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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웹은 여성주의에 어떤 미래를 보여주는가
2. 웹 환경 개선 운동: 접속의 조건 만들기
3. 여성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곳, 여성주의 웹진
4. 웹에서 이루어낸 여성주의 공동체: ‘언니네’를 중심으로 2/2
5. 웹에서의 여성주의 담론
6. 웹을 여성에게 향하게 하라, 그리고 여성주의적 소통으로 흐르게 하라
3) 여성주의적 담론과 지식 창출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언니네는 남성중심적 사회 속에서 주변인으로 살아가면서 숱하게 겪어왔지만 사회적으로 이야기되지 못했던 여성들의 경험이 발언되고 공유되고 풍부화되는 담론의 장이 되고 있다. 또한, “여성주의 지식공유 네트워크”인 ‘지식놀이터’를 통해 보다 본격적으로 여성주의적 지식을 생산해나가고 있다. 다소 길지만, 이러한 실천에 대한 최이숙과 김수아의 평가를 인용해보자.
‘지식놀이터’의 이와 같은 실천은 단지 지식을 구성하는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페미니즘 정치학에서 지식의 생산과 여성들의 임파워먼트가 변증법적 관계를 맺고 있듯, ‘지식놀이터’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실천들은 여성주의자로서 그리고 여성으로서 그들 자신 및 그들의 일상생활에 대해, 다른 여성들과의 관계맺음을 통해, 재해석하고 재정의 하는 과정으로 연결된다. ‘지식놀이터’의 “여성주의 지식 공유 네트워크”라는 포맷은 여성에게 지식 창출자의 권위를 획득하게 할 뿐 아니라 동시에 여성주의자로서의 스스로의 정체성과 생활의 전략을 구성해가는 데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여성주의자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에 맞서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공유함으로 해서 일상생활에서의 정체성의 정치를 구현하는 데 실질적인 전략들을 제공한다. 일상생활에서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수많은 문제들에 대해 ‘지식놀이터’에서 여성이용자들은 정답은 아닐지라도 자신의 경험과 정서적 공감에 기반 해 답을 올리고, 또 지지와 동의를 의미하는 꼬리말 메시지를 남긴다. 이를 통해 여성 이용자들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하여 스스로를 재정의 하고, 재평가하는 경험을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재정의와 재평가는 여성에 대한, 더 나아가 여성주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질시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다(Collins, 1986). 이러한 점에서 ‘지식놀이터’― “여성주의 지식공유 네트워크”는 일상생활의 정치에 기반 한 여성주의의 중요한 실천의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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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지식놀이터’의 이러한 의미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여성주의 지식사전을 시도한 ‘페미딕’의 경우 상대적으로 참여가 저조하다는 점은 안타까운 상황이다. 하지만, ‘페미딕’이 2006년 7월에야 시작된 서비스인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한편, ‘채널[넷]’ 웹진을 통한 여성주의적 의제들의 공유와 확산, 그리고 ‘광장’ 메뉴의 여성주의 달력 마련, 성명서/보도자료/논평 게시, 온라인 서명운동 등을 통해 여성주의운동의 이슈들을 지속적으로 알려내고 참여의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활동 역시 여성주의 이슈들을 담론화 하는 데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실천들이다.
