다. 그런데 마이클 크라이튼은 A안만을 인용하면서 핸슨 박사의 예측이 틀렸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명백히 의도적인 거짓말이다.
* ‘지구 온난화 회의론자들에게 말하는 방법(How to Talk to a Global Warming Sceptic)’에 가면 이 외에도 많은 반론 자료를 볼 수 있습니다.(http://illconsidered.blogspot.com/2006/02/how-to-talk-to-global-warming-sceptic.html)
출처: 웹진Ac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