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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23호-특집] 요양병원, 홈리스 복지를 왜곡하다

[특집]

지난 5월 28일 새벽, 장성 ‘효사랑 요양병원’에서 참사가 벌어졌다. 병실 한 곳에서 발생한 화재는 입원환자 20명과 간호조무사 1명의 목숨을 빼앗고, 8명을 크게 다치게 했다. 물론 화재는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안전해야 할 병원에서, 그것도 거동이 불편한 노인성 질환자가 입원한 요양병원의 안전 대책이 이토록 허술할 수 있었다는 것은 정말 믿기 힘들 정도다. 화재 당시 병원 측은 병실에 비치해야 할 휴대용 소화기 일부를 캐비닛에 넣고 잠가놓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뿐이 아니다. 병원 측은 법률이 규정한 인력 기준 역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법(시행규칙)은 최소 의사 1명과 간호사 2명을 당직으로 세우도록 하고 있으나 해당 병원은 간호사 1명, 간호조무사 2명만 배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언론을 통해 화재 진압 당시 환자들이 침대에 묶여 있었다는 119 구급대의 증언도 나오고 있다. 허술한 화재 대책에 인력 규정조차 지키지 않고, 수월한 관리를 위해 급기야 환자를 묶어놓기까지 했던 병원의 파렴치한 행태가 21명이나 되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이런 곳이 ‘병원’이었다. 아니, 병원 중에서도 모범이라고 공인된 곳이었다. 해당 병원은 2013년부터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요양병원 의무인증제’를 당당히 통과했기 때문이다. 2014년 4월 21일 현재, 인증제를 통과한 요양병원은 전체 1,221개 중 230개소에 불과하여, 인증 통과 병원은 상위 18%라 할 만하다. 요양병원 상위 18%인 장성 효사랑 요양병원의 실태가 이러한데 타 병원은 과연 어떨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번창하는 요양병원
요양병원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2002년 54개소에 불과했던 요양병원은 2009년 777개소로 증가하더니 2013년 말에는 무려 1,232개소에 달했다. 약 10년 사이 요양병원의 수가 약 23배에 달할 만큼 놀랍도록 증가한 것이다. 병원의 숫자만큼이나 이들의 수입 역시 크게 증가하였다. 요양병원의 진료비는 2006년 3,187억 원에서 2013년 31,749억 원으로 약 9배 증가하였고, 개별 요양병원 당 진료비 역시 같은 기간 약 2배로 뛴 것으로 나타났다. 급속도로 요양병원이 생겨나고 있음에도 이들은 호황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어째서일까?

1994년 1월,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의료기관 종별에 요양병원이 신설되었다. 의료법 시행규칙 36조는 다음과 같이 요양병원의 입원대상자를 규정하고 있다.

요양병원의 입원대상자를 규정

1. 노인성 질환자
2. 만성질환자
3. 외과적 수술 후 또는 상해 후 회복기간에 있는 자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전염성 질환자는 요양병원의 입원 대상으로 하지 아니하며, 정신질환자(노인성 치매환자는 제외한다)는 정신병원(「정신보건법」 제3조제3호에 따른 정신병원을 말한다) 외의 요양병원의 입원 대상으로 하지 아니한다. <신설 2010.1.29. >


이에 따르면 요양병원의 입원 대상은 노인성 질환 등 질병의 악화 방지나 회복이 필요한 이로 제한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료법 3조는 「정신보건법」 제3조제3호에 따른 정신의료기관 중 정신병원을 요양병원으로 인정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즉, 정신병원의 시설기준과 인력기준을 충족하는 요양병원은 정신질환자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현재 요양병원은 제도적으로 정신과 질환자와 노인성 및 만성질환자를 모두 받을 수 있어 환자 선택 폭이 넓어 수익 창출에 유리한 것이다.

사람이 곧 돈이다
이와 동시에 요양병원은 ‘일당정액수가(이하, 일당정액제)’라는 독특한 수가제를 적용받게 되는데, 이 역시 요양병원의 수익 창출에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한다.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08년부터 모든 요양병원은 일당정액제를 적용받게 되었다. 일반 병원은 검사, 처치, 주사 등 의료행위에 따라 수익이 발생하는 행위별 수가제가 적용되는 반면, 요양병원은 사람 한 명당 얼마 하는 식으로 수가가 책정된다는 것이다. 즉, 사람 수가 곧 수입의 크기를 좌우하게 된다.