4) 활동의 발판이자 장
이곳의 성과 중 하나는 여성운동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재충전할 수 있는 일종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존재하는 모임이나 단체들은 물론 여성으로서의 삶이 고단한 이들이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위로받고 에너지와 노하우를 나누어주는 사이버 진지였던 셈이다. (중략) 아직 이루지 못한 계획들은 많다. 여성주의 사이버 장으로서 이 안에서 국가적인 규모의 학술 사업이 시작될 수도 있고, 여성주의 문화 공연팀에 대한 체계적인 투자시스템이 구축될 수도 있고, 단체에 대한 안정된 후원금 창구가 될 수도 있다. 이곳은 언젠가 누군가가 여성주의를 걸고 어떤 일을 벌이려고 할 때 기꺼이 그 발판이 되고 장이 되어 줄 것이다.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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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창립멤버인 이다가 이 글을 쓴 것이 2002년 겨울. 언니네가 시작된 지 1년이 넘는 시점이었고, 그 때로부터 4년 남짓한 시간이 흘렀다. 과연 이들의 전망은 어떻게 실현되고 있을까? 언니네를 기반으로 설립된 ‘언니네트워크’의 활동에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아볼 수 있다. ‘언니네트워크’는 2004년 11월 27일 설립된 여성단체로, 언니네를 기반으로 하여 “여성친화적 환경 형성과 여성주의 네트워크의 확장을 통해 모든 종류의 성적 차별 및 억압이 종식된 새로운 사회 구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앞서 2000년에 문을 연 언니네는 그동안 여성과 관련한 많은 사안에 대하여 다양한 목소리들이 표출되고 또한 모일 수 있는 장으로서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제 ‘여성주의’라는 큰 목소리에 동의하는 다양한 커뮤니티들이 공존해온 사이트 운영 중심의 활동을 넘어서서, 보다 ‘관점’과 ‘차이’를 드러낼 수 있는 활동을 해나가기 위하여 언니네트워크를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언니네라는 공간에서 표출될 수 있는 차이들은 자유롭게 지속시키면서도, 운동 단체로서 언니네트워크의 보다 분명한 입장을 갖출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입니다.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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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언니네트워크’는 회원들의 여성주의 학습과 활동을 기획하는 ‘액션나우팀’, 언니네 운영을 비롯, 여성의 웹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웹사업팀’, ‘채널[넷]’ 컨텐츠 생산과 언니네트워크 차원의 출판사업을 담당4)하는 ‘출판편집팀’, 언니네에서 지속적으로 개최해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는 ‘페미니즘 캠프’와 여성여행 커뮤니티 ‘시스투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여성여행기획팀’을 포함, 오프라인 상 문화행사를 맡아가는 ‘문화기획팀’, 그리고 국내외 페미니스트 간 네트워킹을 모색하기 위한 활동을 벌여가는 ‘국제연대팀’ 등 5개 영역으로 활동하고 있다.5) 이들 활동은 대부분 웹사이트 언니네를 통해 외화되고 확장되는데, ‘액션나우팀’의 활동은 ‘채널[넷]’의 칼럼 ‘액션의 기억’ 연재와 언니네 회원과 함께 하는 토론의 장인 ‘감자모임’으로, ‘출판편집팀’의 활동은 ‘채널[넷]’의 컨텐츠로 드러난다. 한편, ‘문화기획팀’은 행사의 기획과정부터 언니네 ‘살롱’ 등을 통해 참여의 길을 열어놓았고, 특히 ‘여성여행기획팀’의 경우 ‘살롱’ ‘시스투어’가 가장 중요한 활동기반이며, 이 활동을 통해 나온 성과들을 ‘채널[넷]’ 칼럼으로 연재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국내 최초의 여성주의 라디오 방송인 <야성의 꽃다방>의 활동 역시 언니네를 기반으로 발전한 활동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야성의 꽃다방>은 현재 공동체라디오 방송인 ‘마포FM’에서 일주일에 한번 방송되는 여성주의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이다. “여섯 명의 야성녀가 만드는 비혼 페미니스트를 위한 라디오 방송”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이 프로그램은 언니네 회원들의 참여로 만들어지고 있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야성녀”들은 언니네 웹사이트에서 이루어진 라디오 교육 참여 모집 공고를 통해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 참여한 후 이 프로그램을 기획-제작하게 되었다.6) “야성녀”들이 제작한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마포FM 전파를 타고 마포 지역으로 송출되나, 현재 공동체라디오의 낮은 출력 수준으로 볼 때 많은 청취자 층을 가지기는 힘든 실정이다. 