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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알자

몇 권의 책 읽기

1. 촘스키 실패한 국가, 미국을 말하다

“2005년 1월의 선거가 실행되었던 이유가 미국 주도의 점령 당국이 제시한 세 안을 거부한 아야톨라 알리 시스타니의 강경한 입장 덕분이었다.”......“미국은 애초에 조기 선거를 반대했지만 아야톨라 시스타니가 추종자들에게 길거리로 뛰쳐나가 조기 선거를 요구하라고 지시하자 워싱턴은 그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 278쪽

이 이야기는 미국이 식민 전쟁을 진행하고 있는 이라크에 관한 것입니다. 제가 이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는 것은 그 때 선거가 어떻게 진행되었었느냐를 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폭격과 죽음만 있는 것 같은 곳에서도 이런 저런 입장과 힘들이 오가면서 이라크를 움직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한 달에도 수 천 건씩 벌어지는 미군에 대한 공격입니다. 언론에는 주로 시장에서 자살폭탄테러가 터져서 몇 명이 죽었느니, 시아파와 수니파가 어떻게 치고 박았는지 하는 것들이 나오지만 실제로는 점령군에 대한 공격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책은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미국의 제국주의 정책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진행되는지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미국 정부와 지배 집단의 정책이 미국 내부를 어떻게 망가뜨리고 있는 지까지 설명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노암 촘스키가 많은 양의 자료 조사를 한 것을 보면 대단하다 싶습니다. 저도 많이 배우고 있구요. 비슷한 내용으로 좀 더 보고 싶으면 촘스키가 쓴 [패권인가 생존인가](까치)도 있습니다. 시간 없으신 분은 둘 가운데 하나만 봐도 될 것 같구요. ^^

2. 포스트식민이성비판

이 책을 보고 먼저 놀란 것은 책값이 3만원이라는 것입니다. ^^책값이 비싼 만큼 분량도 600쪽에 이릅니다. 게다가 책 내용이 많이 어려워서 꼭 권하고 싶지는 않지만 ‘가야트리 스피박’ ‘식민주의’ ‘두꺼운 책’ 등이 필요한 사람들은 알아서 보면 되겠습니다.

이 책 옮긴이 서문에도 그렇게 되어 있듯이 어떤 사람은 가야트리 스피박의 입장을 페미니즘적 해체론적 맑스주의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말이 길기도 하고 어렵죠? ^^ 저도 잘 모르겠구요. 물론 이 책을 읽어보면 왜 무슨 ‘적’ ‘적’이 붙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우리 페미니즘 비평가들은 보편성 혹은 학문적 객관성 운운하는 남성주의적 진리-주장의 비유적 실수를 발견해 내면서도 전 지구적 자매애라는 하나의 진리를 만들어내는 거짓말을 수행한다. - 223쪽

유럽이나 미국의 식민주의에서 벗어나야겠는데 그러면 어떻게 벗어날 것이며, 누가 벗어날 것인지를 생각해야겠지요. 그리고 그 ‘누가’는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행동할 것인지도 필요합니다.

그럼 면에서 누군가 대안적 인간성 또는 집단성의 의미로 계급성이나 여성성이나 흑인성이이라는 말을 쓴다면 저는 대체로 그 말을 믿지 않는 편입니다. 이유는 복잡하게 따질 것도 없이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되니깐요.

다른 한편 요즘 ‘다문화’라는 말이 자주 쓰이는데 저는 이 말 자체는 참 좋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누가, 어떤 의도로 사용하느냐가 중요한 거겠지요. ‘다문화’라는 것을 우리와는 다르지만 미국적․유럽적이지도 않고, 좀 뒤떨어진 것이지만 마음 넓은 우리가 받아들여준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사용한다면 좀 거시기 하잖아요.

[한 인류학자는 발레를 에스닉한 춤의 한 가지 형식으로 본다]라는 글에서......서구의 춤 학자들은 에스닉이라는 단어를 객관적 의미로 사용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것을 “이교도”, “이방인”, “야만인” 혹은 좀더 최근 용어로는 “이국적인” 등과 같은 별 볼일 없는, 미진한 용어를 대신하는 완곡어법으로 사용했다. - 487쪽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눈에 확 띈 구절은 ‘백인종 남자가 황인종 남자에게서 황인종 여자를 구해 주고 있다’(401쪽)입니다.

3. BUSH in BABYLON : THE RECOLONISATION OF IRAQ

제목을 옮기자면 ‘바빌론의 부시 : 이라크의 재식민화’ 정도 될까요? 이 책은 ‘근본주의의 충돌’이라는 멋진 책을 쓴 타리크 알리(Tariq Ali)의 글입니다. 내용은 좋은데 문제는 책이 영어로 씌어 있다는 거지요. 제가 영어가 짧아서 제대로 이해했는지 자신도 없고... ^^그래서 이해한 것은 이해한대로, 못한 것은 못한대로 넘어갔지요. ^^

이 책을 읽으면서 이라크 역사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습니다. 흔히 우리는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시점부터 이라크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좀 더 나가면 1991년 침공이나 경제제재에 대해서 생각하는 정도지요. 그러면 20세기 초의 이라크는 어떠했을까요?

