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서울시의 사회복지 예산은 전체(24조 2,350억원)의 34.4%에 해당하는 8조 3,452억원이다. 이 가운데 약 4조 1,820억원이 서울시 복지본부가 사용하는 예산으로 편성되어 있다. 복지본부는 이 예산액을 가지고 모두 8개 부문의 정책사업을 수행하는데, ‘노숙인 보호 및 자활지원(주거안정, 의료지원, 거리노숙인보호, 일자리지원, 쪽방거주자 생활안정지원 및 저렴쪽방임대지원, 재활・자활・요양시설운영, 자활프로그램)’ 부문 또한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노숙인 보호 및 자활지원’에 책정된 금액은 복지본부 전체 예산의 1.18%인 495억원으로, 이는 8개 정책사업 가운데 가장 적은 액수이긴 하지만 작년(431억원)에 비해서는 약 64억원이 늘어난 금액이다. 노숙인복지시설 운영지원 명목으로 편성된 예산(243억원)을 제외하더라도 전년 대비 약 40억원 가량이 늘었다. 전년도보다 늘어난 예산이 반갑기도 하지만, 과연 이 예산이 어떻게, 어디에 쓰일 계획인 것인지 그 대략적인 내용을 한 번 알아보자.
주거안정 지원
주거안정 지원을 위한 예산은 9억 9,300만원으로, 이 중에 임시주거지원(월세)은 전년(3억 8,500만원) 대비 1억 1천만원이 늘어난 4억 9,500만원으로 책정되었다. 이는 지원대상자 수의 증가에 따른 것으로, 올해의 사업 대상자 수는 작년에 비해 약 100명 가량 증가한 450명으로 잡혀 있다(450명 × 4개월 × 275000원 = 4억 9,500만원). 또한 임대주택 입주자 사례관리사업을 위해 채용하는 사례관리자 11명에 대한 인건비 4억 3300만원이 새로 책정되었다. 이 같은 예산 책정은 단기 주거지원과 집중적인 사례관리를 통해 시설거주 및 초기 거리홈리스의 탈노숙과 지역사회 정착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편으로 서울시는 임대주택을 활용, 정신질환 여성홈리스 지원주택 및 알콜중독 홈리스 지원주택을 설치하여 취약한 이들을 보호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장애, 고령 등의 특성을 고려한 염가의 무장애주택이 없는 현실에서 이를 반영하는 주거계획이 먼저 나왔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거동이 불편하여 돌봄이 필요한 홈리스가 일상생활 및 서비스 이용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계획 및 그에 준하는 예산이 책정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안정적인 주거유지와 지역사회 정착을 도모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일자리지원
일자리지원 예산은 작년보다 2,300만원 가량 줄어든 81억 3,600만원으로 책정되었다. 그러나 이 같은 예산 감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작년 추진실적에 비해 약 330명이 늘어난 2,554명에게 일자리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자세히 보면, 쪽방촌에 자활작업장 신규 2개소 및 30명 추가지원(총 6개소, 60명), 공동작업장 신규 2개소 설치 및 50명 추가지원(총 14개소, 450명)을 통해 지원 인원이 소폭 증가하였고, 민간일자리 지원 부문은 약 1,150명으로 전년 대비 약 240명이 늘어났다.
하지만 민간일자리 지원의 경우 호텔, 대형건설사 등에 ‘알선’을 하는 지원에 불과하다. 민간일자리 부문은 일반 임노동시장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홈리스를 대상으로 하는 민간일자리는 대개 단기적인 계약직인 경우가 많다. 더 큰 문제는 계약이 종료되거나 중도 탈락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민간일자리 알선 지원이 과연 서울시가 말하는 것처럼 ‘지속가능한 일자리’ 제공사업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외려 생색내기 수준의 일시적인 홍보용 사업으로 기능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민간일자리 시장으로 홈리스를 떠넘기는 방식이 아니라, 서울시에서 직접고용 형태를 통해 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의료지원
의료지원 예산은 올해 약 45억 8,700만원으로, 의료장비 구입 및 촉탁의 채용(1인, 영등포), 무료진료소 전세보증금 인상분 등으로 약 2억 2,000만원이 증감된 것 외에는 크게 달라진 내용이 없다. 오히려 진료비 부분은 작년에 비해 약 3,000만원 줄어든 36억 2,000만원으로 편성되었다.