이에 대한 보완인 동시에, 이들이 설정하고 있는 청취자들을 가장 가깝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언니네인 만큼, <야성의 꽃다방>은 언니네의 살롱 ‘야성의 꽃다방’(http://www.unninet.net/dabang)을 통해 다시듣기를 제공하고 있다. 매번 방송이 올라올 때마다, 많게는 100명 이상의 청취자가 언니네 살롱을 통해 <야성의 꽃다방>을 청취하고 있다. 이외에도 “야성녀”들은 살롱 ‘야성의 꽃다방’을 통해 매회 방송 내용과 방송 음악을 공지하고 신청곡을 받는 한편, <야성의 꽃다방>의 여러 꼭지를 통해 소개되었던 여성주의 인물, 음악, 그림 등에 대한 더욱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야성의 꽃다방> 청취자들을 위한 게시판을 개설하여 감상을 올리고 “야성녀”들에게 전하는 말 혹은 청취자들 간에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소통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렇듯, <야성의 꽃다방>은 언니네라는 여성주의 공동체를 기반으로 탄생하여 언니네를 통해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5) 나가며: 여성주의적 공동체로서의 문화와 내용을 어떻게 확산시킬 것인가?
앞서 살펴본 대로, 언니네가 ‘여성주의가 숨 쉬는 사이버 공동체’를 이루어내고, 이 속에서 숨 쉬는 여성들의 임파워먼트를 달성했다는 점은 분명한 성과이다. 하지만, 이러한 작용이 언니네라는 공동체 안에서만 이루어진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여성주의 공동체가 게토화되지 않고, 스스로의 문제의식과 성과들을 보전하면서도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반향들을 만들어낼 것인가. 물론 이것은 언니네의 과제라고 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여성주의 미디어운동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해결되어야 할 질문일 것이다.
언니네라는 안전하고 충만한 공동체에서 힘을 얻고 성장한 많은 여성이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언니네를 기반으로 확장된 문제의식과 활동력을 보여주고 있는 ‘언니네트워크’를 비롯, ‘시스투어’, ‘야성의 꽃다방’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러 활동가들, ‘자기만의 방’과 ‘지식놀이터’를 무대 삼아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는 많은 여성들이 언니네를 넘어 더 많은 여성들을 만나고 소통하고 사회적으로 개입하기를, 그리하여 여성주의 공공영역을 형성해나가는 주체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각주>
1) 최이숙, 김수아(2005), 앞의 글
2) 이다(2002) “여성주의로 숨쉬는 ‘마을’ ― 커뮤니티로서의 언니네”, <언니네> 웹진 특집 제29호
3) ‘언니네트워크’ 설립취지, http://www.unninetwork.net/network/network_goals.asp
4) ‘출판사업팀’에서는 첫 사업으로 <언니네> ‘자기만의 방’에서 회원들에게 많은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글들을 책으로 묶어 <자기만의 방>이라는 책을 출판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5) 더 구체적인 내용은 ‘언니네트워크’ 팀별활동 소개 참조.
6) “미디어 연대에서는 작년 겨울에 사회적 소수자를 대상으로 라디오 교육을 진행했다. 그 중에 ‘여성’이라는 카테고리가 있었고, 언니네에 교육 참여자 모집을 공고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약 두 달여간 진행한 라디오 이론과 실습에 관한 교육을 수료한 후 만들어진 것이 꽃다방이다.” (수수, 2006, “각종 페미니스트들이 이야기하는 즐거운 ‘해방’: 여성주의 라디오 프로그램 마포FM 야성의 꽃다방”, 진보적미디어운동연구저널 ACT! 제32호, 국제 여성미디어운동 활동가 도로시 키드 교수와 함께 하는 여성 미디어운동 활동가 워크숍 자료집(2006년 5월 18일, 미디액트)
출처: 웹진Ac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