20세기 중반까지 영국이 이라크를 쥐락펴락 했었지요. 독립을 했다고는 하지만 영국이 하심 왕조를 심어서 지배를 유지 했구요. 그런데 1933에 파이잘이 죽고 아들 가지(Ghazi)가 왕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가지가 제국주의를 별로 안 좋아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직접 왕궁에서 ‘라디오 알 자지라’라는 것을 운영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고 그랬답니다.

그러니 어떻게 되었겠어요? 당연히 어느 날 갑자기 ‘의문의 사고’로 죽지요. 사고라고는 하지만 사고가 아닐 가능성이 훨씬 크겠지요? ^^(이 책 3장에 나오는 내용)

그리고 이집트에서 나세르와 군인들이 정권을 뒤엎고 아랍 민족주의 운동을 진행했듯이 이라크에서도 군인들이 1950년대에 이라크를 한 판 엎었지요. 그리고 그때까지만 해도 이라크 공산당이 뭔가를 하고 있을 때였으니깐 이라크 사회에도 여러 가지 변화가 나타났답니다. 부자들에 대한 세금은 올라가고, 주요 생필품 가격은 통제되고, 노동 시간도 규제되고, 많은 집에 전기, 수도가 공급 되고, 학교와 도로, 병원 등이 만들어졌지요. (책 4장)

아무튼 20세기 초부터 쭈욱 진행되어온 이라크의 역사를 보면 영국과 미국은 식민지를 만들려고 하고, 이라크 민중들과 여러 조직들은 사회를 개혁하고 제국주의로부터 벗어나려고 했지요. 또 싸담 후세인과 바아쓰 당은 부와 권력을 독점한 채 민중들을 억압하고 제국주의와 협력하고 뭐 그랬지요. 물론 바아쓰당도 처음부터 사담 시절의 모습은 아니었구요.

중요한 것은 이런 과정, 즉 지배하려는 자와 자유를 얻고 사회를 바꾸려는 자들 사이의 기나긴 투쟁의 역사를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 전쟁 났네’ ‘죽었네’ ‘불쌍하네’ ‘밀가루라도 좀 가져다줄까?’하는 생각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이라크인들의 힘과 역사를 좀 더 잘 알면 좋겠습니다.

4. IRAQ : THE LOGIC OF WITHDRAWAL

‘이라크 : 철수의 논리’쯤 될까요? Anthony Arnove라는 사람이 쓴 책입니다. 이 책의 장점은 미국이 어떻게 노략질을 하고 있고, 왜 이라크에서 떠나야 하는지를 쉽게 그리고 조목조목 잘 설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가장 큰 단점(?)은 영어로 쓰여 있다는 거...

이라크에서 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것이야 우리 모두 동의하는 것이고. 그런데 중간에 이런 생각도 있었지요. ‘철수를 해야 하기는 하는 건데 만약 미군이 철수하면 시아파와 수니파 사이에 내전이 더 커지는 거 아냐?’ 같은 거 말입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상황 이해를 잘 못해서 나온 겁니다. 예를 들어 지금 이라크 정치에 관한 얘기를 보면 쿠르드 아니면 아랍, 시아 아니면 수니라는 말로 도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이라크 사회는 원래 그랬던 것일까요? 물론 그렇지 않죠.

오히려 미국이 이라크를 지배하기 위해 일부러 자꾸 쿠르드와 아랍, 시아와 수니로 나누면서 싸우도록 부추기고 있죠. 그래서 어처구니없게도 이라크를 민족과 종파에 따라 북부, 중부, 남부 지역으로 나누었구요. 그들의 말대로 하자면 중부는 수니지역인데 그러면 바그다드에 있는 쿠르드인들이나 시아는 어떻게 하라구요? 1991년 이라크 남부에서 싸담 후세인을 향해 봉기를 일으킨 것은 ‘이라크인’이 일으킨 것일까요, ‘시아’가 일으킨 것일까요?

제국주의 지배가 늘 그렇듯이 한 사회 전체를 대상으로 전쟁을 벌이는 것보다는 분할해서 지배하는 것이 훨씬 쉽죠. 이라크 사회 내부의 힘이 이리저리 나뉘어 있으면 필요에 따라 이 놈을 밀었다가 또 상황 바뀌면 저 놈을 밀었다가 하면 되니깐요.

그리고 언론들은 종파에 관계없이 ‘이라크인’으로써 점령에 저항하는 것은 애써 외면하고 종파간, 조직간 투쟁만을 열심히 비추면 되구요.

이라크인들의 투쟁이 쉬운 것만은 아닙니다. 세계 최대의 군사 강국과 싸우는 것이 당연히 어렵겠지요. 그렇다고 쉽게 멈추지도 않을 겁니다. 미국도 아프가니스탄에서 그렇듯이 쉽게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있는 거구요. 미국이 백년 전쟁을 생각한다면 우리도 백년짜리 이라크 운동을 준비해야겠지요. 그리고 그 준비 중에 하나는 지금의 일이 어떻게 일어나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아는 것일 겁니다.

- 글 : 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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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 촘스키 , 전쟁 , 미국 , 식민주의 , 타리크 알리 , 가야트리 스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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