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취직하고,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집을 사고, 나이들면 아이들이 보내오는 용돈으로 소일꺼리 하고…. 처음 직장을 잡을 때는 단칸방에서 시작하였지만, 올라가는 월급을 조금씩 저축하여 돈이 모이면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 가고,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사고, 집값이 오르고….
모든 사람이 이러한 사이클로 삶을 보내지는 않았을 테지요. 하지만 우리들의 머릿속에는 왠지 이렇게 사는 것이 평범해 보였고, 당연해 보였고, 또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가족’을 만드는 것, ‘취업’을 하고 월급이 오르는 것, ‘집’을 넓혀 가면서 자기 집을 구입하는 것, 게다가 그 집값이 오르는 것…. 이 세 가지가 잘 맞아 떨어지는 것을 우리는 늘 머릿속 한 구석에 간직하면서 인생을 설계해 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어떠한가요? 어디부터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세 가지가 잘 맞아떨어져 가는 사람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첫 단추인 취직하고 단칸방에서 가족 만들기의 시작인 결혼을 한다는 게, 요즘 세상에서는 쉽지 않다고들 합니다.
일본도 한국보다 그 구체적인 상황은 다르지만,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몇 회에 걸쳐서 일본의 청년 주거 문제를 다루고자 하는데요. 한국의 청년 주거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청년 기생충론의 등장
이번 호에서는 청년 주거문제의 실태 중 청년 기생충(parasite)론의 변화에 대해서 살펴봅니다. 청년이 기생충이라? 좀 가혹한 표현일 수 있는데요. 잘 아시겠지만 기생충은 무엇인가에 착 달라붙어서 쪽쪽 빨아먹는 생물입니다. 일본에서 ‘기생충 싱글’이라는 단어가 90년대 말부터 꽤 유행했는데요. 그 말의 뜻은 이렇습니다.
야마다 마사히로, 『기생충 싱글의 시대』
“학교를 졸업하고도 부모와 같이 살고 기초적인 생활 조건을 부모에게 의존하는 미혼자”
‘부모들은 젊을 때 열심히 일해서 가족을 꾸리고 집을 구입하였는데, 자식들은 일할 생각은 하지 않고 부모의 돈으로 괜찮은 생활을 한다.’ 이런 뉘앙스에서 나타난 단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인구가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일할 사람이 줄어든다는데, 집에서 부모가 주는 밥을 먹고 독립할 생각은 안하는 ‘나약한 청년층’이 늘어난다는 것은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 세대내 단신자 비율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 단신자들의 비율) [출처: 일본 빅이슈 홈페이지] |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이 곧 생겨나게 되죠. 이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이 이루어지게 되는데요. 이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취직을 하기 어렵고 하더라도 고용상태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성인 미혼자 대부분이 독립하는 데 필요한 소득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이 연구들은 부모 슬하에 머물러 있는 청년층이 ‘자립심’을 결여하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며, 불안정해지는 노동시장 속에서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합리적 선택을 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죠.
먼저 청년층이 ‘결혼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는 그 경제력이 크게 좌우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2002년 자료이긴 한데요. 일본의 30-34세 남성 중 정규직 중 결혼한 비율은 59%인데, 비정규직은 30%, 아르바이트 취업자는 19%였습니다(일본 총무성 통계국, 취업구조 기본조사, 2002년). ‘꼭 결혼을 해야 행복하냐’ 이런 문제제기도 가능할 법한데, 취업 형태와 결혼 비율이 긴밀한 상관관계를 가지며, 결혼을 하고 싶어도 경제력이 안 되어 포기하는 청년층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왼쪽의 그림은, ‘세대내 단신자(미혼자) 비율’을 나타내는 그래프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해가 갈수록 부모 등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아직 독립하지 못하는 청년층의 비율이 갈수록 증대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부모와 함께 거처하는 청년층이 증가하는 반면, 부모에 의지하지 못하는 청년층도 있을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 호에서 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