현재 의료지원을 필요로 하는 홈리스에게 의료급여 1종을 우선적으로 권하고, 선정기준에 해당되지 않는 이들에게는 지자체 차원에서의 의료보호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기기 구입 및 촉탁의 채용으로 인해 진료의 질이 향상되고 있는 것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의료지원에 있어서의 자격제한, 이용 가능한 병원의 수가 한정적이라는 문제 등 남아있는 숙제는 풀리고 있지 않다.
이번 서울시의 예산안을 보면, 본지의 예전 호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는 보건복지부의 <제1차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 종합계획(2016~2020년)>과 동일한 문제들을 발견해낼 수 있다. 사회・경제적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예산적용이 바로 그것이다. 대표적으로 개발이나 용도변경으로 인해 주거상실의 위험에 직면한 쪽방 주민들의 불안정한 현실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가령 현재 서울역 인근 남대문로5가 쪽방 지역 가운데 일부는 재개발로 인해 상당수의 주민들의 퇴거당한 상태이며, 심지어 쪽방상담소조차 이전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그러나 퇴거위기에 놓인 주민들을 위한 임시주거대책 방안, 쪽방상담소 이전에 따른 예산은 책정되어 있지 않다. 현재 남대문로5가 외에도 영등포, 창신동 등지의 쪽방들이 지대상승과 맞물려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예산 책정에 있어 이러한 경향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올해 1월 초 여성일시보호시설 디딤센터가 개소되었다. 이곳은 최대 35명의 여성 홈리스를 일시보호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주거지원, 의료지원, 일자리지원, 수급 진입 등을 적극적으로 연계하여 여성 홈리스 이용자들이 추후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러한 부분은 매우 미진한 상태이다. 이는 곧 또다시 거리노숙으로 내몰려 불안정한 삶이 반복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일시보호시설의 문제에 더해, 급식이나 고용 등 남성홈리스를 중심으로 하는 현재의 지원체계 속에는 보다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대상을 위한 적절하고도 구체적인 계획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계획의 부재 문제는 2016년 예산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노숙인 시설체계의 전문화는 어디?
현재 고령, 장애 등 인구학적 특성을 고려한 홈리스 전문시설이 전무한 실정이다. 때문에 고령에 치매를 가진 홈리스 또는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는 중증장애 홈리스 등 지속적이고 적절한 보호가 필요한 이들이 거리나 쪽방 등지에서 불안정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예산에서는 무료급식장 기능보강사업으로 5,000만원이 신규로 편성되었으나 이 역시 단순한 기능보강의 차원일 뿐, ‘노숙인 등 지원법’에 따른 급식시설로서의 정당한 법적 근거를 갖춘 전문시설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쪽방상담소의 전문화와 기능강화를 위한 계획 및 예산편성 또한 전무한 실정이다. 현재 쪽방상담소는 노숙인복지시설로 분류되고 있지만, 그 기능은 제한적이다. 임시주거지원, 의료지원 등의 기능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어 지역 내 쪽방 주민에게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제 때에 신속하게 지원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한편, 저렴한 쪽방 임대지원사업의 경우, 임차보증금 및 사업추진비(건물수선비 등) 명목으로 11억원이 책정되었다. 이 사업은 건물주에게 쪽방을 임대받아 주민에게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방식이다. 이는 그나마 괜찮은 대책이라 여겨지는 부분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5년이라는 임대기간만 보장할 뿐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임대기간 이후 건물주가 용도변경을 하거나 해당 지역이 재개발될 경우 그곳에 사는 주민들은 또다시 불안정한 삶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쪽방공동체의 순기능을 지켜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존 쪽방을 임대하는 방식보다는 서울시가 건물을 직접 매입하여 장기적으로 저렴하게 제공하는 형태로 운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여전히 아쉬운 노숙인 복지 예산
다소 늦었지만, 서울시의 2016년 노숙인 복지 예산을 간단하게 살펴보았다. 전반적으로는 예산이 늘었고 매입임대 사례관리 강화, 저렴 쪽방 임대사업 등 다양한 지원을 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이는 듯하다. 하지만, 여전히 미비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 곳곳의 쪽방에서는 거주민들이 쫓겨나고 있으며, 심지어 지하도와 같은 거리에서조차 내쫓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홈리스의 현실을 반영한 계획 및 그에 따른 예산 책정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졸속으로 수립된 종합계획이 수정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자체 역시 홈리스 ‘시민’들을 더 이상 ‘관리’ 또는 ‘단속’할 것이 아니라, 이들이 쫓겨나지 않고 머물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그 책임과 노력을 다 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