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ActOn] 공포 상황 (2)

지난달에는 마이클 크라이튼의 <공포 상황(State of Fear)>이라는 소설을 통해서 ‘지구 온난화는 사기’라고 주장하는 우파, 반환경론자들의 주장을 살펴봤습니다. 이번달에는 이에 대한 반론과 지구 온난화와 관련된 다른 이야기들을 풀어보겠습니다.

올해 초 캐나다의 공공노조연맹 활동가를 만났다가 “캐나다와 한국의 국경을 넘어 현재 전 세계 노동계급이 공동 대응해야 할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이야기가 흘러갔던 일이 있습니다. 저는 당연히 ‘신자유주의 아니냐'고 말했는데, 그 활동가는 현재 전 세계 노동계급이 무엇보다 시급하게 대응해야 할 과제는 ‘지구 온난화’라고 이야기 하더군요. 그래서 왜냐고 물었더니, 그 활동가 왈 “신자유주의나 지구 온난화나 모두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해 민중을 희생시킨다는 점은 똑같다. 그런데 신자유주의가 아무리 착취의 강도를 강화하고 많은 노동자들을 죽게 만들더라도, 지구 온난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지구 온난화는 곧 전 세계 모든 민중을 다 몰살시켜버릴 것이다. 지구 온난화에 맞서는 투쟁이야말로 전 세계 민중들이 공동전선을 짜고 투쟁해야 할 시급한 생존권 투쟁이다”라고 하더군요.

현재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는 지구 온난화에 대한 논쟁이 자본가와 노동자, 우파와 좌파 사이에서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미 경총 등에서는 지구 온난화론이 거짓말이라는 선전을 시작했는데, 몇년 내에 이와 관련된 격렬한 논쟁이 펼쳐지리라 예상됩니다. 서구에서 앞서 펼쳐진 논쟁은 국내에도 중요한 참고사항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구 온난화를 다룬 SF 소설과 영화는 마이클 크라이튼의 <공포 상황> 외에도 많이 있었습니다. <공포 상황>과 달리 그 대부분은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는데, 그 중 가장 많이 알려진 영화는 2004년 <공포 상황>과 같은 시기에 나와서 세상을 꽁꽁 얼어붙게 했던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입니다. <투모로우>는 엄청난 규모의 특수효과로 지구 온난화로 인해 발생할 참상을 사실감 있게 표현했지만, 지구 온난화론 반대자들뿐만 아니라, 지구 온난화론을 지지하는 과학자들로부터도 많은 논쟁을 일으켰던 영화이기도 합니다. <투모로우>는 온난화로 북극해의 빙하가 녹아 바다에 스며들면 해수온이 떨어지면서 멕시코 만류와 북대서양 해류가 느려지고, 그 영향으로 북쪽부터 급속히 빙하기로 들어갈 것이라는 ‘슈퍼 폭풍(Superstorm)’ 이론을 배경으로 합니다. 그런데 이 <슈퍼 폭풍> 이론이 기후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은 이론인데다, 영화 속의 기후 변화 속도가 ‘슈퍼 폭풍’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론보다도 훨씬 급격하게 진행되는 탓에 심하게 과장되었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투모로우> 외에는 1995년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워터월드>가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이후의 세계를 그렸으며, 스필버그 감독의 도 마지막 부분에 바다에 잠긴 미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지구 온난화를 다루는 SF 소설은 영화보다 훨씬 풍부하고, 작품 수로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국내에 아직 단 한편도 번역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유명한 작품 몇 편을 소개자면, 예전에 스필버그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던 <태양의 제국>의 원작자 J. G. 발라드(J. G. Ballard)가 1962년에 발표한 <물에 잠긴 세계(The Drowned World)>가 있고, 사이버 펑크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인 브루스 스털링(Bruce Sterling)이 1994년에 발표한 <거친 날씨 (Heavy Weather)>, 그리고 화성(Mars) 3부작으로 90년대 SF 계를 완전히 휘어잡았던 킴 스탠리 로빈슨(Kim Stanley Robinson)이 현재 연재 중인 지구 온난화 3부작이 있습니다. 이 작가들은 모두 현재 SF계를 대표하는 작가들로서, 좌파적인 SF를 쓰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그 외에도 지구 온난화와 관련된 뛰어난 작품들이 많은데, 국내에 더 많은 작품들이 번역되어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킴 스탠리 로빈슨의 지구 온난화 관련 3부작 시리즈



마이클 크라이튼의 혼란 상황(State of Confusion) - Real Climate
가장 나쁜 것은 그가 독자들을 고의로 속인다는 점이다 - Seattle Times


자, 그럼 다시 본론으로 넘어가지요. 마이클 크라이튼은 <공포 상황>에서 여러 자료와 논문을 제시하며 ‘지구 온난화는 사기다’라고 주장했지만, 그 책은 나오자마자 사방에서 비판과 비난에 휩싸였습니다. 주요 일간지뿐만 아니라, 각종 과학 잡지, 특히 크라이튼이 자료를 가장 많이 인용한 나사(NASA)의 연구소에서도 <공포 상황>을 격렬하게 비판했는데, 대부분은 마이클 크라이튼이 의도적으로 자료를 왜곡하고, 독자들을 속이고 있다는 비판이었습니다. 아래는 <공포 상황>에 대한 반론들과 ‘반 지구 온난화론’에 대한 반론들을 모아봤습니다.