요양병원은 환자의 현재 상태를 유지시키거나 악화를 예방하거나 지연시키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기에 이들 병원에서 행해지는 의료 및 일상서비스는 예측 가능하다는 점에서 일당정액제가 도입되었다. 더불어 이런 서비스는 행위별 수가의 적용이 어려워 이를 적용할 경우 제대로 제공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요양병원 입원환자는 환자평가표를 통해 의료최고도, 의료고도, 의료중도, 문제행동군, 인지장애군, 의료경도, 신체기능저하군의 7개 군으로 분류되고, 각 군마다 책정된 기본 수가를 적용받게 된다. 또한 의사, 간호인력 확보수준에 따라 가산과 감산이 적용되는 인력차등제가 적용된다. 더불어 특정항목과 특정기간에 대해서는 행위별 수가가 부가된다. 즉, 요양병원은 수가 체계상 복잡하고 불필요한 의료적 처치를 하는 무리수를 두기보다는 더 많은 환자를, 더 오래 입원시키도록 하는 방식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환자 1인당 병원이 취할 수 있는 수익은 얼마나 될까? 식대는 물론 행위별 수가를 모두 제외한 일당정액제만을 대상으로, 의료급여환자의 경우 최하등급, 건강보험환자의 경우 적용 개연성이 높은(의료중도-경미하거나 중등도의 통증이 매일 있는 경우) 등급을 적용하여 산출하면 아래와 같다.

의료급여 1종 환자(30일 기준

<의료급여 1종 환자(30일 기준)>
○.입원료: 924,000원 / 전액 정부지원
○.산출근거: 30,800원(1일당정액수가/G5등급-최하등급-기준)*30일=924,000원

<건강보험환자(30일 기준)>
○.입원료: 1,241,280원(공단: 993,024원 / 개인: 248,256원)
○.산출근거: [68.8원(점수당 단가)*행위점수(517.82/ 환자분류=요-3, 의료중도 기준)*30일]+5,750원(약제․치료재료)*30일=1,241,280원


이처럼, 요양병원은 환자 1인당 약 100만원의 수입을 올리게 된다. 여기에 식대는 물론 행위별 수가를 포함할 경우 수입은 훨씬 더 증가한다.

요양병원, 홈리스를 주목하다
몇 년 전부터 서울역 등 주 노숙 장소에 요양병원 차량이 심심치 않게 나타났다. 하나같이 저 멀리 지방에서 올라온 차량들로 그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온 이유는 무엇일까? 역시, 이유는 환자 모시기다.
앞서 말했듯 요양병원은 환자의 숫자가 곧 수익의 크기로 연결되는 수가체계를 적용받는다. 그러나 작은 지역사회에서 그만한 환자를 다 채우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에 먼 원정길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다고 돈 한 푼 없는 거리홈리스를 데려간다고 수익이 날까? 건강보험이나 의료급여기금으로부터 돈을 받을 수 있을까? 몇 가지 경우를 보자.

우선, 건강보험미가입자나 6개월 이상 장기체납자일 경우다. 이 경우 한 달 분 보험료만 내면 건강보험자격은 복권된다. 따라서 병원은 전체 진료비의 80%에 달하는 건강보험 공단부담금을 받아낼 수 있는 것이다. 환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본인부담금을 낸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병원 입장에서는 80%만 받더라도 수익이 충분하므로 환자의 본인부담금과 보험료 한 달 분은 면제 처리해 버리는 것이다. 물론 이는 의료법(27조 3항) 위반행위다. 드물지만 건강보험이 살아있는 경우는 보험료 대납 절차도 필요 없이 바로 수익을 기다리면 될 일이다.
둘째, 의료급여 수급자일 경우다. 해당 환자의 경우 전액 정부 지원이므로 역시나 병원 측에서 따로 신경 쓸 일이 없다. 한편, 병원은 직접 병원을 주소지로 수급권 신청을 하기도 한다. 환자를 수급자로 선정되도록 하여 안정적인 수입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입원 환자 사례를 볼 때 소득인정액기준이나 부양의무자기준을 통해 볼 때 수급자로 지정될 수 없는 경우임에도 수급자로 선정된 부정수급 사례가 목격되기도 하였다. 그동안 정부가 부정수급자에 대한 조사를 벌여온 결과 대다수는 개인이 아닌 기관 측의 부정인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처럼 병원과 지역사회의 유착 관계가 부정수급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요양병원 입장에서는 누구든 가릴 필요가 없다. 건강보험 미가입자든, 연체자든, 수급자든 할 것 없이 정부로부터 진료비를 충분히 받아낼 수 있기 때문에 환자로 대 환영인 것이다.

