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2010년 13호 후일담 2
“나”를 그리다
- 일상예술창작센터 새끼의 헛쏘리 강좌 후일담
상상나누기 기획단
(참가자 일동의 한마디와 사진 노작가로 구성된 후기입니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 그러나 그림을 못 그린다면. 여기 일상예술 창작센터의 생활창작 공간 ‘새끼’의 헛쏘리 강좌를 만나면 어떨까? 조금은 어색하게 웃음 지으며 다가오는 ‘노&쑨’ 두 명의 작가와 함께 쉽고, 재미있게 만나는 드로잉 강좌에 다녀온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풀어보려 한다.
서교동 대우 미래사랑아파트 상가 1층에 자리 잡은 새끼에서 매주 금요일 저녁 7시에 진행된 강좌는 고등학생, 활동가, 직장인, 교사, 변호사,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쑥스럽게 만나 대범하게 그리는 시간이었다. 이번 강좌는 특별히 3강으로 기획제작 되었는데 8강의 드로잉강좌를 듣기 부담스럽게 맛보기로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마련되었다. 손 안에 거울을 들고 부지런히 자신의 얼굴을 뜯어보지만 그리 뾰족한 답이 나오지는 않는다. 이렇게 생긴 건 알겠고, 그럼 그 다음은?
명확한 특징을 잘 잡아내는 것이 중요한 얼굴. 매일매일 보는 얼굴인데도 내 얼굴에서 특징 찾기란 쉽지 않고 작가 쑨은 자신의 자화상을 꺼내 특징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놓기 시작한다.
참가자들의 자화상 그리기는 생각보다 순조롭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 못 그리는 사람의 경계도 모호해 진다. 자신의 얼굴인데도 낯설게 보인다.
두 번째 강좌는 도형으로 자신의 얼굴을 표현하라는 난제가 떨어진다. 도형만으로, 얼굴을 표현하라니, 갑자기 눈이 동그래진다. 그래 동그란 눈부터 시작해야 하겠군.
앗! 세모난 눈을 가진 사람 등장!
그렇지 눈이 무조건 동그랗지만은 않겠구나. 이제야 얼굴들은 나름 제 모습을 찾아간다.
도형으로 시작된 얼굴그리기는 곧 사물로 자신을 표현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자신을 형상화 한 사물.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하는 고민은 새끼의 공간을 훑어보기부터 뚫어져라 거울을 보는 사람까지 각양각색으로 나타난다.
확성기, 카메라, 고양이, 우쿠렐레 등 다양한 사물들이 만들어진다. 왼쪽의 사진은 붓과 노트로 형상화된 모습이며 오른쪽은 로켓으로 형상화된 자기 자신이다. 묘하게 닮은 구석을 찾는 우리를 보며 마치 신생아실에서 부모 찾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발견한다. 발가락이 닮진 않았지만 분명 그림들은 날 닮았다.
마지막 시간은 작품제작과 졸업장 증정식이 이뤄진다. 나무 합판에 쓱싹쓱싹 그리는 모습만으론 전문작가들 같은 참가자들. 어느새 자화상은 낙서를 넘어 작품으로 승화된다.
뜨거운 키스 같은 열정이 필요한 20대 참가자
꽃미남 고등학생의 코는 로켓을 닮았다
재밌는 웃음이 가득한 법률 사무소의 간판을 요청받은 작품
꾹 참지 말고 말하자. 아이스크림 머리를 가진 그대여
잠자는 고양이 때문에 휴일엔 집에 있는 지켜보는 교사
“평생 철없이 살꺼야”라는 열여덟
붉은 볼을 가진 꿈을 쫓는 현 존재
일상에서 그림을 그리고, 작품 활동을 하는 것이 쉽진 않겠지만 처음 보는 낯선이와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내게도 낯선 내 얼굴을 뜯어보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두는 시간은 꽤나 의미 있는 시간이 된다. 아마도 그건 손끝에서 시작하는 기분 좋은 ‘서걱거림’이 마음을 움직이는 소리가 되기 때문이겠지?
일상예술창작센터 새끼의 생활창작 강좌는 매월 계속됩니다. 커밍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