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청년 문제가 가족 내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게 된 계기 중 하나는 ‘넷 카페 난민’의 실태가 밝혀지면서 부터입니다. 넷 카페는 한국의 PC방 비슷한 곳인데요. 조금 다른 것은 PC방은 개방된 책상이 있는 반면, 넷 카페는 독립된 좁은 방에 컴퓨터가 있어서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점입니다. 요금은 심야 6시간이면 900엔에서 1,200엔 정도 일본 물가를 생각할 때 아주 저렴하다고 할 수 있죠. 한국의 PC방보다 다소 비싸지만 안락한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곳에서 ‘생활’을 한다면, 어떨까요?
이 넷 카페에서 머무는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알려진 때는 2007년경입니다. 특히 그 즈음 일본에서는 리먼 쇼크라는 경제 공황이 닥쳐와서 실업이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시되었는데요. 이에 정부는 넷 카페나 만화방과 같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 대한 실태 조사를 벌이게 됩니다. 조사 이름은 『주거상실 불안정 취로자 등 실태에 관한 조사보고서』입니다(후생노동성 직업안정국, 2007년 8월). 그 결과를 간단히 살펴볼까요.
주거상실 불안정 취로자 등 실태에 관한 조사보고서
● 대상: 일본 도쿄, 오사카, 나고야의 넷카페와 만화카페 철야이용자 1,664명
● 성별: 남성(77.9%), 여성(22.1%)
● 연령: 20-24세(30%), 25-29세(21.2%)
● 넷 카페 철야 이용 이유
① 컴퓨터 게임, 만화 등을 밤새 이용하고 싶어서(52.8%)
② 일하다가 밤이 늦어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어서(14.5%)
③ 놀다가 밤이 늦어 '집'으로 돌아갈 수 없어서(13.3%)
④ 현재 '집'이 없어 잠잘 곳으로 이용하려고(7.8%)
이 조사결과를 토대로, 일본 전국에 주거가 없어서 넷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은 총 4,700명으로 예상되었습니다. 또한 이들 중 46%가 비정규 노동자, 40.0%가 실업자 혹은 구직포기자로 나타났습니다. 이 조사 결과로 넷 카페가 주거를 상실한 젊은 청년들의 거처가 되어 가고 있음이 밝혀진 것입니다.
이후, 일본 정부에서는 챌린지 넷 사업을 2009년부터 시행하였고, 4대 도시에서 사업을 개시하였습니다. 주 내용은 ①임대주택입주 초기비용의 급부[보증금・사례금*, 중개수수료・이사 전 임대료 등/상한 40만엔(한화 약 437만원), 이자 3%, 그 외 취직활동비, 생활비 등/상한 20만엔(한화 약 218만원), 이자 3%], ②임대주택 입주보증(임대료 체납한 경우에 집주인에 대해 보증) 등과 상담사업이었습니다. 이 사업은 전국적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결국 현재에는 도쿄에서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넷 카페 난민의 실태가 밝혀진 이후 일본에서는 다양한 민간 활동이 벌어지지만, 정작 정부의 활동은 미진합니다. 다음 호부터는 일본 정부의 청년층 주거대책을 살펴봅니다.
* 사례금: 사례금은 레이킹(礼金)이라고 하는데, 입주 시 보증금과 함께 집주인에게 지불한다. 지역과 주택 규모 등에 따라 상이하나 보통 월세의 2배에서 3배 정도이다. 보증금과 다르게 퇴거할 때 집주인으로부터 돌려받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