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야학 이야기]는 야학 교사들이 만난 학생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꼭지
요리교실 첫 시간. 지난 학기에도 수업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분주하다. “선생님, 지금 부르스타 준비해요?” “냄비랑 도마도 가져다 놓을게요!” “부탄가스 떨어져서 사와야 해요~”, “얼른 밥부터 해야 되요~” 교사인 내가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을 가르쳐주고, 저마다 자기 역할을 찾아서 수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수업 재료를 손질하고 양념통을 챙겨서 교실에 가보니, 모두들 앞치마까지 두르고 얼른 수업을 시작하자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고! 요리교실 시작이네!’
밥하는 건 어려워도, 나눠먹을 땐 좋더라구요
야학에 참여하기 이전인 9년 전까진 요리에 ‘요’자도 모르고, 밥도 제대로 해본 적 없었다. 국은 뭐고, 반찬은 또 뭐야~ 간신히 라면은 끓여봤지만, 밥은 그저 집에서 엄마가 해주시는 걸 먹거나, 아니면 사먹거나 하는 게 전부였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홈리스행동에서 활동을 하기 위해선 기본적인 밥, 국, 찬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했다. 어쩔 수 없이(?!) 부엌에 들어가야 하는 일이 고정적으로 생겼다. 밥을 챙겨먹기 어려운 상황이거나, 일을 마치고 서둘러 오거나, 혼자 먹는 밥이 싫은 학생들이 수업 전에 끼니를 챙길 수 있도록 당번을 맡아 식사를 준비하게 된 것이다. 때마다 찾아오는 식사준비에 버거운 적도 있지만, 가끔씩 맛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괜히 우쭐해져서는 인터넷을 뒤적거리며 이번엔 뭘 먹을까 기분 좋게 준비를 할 때도 있었다. 점차 무료급식이나 라면, 빵에 익숙한 사람들과 ‘집밥’을 나눠 먹고 싶었다. 그래서 조미료를 싹 빼고, 가급적 너무 달거나 짜거나 맵지 않게, 되도록 싱겁게 제철 나물을 무치고 국을 끓였다. 그리고 따뜻한 밥 한 끼와 서로의 근황을 나누는 그 짧은 식사 시간이 즐거웠다.
서로 배우는 시간, 따뜻한 밥 끼 나눠요~
그렇게 밥을 한지 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요리실력은 제자리이다. 그런데 이번 학기에 요리교실 교사를 하게 된 것이다. 당혹스럽긴 하지만 어떤 수업을 만들면 좋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치아가 없거나 갖가지 질환이 있는 학생들을 위해, 먹기에도 좋고 저렴하면서 건강한 음식은 무엇일까 찾아보고 수업계획을 만들었다. 그러나 준비한 수업계획과 실전은 달랐다. 가르친다는 것이 큰 의미를 가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미 학생들의 실력은 출중했다. 뭘 넣어야 더 맛이 날지 나보다 더 잘 아시고 말씀해주시니 겸손해지게 되었다. 그래서 가르친다는 것보단 배운다는 생각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생선 손질법을 배웠고, 양념을 적정하게 넣는 법을 알았으며, 고기 양념은 뭘 넣어야 맛있는 것인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직접 만든 음식을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 거기에서 맛보는 즐거움도 크다는 것을 학생들의 모습을 통해 더 많이 배우게 되었다. 이처럼 학생들과 요리교실을 통해 밥을 나누는 관계를 시작했으니 또 무엇을 나눌 수 있을까? 이번에는 결단코 내 요리 실력이 늘어나길 바라며 학생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소박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