  서울역 앞, 홈리스를 유인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요양병원의 차들.
멀기만 한 복지, 지척에 있는 요양병원
하루가 멀다고 주요 노숙 밀집지역에는 요양병원 차량이 항시 대기 중이다. 다만 얼마 전 시사프로그램에서 요양병원의 환자 유인행위가 보도되자 잠시 주춤할 뿐이다. 그럼에도 일부 요양병원은 병원 차량이 아닌 승용차를 이용, 주 노숙지를 중심으로 환자 유인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

환자를 모셔가는 행위가 문제가 있나? 그렇다. 이는 엄연한 불법행위다. 의료법 27조 3항은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 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벌칙도 정하고 있다. 병원은 비영리 기구이기에 상업시설과 같이 호객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요양병원들은 이를 간단히 무시하고 홈리스를 대상으로 꾸준히 호객행위를 해 왔다. 그만큼 호객에 따른 성과가 있기 때문이다. 많은 거리 홈리스들이 요양병원의 차에 오르고, 입원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왜 병원을 선택했을까?

아시다시피 거리 홈리스에게 제공되는 일자리인 특별자활근로는 500명에 불과하다. 이 또한 월 평균 규모일 뿐 여름철에는 그 수가 대폭 감소한다. 또한 거리 홈리스에게 월세를 지원하는 임시주거지원 역시 연간 350명 규모에 불과하다. 홈리스 복지를 통해 거리를 벗어나기에는 제공되는 자원이 너무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렇듯 복지가 해결해주지 못하는 홈리스들의 욕구를 요양병원들이 파고들어 이윤추구 전략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을 ‘사회적 입원’이라 부른다. 의료적 필요도가 낮음에도 사회 경제적인 이유로 입원하는 현상 말이다. 복지가 해야 할 일을 의료에 전가하는 행위, 현재 홈리스 복지가 해야 할 역할은 상당 부분 요양병원에 넘어가 있다. 얼마나 많은 홈리스들이 요양병원을 도피처로 삼고 있는지는 따져봐야 하겠지만 그 범위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좋다. 그래도 거리를 벗어나 있으니 다행 아닌가? 그러나 요양병원 생활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결코 그렇지 않아 보인다. 안정을 취하고 육체, 정신적인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의 생활은 도리어 건강을 해치는 데 가까워 보인다.

법도 인권도 없다
이모씨는 작년 11월 서울역 광장에서 동료들과 있던 중 평소 면식이 있던 이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소주를 1~2병 사 주면서 병원에 가자고 설득했다. 이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진단서를 제출할 시기가 곧 다가와 퇴원하면 진단서를 발부 받을 요량으로 병원차에 올랐다. 그가 사준 소주는 병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마셨다. 그이처럼 병원에 환자를 유인하는 이를 ‘픽업자’라 불린다. 이들은 알코올 의존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술을 사줘 판단력을 흐리게 하거나,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게 해 준다고 현혹하여 실적을 올린다. 질병이 있는 이는 병을 중하게 만들고, 건강한 이들은 없는 병을 지어내어 입원을 시키는 것이다.

병원 생활에서도 믿기 힘든 일이 발생하고 있다. 김모씨는 입원 중 다른 여성과 말다툼을 하게 되었는데 국장이라는 이가 방에 들어와서 "CR해"라고 하자 보호사 두 명이 독방으로 그녀를 끌고 가, 배를 찍어 누르고 뺨을 여러 차례 때리며 양 손과 발을 묶었다고 한다. 한편, 이모씨는 입원 중 새로 온 입원환자가 독방으로 끌려가 10분에 한 번꼴로 비명을 지르는 것을 목격하였다. 다음날 보니 그의 손에 빨갛게 묶인 자국이 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형법으로 금지된 폭행이 병원 안에서 버젓이 자행되기도 한다. 또한 생명유지 장치 제거 등과 같은 위험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신체 억제대'를 해당 병원은 사실상 환자 길들이기를 위해 사용했다. 사실 이런 일은 관행화 돼 있어 복지부는 작년 말, '요양병원용 신체 억제대 사용감소를 위한 지침'을 마련하였다. 이에 따르면, 신체 억제대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야 하며, 사용 시 환자나 보호자의 동의를 받게 돼 있다. 그러나 해당 병원은 이를 전혀 지키지 않은 것이다. 더군다나 이를 시행한 이들은 ‘보호사’라 불리는 데, 과거 입원환자나 노숙경험자들로 무자격자다. 법률은 의료인 또는 전문요원(정신보건간호사 등)으로 환자 관리를 하도록 하고 있으나 해당 병원은 무자격자를 통해, 신체 억제대 사용지침을 무시하며 폭력적으로 환자를 관리한 것이다.

감시의 눈을
본 글은 홈리스를 이용한 요양병원의 불법, 반인권적 영리행태를 드러내는 데 목적이 있다. 다음 호에는 이런 행태를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정리할 계획이다. 요양병원의 홈리스를 상대로 한 영리행위를 홈리스 개개인이 대처하여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홈리스 대중 스스로 위와 같은 요양병원의 문제를 잘 이해하고, 이들에 대해 경각심을 갖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한계를 살아가는 우리가 병원의 감투를 쓴 영리집단의 이윤 추구를 위한 제물이 될 이유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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