- 마이클 크라이튼은 <공포 상황>은 인간이 현재 지구 온난화에 책임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이산화탄소와 지구의 온도 변화가 무관하다.’고 주장했지만,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붉은색 - 온도, 푸른색 - 이산화탄소량



위 자료는 지난 65만년동안 지구의 이산화탄소량과 온도의 변화를 남극의 얼음 관측을 통해 측정한 그래프이다. 이 그래프는 지구의 온도 변화가 이산화탄소와 거의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급격히 증가한 이산화탄소량이 지난 65만 년 어느 때보다도 높다는 사실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 <공포 상황>에는 지구 온난화론에 반대하는 근거로서 33개 도시의 온도 변화 그래프를 제시하는데, 마이클 크라이튼은 자신에게 유리한 지역만 골라서 온도변화를 제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부적인 지역의 온도 변화가 전 지구의 지표면 온도 변화 총량과 개념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지구 전체의 온도 변화를 살펴봐야 하는 것이지 지역 온도를 살펴보는 것으로 파악할 수 없다.

- <공포 상황>은 현대 과학이 내일의 날씨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면서 먼 미래의 날씨 변화를 운운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는데, 지구 온난화는 ‘기후’에 관한 것이지 ‘날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마이클 크라이튼은 의도적으로 날씨와 기후의 개념을 섞어서 사용하고 있다.

- <공포 상황>은 ‘아직’ 남극의 얼음이 녹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는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는데, 대륙(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 등)과 인간의 주거지가 대부분 북구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북극해의 빙하부터 녹고 있는 것이다.

- '최근 한두 해 더웠다고 해서 지구 온난화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과장이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겨우’ 한두 해만 더웠던 것이 아니다. 아래 기록은 지속적으로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 1992년 이후의 모든 연도는 1992년 이전보다 더웠다.
● 가장 더웠던 10년은 모두 최근 15년 사이에 있다.
● 1976년 이후의 모든 연도는 1976년보다 더웠다.
● 가장 더웠던 20년은 모두 최근 25년 사이에 있다.
● 1965년 이후의 모든 연도는 1965년 이전보다 더웠다.
● 1917년 이후의 모든 연도는 1917년 이전보다 더웠다.

- <공포 상황>은 1970년대 과학자들이 ‘빙하기가 올 것이다’라는 주장을 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지구 온난화도 그처럼 허황된 이론일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빙하기가 오고 있다’는 주장은 당시 극히 일부 과학자들이 주장했을 뿐만 아니라, 언론 기사와 학술지를 다 합쳐도 30여 건을 채 넘지 않았었다. 현재 지구 온난화는 거의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동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매일 주요 언론과 과학지의 헤드라인을 차지하고 있다. 전혀 비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 <공포 상황>은 빙하가 줄어든 증거가 거의 없으며 부분적으로는 늘어난 곳도 있다면서, 지구 온난화는 거짓말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데이터를 왜곡해서 해석한 것이다. 아래 그래프는 지구 전체 빙하 두께의 변화를 표시한 것이다.




위 그래프는 산 위에 있는 빙하의 두께를 1970년부터 2004년까지 측정한 것으로서 파란색은 빙하가 두꺼워진 것이고, 붉은색은 빙하가 얇아진 것이다. 173곳의 빙하를 1970년부터 2004년까지 5회 이상 조사한 결과 83%의 빙하가 1년 평균 0.31 미터씩 녹고 있었다.

- 마이클 크라이튼은 핸슨 박사의 지구 온도 변화 예측 그래프도 왜곡했다.

마이클 크라이튼은 ‘제임스 핸슨 박사가 지구 온도 상승을 예측했지만, 그 치수가 300%나 틀렸다. 이것은 과학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핸슨 박사는 1988년 당시 이후 온도 변화를 예측할 때 3가지 시나리오를 발표했었다. 지구 온도 변화는 이산화탄소 등 예측 가능한 요소뿐만 아니라, 예측하기 힘든 화산 활동, 태양 활동, 먼지량 등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 B안은 1988년 이래로 현재 관측된 결과와 거의 일치하고 있다. 그런데 마이클 크라이튼은 A안만을 인용하면서 핸슨 박사의 예측이 틀렸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명백히 의도적인 거짓말이다.


* ‘지구 온난화 회의론자들에게 말하는 방법(How to Talk to a Global Warming Sceptic)’에 가면 이 외에도 많은 반론 자료를 볼 수 있습니다.(http://illconsidered.blogspot.com/2006/02/how-to-talk-to-global-warming-sceptic.html)

출처: 웹진Ac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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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 , SF , Science Fiction , 과학소설 , 마이클 크라이튼 , 지구 온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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