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국가/종교/권력의 경계를 넘는 사람들과 함께 - 경계를 넘어 경계를 넘는 뉴스

진짜 친구는 어려울 때 표시가 난대

한국의 친구들에게

안녕, 한국의 친구들. 내 이름은 무함마드야. 너희들이 듣기에 이름이 좀 이상하지? 하지만 이 곳 이라크에서는 흔하고 흔한 이름이야. 너희들이 언젠가 이라크를 찾아오게 되면 길에서 ‘무함마드’라고 불러봐. 그러면 아마 한 10명쯤은 뒤를 돌아 볼 거야. ㅋㅋㅋ

난 바그다드라는 도시에서 살고 있는 11살 초등학생이야. 이라크라는 나라를 들어는 봤는데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그러면 세계지도를 한 번 펴 볼래? 내가 살고 있는 이라크는 한국을 시작으로 해서 보면 한국 왼쪽에 중국이 있고, 그 옆으로 쭈욱 가서 아프가니스탄 지나고 이란 지나면 바로 이라크야. 생각만 하면 아주 멀리 있는 것 같지만 지도로 보면 몇 나라만 거치면 되지?

너희들은 요즘 어떻게 지내니? 난 요즘......그냥 너무 슬퍼......왜냐구? 그게 말야......친구들아, 우리가 친구라면 나의 이야기를 들어볼래? 그러니깐 며칠 전 밤이었어. 그날도 난 심심했어. 몇 년째 전기가 잘 안 들어와서 밤에 놀 수도, 텔레비전을 볼 수도 없거든. 그래서 일찍 잠자리에 누웠어. 우리 가족 모두 말이야. 그런데 갑자기 ‘쾅!’하는 소리가 들렸어.

난 무슨 일인가 싶어서 눈만 뜨고 그냥 누워 있었는데 아빠가 마루로 나가셨지. 그러더니 갑자기 “뻑킹 이라키!"하면서 영어로 뭔가 크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어.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어. 늦은 밤에 영어로 누군가 큰 소리로 말한다는 것은 미군이 우리 집에 들어 왔다는 것이고, 미군이 왔다는 것은 무슨 일이 벌어질 거라는 것을 말하거든.

난 무서웠어. 그래서 조용히 몸을 일으켜 문 틈 사이로 밖을 바라봤지. 근데 말야......근데......총을 든 미군이 우리 아빠를 때리고 있지 뭐야. 엄마는 말리고 있고 누나는 울고 있었어. 미군은 아빠를 손가락질 하며 ‘테러리스트, 테러리스트’라고 소리쳤고 아빠는 ‘노, 노’라고 말했어. 하지만 미군은 아빠의 말을 듣는지 마는지 아빠를 무릎 꿇게 하더니 손을 뒷짐 지게 했어. 그러고는 아빠의 손에 하얀 끝을 묶었지.

난 소리치고 싶었어. ‘니들이 뭔데 우리 아빠한테 그러는 거야!’라고 말야. 하지만......하지만......난 너무 무서웠어. 그래서 막 울고 싶었는데 울 수도 없었어. 왜냐하면 내가 크게 울면 미군들이 내 방으로까지 쳐들어 올까봐 무서웠거든. 하지만 엄마와 누나는 미군한테 아빠를 데려가지 말라고 소리도 치고, 아빠를 붙잡고 데려가지 못하게 하려고 애를 써 봤지만 미군은 엄마와 누나를 밀치고 아빠를 데려갔어.

그게 지난주에 있었던 일이야. 우리 아빠가 어디로 갔냐고? 그건 나도 몰라. 엄마도 모르고 아무도 몰라. 미군은 사람을 데려가고는 어디로 데려갔는지 말을 안 해 주거든. 다만 아빠가 살아 돌아오면 (꼭 살아 오셔야겠지만) 그때서야 아빠가 어디로 갔었는지 알 수 있을 거야.

내가 7살 되던 해 미군이 이라크에 쳐들어 왔고, 그 다음부터 너무 많은 것이 변했어. 내 친구 무스타파는 미군의 폭격 때문에 가족 6명과 함께 죽었고, 알리는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동생들 돌보려고 지금은 길거리에서 껌을 팔고 있어. 학교는 물론 가지 못하고 있고. 휴......친구들아. 난 알리와 언제쯤 다시 학교에서 축구를 할 수 있을까? 난 언제쯤 총소리를 듣지 않고 잠자리에 들 수 있을까? 난 언제쯤......

미군이 왜 이라크에 쳐들어가서 그러느냐고? 엄마가 그러는데 석유 때문이래. 이라크의 땅 밑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양의 석유가 숨어 있대. 그래서 그걸 차지하려고 욕심쟁이 미국이 이라크로 쳐들어온 거래. 석유를 차지하고 그걸 팔면 미국의 아줌마, 아저씨들이 돈을 많이 벌게 되니깐 전쟁을 일으킨 거래. 그래서 난 할 수만 있다면 “미국의 아줌마, 아저씨들이 돈 많이 벌려는 욕심 때문에 이라크의 무스타파와 알리와 무함마드가 죽고, 다치고, 울고 있어요. 이젠 제발 그만 하세요”라고 따지고 싶어.

나와 함께 얘기해 줄래? 그럴 거지? 우린 아직 어린이고 힘이 없어. 그래서 나 혼자만으로는, 이라크 어린이들의 힘만으로는 부족해. 우린 비록 쓰는 말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다르지만 어른들의 욕심 때문에 어린이들이 고통 받거나 상처 받아서는 안 되는 거잖아. 그렇지? 우리 할머니가 그러는데 진짜 친구는 어려울 때 표시가 난데. 어려울 때 나 몰라라 하면 그건 친구가 아니래. 친구가 어렵고 힘들 때 도와줘야 그게 친구래. 서로 모르던 사이도 어려울 때 도와주면 친구가 되는 거구.

한국에는 전쟁도, 폭격도, 총소리도 없다고 들었어. 전쟁 없는 곳에서 살아서 너흰 참 좋겠다. 하지만 이라크도 전쟁만 빼면 참 좋은 곳이야. 티그리스 강에서 바라보는 저녁노을도 예쁘고, 사람들도 다 착하고 이웃들끼리도 친하게 지내거든. 우리들이 자주 마시는 샤이도 참 맛있어. 전쟁이 끝나고 언젠가 이라크가 조용해지면 너희들도 이라크로 놀러 오렴. 우리 학교에서 같이 축구를 하자. 좋지? 그날을 기다릴게. 꼭 와. 알겠지?

-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무함마드가

:: 글 - 미니
태그

이라크 , 미국 , 어린이 , 침공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경계를넘어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