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서 조차 사회화된 인간의 모습으로 반드시 살아야 한다면 아마도 미쳐버릴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와 가능한 한 멀리 있어서 그 사람의 사람 됨됨이 따위 내가 알(경험할) 필요도 없는 사람의 블로그를 소개하고 싶었다. 블로그에서 어쩌면 이 사람이 보여주고 싶어 하는 모습 그대로 나도 보면 그만이잖아.
1. 기억
라면 진짜 맛있게 먹는 방법(http://blog.jinbo.net/batblue/?pid=350)을 읽고 사실은 “쏠린다”라고 생각했었다. 특히 마요네즈, 개인적으로 정말 마요네즈를 안 좋아해서 처음에 “헉” 했다. 하지만 남은 라면을 버리지 않고 또 먹는 센스, 언제나 빈곤한 자취생인 내게 조금은 요긴하고 기발하게 보였다. 그리고 강한 이펙트를 주는 이런 포스팅은 블로거를 기억하게 한다. “썩은 돼지” 왠지 이름과 포스팅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다.
2. 상상
썩은 돼지는 많은 사진을 올리지만 내가 제일 꽂혔던 것은 “백수들(http://blog.jinbo.net/batblue/?pid=499)”이다. 제목을 보고 바로 클릭을 했다. 그리고 나도 진짜 크게 웃었다. 아하하하. 백수 너도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너도 별거 아니네 했다. 사진을 보면서 줄에 매달려 널부려진 장갑을 발견하고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고 그리고 찍었을 사람을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그 찍은 사진을 보면서 내 처지까지 떠올리는 나도 생각했다.
썩은 돼지의 풍경 사진들을 나는 좋아한다. 왜냐면 왠지 이 사람이 이 풍경 뒤에서 우두커니 보고 있었을 거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썩은 돼지의 사진을 천천히 본다. 사진에 찍힌 사건을 보기도 하지만 사진 찍고 있을 이 사람을 상상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3. 프락티카
썩은 돼지 사진 이야기의 첫번째 포스팅으로 갔었다. 첫번째 사용했던 카메라가 프락티카였다는 구절에서 너무 반가웠다. 내가 처음으로 사용해본 카메라가 프락티카였거든. 그 철퍼덕 소리를 내는 수동카메라와 내가 놀았던 기억이 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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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다른 이들의 블로그의 글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결국은 나로 돌아온다. 이 얼마나 자기적인 블로그 생활인가. 하지만 다른 이들의 경험과 감상을 느끼면서 그 사람들을 상상하는 시간은 결국 내가 나로 오는 과정이어서 너무 중요하다. 그래서 자신의 이야기를 블로그로 나누어 주는 당신들에게 오늘도 매우 고마워 하고 있어요. 헤헤헤
출처: 웹진ActOn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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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름 : 블로거. http://blog.jinbo.net/mbc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