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8일 늦은 밤. 서울역 파출소 앞에서 장애홈리스를 지원하고 있던 학생이 경찰에게 불심검문을 당했다. “신분증 좀 봅시다.”라고 다가온 제복 차림의 경찰관에게 위화감을 느낀 학생은 죄지은 사람처럼 얼른 신분증을 건넸다. 경찰은 신분증을 확인하고, 옆에 홈리스도 살짝 쳐다보더니 아무 말 없이 지나갔다. 학생은 억울했다. 경찰관이 왜, 어떤 목적으로 자신을 ‘불법’, '예비범법자‘로 의심하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는 경찰이 불법을 저지른 것이라 말해주었더니, 학생은 경찰을 찾아가 관등성명, 검문 목적, 왜 자신만 검문했는지를 물어봤다, 경찰관은 공무집행이었다며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다. 오히려 “왜 그러냐, 뭐하는데 물어보냐”며 반문했다. 화난 학생이 경찰청에 민원을 넣겠다하니 뒤늦게 이름을 밝히며 미안하다고 했다.
학생은 남루한 옷차림의 홈리스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알 수 없는 의심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이 몹시 불쾌했다. 동시에 거리에서 생활하는 홈리스들이 이렇게 느닷없는 불심검문에 자주 노출되어 얼마나 힘들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맞다. 홈리스는 너무나 자주, 일상적으로 경찰의 공무집행(!) 때문에 굴욕을 당하고 있다.
최근 3~4개월간 인권지킴이 활동 중에 만나는 거리홈리스 1~2명씩은 불심검문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였다. 경찰관이 자는 사람의 얼굴에 핸드폰 플래시를 대놓고 비추면서 확인하는 일이 있었다. 무료급식소나 노숙인지원시설에서 나오는 길에 갑자기 당하는 일도 있었는데 경찰은 무조건 “신분증만 내놓으라”고 할 뿐이었다. 예전에도, 불과 며칠 전에도 검문을 했었기 때문에 얼굴을 알면서도 재차 검문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왜 그럴까라고 물어보니 경찰들이 새로 바뀌어서 “여기 있는 사람들(홈리스)을 일부러 길들일” 목적으로 또 “얼굴을 익히려고” 하는 것이라 보기도 하였다. 자잘한 “벌금이 걸린 기소중지자”를 찾기 위한 것이라고도, “실적을 올리려는 목적”이라 말하는 이도 있었다.
그 상황에서 모욕과 차별을 느꼈는데 이유는 “우리(노숙인)만 대놓고 (검문)한다”는 것 때문이다. 간혹 이것에 대해 따지면 “지나가는 행인 1~2명을 붙잡고 검문하더니 다시 홈리스만 골라서 검문”을 한다는 것이었다. 하루에 많게는 7번씩 당하는 일도, 같은 경찰에게 수일에 거쳐 여러 번 검문을 당하기도 해서 경찰관만 보면 자동으로 신분증을 꺼내는 귀찮은 일을 반복해야 했다. 경찰이 “일부러 그러는 것 같아서 열 받는다”고도 하였다. 하지만 “(힘이 없으니)어쩔 수 없지 않은가”라는 반응도 있었다.
매주 인권지킴이 활동을 위해 차와 음료를 들고 다니는 ‘중년의 남성 당사자’ 활동가도 가끔씩 불심검문 대상이 되었다. 경찰은 홈리스를 지원하는 상담활동을 쓰레기유발 행위(비마이너, 2015년 5월 12일자)로 보는데 오죽하랴. 물론, 그 중에는 과거보다 경찰의 불심검문 태도가 강압적이지 않다며 강제적으로 응하지 않아도 된다고 인식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홈리스는 여전히 불편한 검문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무방비 상태로 온종일 노출된 거리홈리스에게 수차례에 걸쳐 불심검문을 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 지난 4월 말, <연세빌딩 지하보도 노숙인 집중상담·기능평가 계획> 당시, 서울시는 경찰에게 순찰 및 계도 협조요청을 하였다. 이에 경찰은 ‘안전한 치안서비스’가 아닌 ‘거리홈리스를 표적으로 하는 두 차례의 불심검문’ 즉, 공권력 남용으로 답했다. 그렇지 않아도 홈리스는 요즘 무료급식소를 가거나, 구제금을 받으려고 종교시설을 가기 위해 지하철 타는 것도 눈치 봐야 한다. 심지어 자주 씻지 못하고, 갈아입을 옷이 없어서 생기는 냄새로 인해 신고를 받고 온 보안관에게 끌려 나가야 하는 일도 있다.
[지하철역서 먹고자는 '히든 홈리스' 급증]
서울경제. 2016년 7월 21일자2016.7.21
21일 서울메트로 등에 따르면 지난해 지하철역 직원·보안관이 적발한 노숙 건수는 1만9,966건으로 지난 2014년(8,643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는 올해도 마찬가지로 올 5월까지 노숙 단속 건수는 8,758건에 달했다. 단 5개월 만에 노숙으로 적발된 사례가 9,000건에 육박하는 셈이다.
경찰의 괴롭힘이 아니더라도 공공역사를 중심으로 홈리스는 차별과 배제, 범죄의 대상이 되어 몸살을 앓고 있다. 취약한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홈리스를 노리는 명의범죄와 불법요양병원이 판치는 마당에 이들의 ‘안전’보다 공권력을 활용하여 쥐 잡듯 잡는 것이 경찰의 역할인가? 거리에서 살아가는 빈곤한 홈리스를 의심하고, 예비범법자로 낙인찍는 ‘불심검문 횡포’보다는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줄 ‘치안서비스’ 지원이 경찰의 1순위 공무집행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