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도 쪽방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용도변경과 개발로 점차 사라져가는 쪽방 건물의 문제는 쪽방 주민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이에 대한 대책이 건물주와 쪽방 주민 간의 투쟁과 협상에서 나올 수 없다는 것은 이미 동자동 9-20, 남대문5가 쪽방 주민 퇴거를 통해 서울시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쪽방이 거리홈리스의 탈노숙 발판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그 예로 서울시 역시 거리 홈리스를 대상으로 하는 임시주거지원 등을 통해 정책 수단으로 쪽방을 활용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따라서 지역 개발이라는 그럴듯한 이름 아래 진행되는 쪽방의 멸실에 대해 서울시는 방관할 수 없는 입장입니다.
새꿈하우스
이미 서울시는 13년 5월 ‘쪽방 임대사업 지원을 통한 공동체 육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화장실, 주방을 공유하고 개인 공간을 보장하는 공유주택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을 짧게 짚어 보면 2013년 7월부터 10월까지 ‘새꿈하우스 1, 2, 3호’(3개소 40호)가 동자동에서 문을 열었습니다. 시범사업 성격이었지만 사업의 목적은 의미심장했습니다. 중장기 계획으로 쪽방촌 마다 100여개의 저렴 쪽방을 만들어 쪽방촌 전체 월세의 가격 결정자 역할을 하면서 급격한 임대료 상승을 억제하고 주거비 부담을 완화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참고로 2013년도 당시 동자동 쪽방촌의 평균 월세 가격은 23~25만원 정도였습니다. 2006년엔 12~13만원 했으니 7년 동안 90% 정도 인상된 것입니다. 쪽방촌 주민의 절반을 이루는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13년도 현금급여(생계+주거)가 약 47만원 이었으니 월세를 지불하면 저축은 고사하고 식사도 제대로 해결 할 수 없는 금액만 남게 되는 것입니다. 한 평 남짓한 방을 임대하는 비용이라 하기엔 너무 높습니다.
▲ 저렴 쪽방 임대 지원 사업 현황 [출처: 서울시] |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새꿈하우스 1, 2호’를 만들기 위해 13년 6월부터 동자동 쪽방촌의 쪽방건물 35-145, 9-3에 리모델링 사업이 진행되었습니다. 리모델링을 하기위해 기존 거주자를 고려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했는데, ‘홈리스뉴스 15호’에서 그 내용을 다루고 있으니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새꿈하우스 4호’는 동자동 9-20 건물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새꿈하우스와 만들어진 배경이 조금 다릅니다. 2015년 2월, 9-20번지 건물에는 42명의 주민이 살았습니다. 건물주는 건물구조 안전진단 결과를 빌미로 모두 퇴거하라는 공고를 붙였습니다. 그 후 9-20번 주민들이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렸고 건물주를 만나고 서울시장을 만나면서 고군분투 했습니다. 주민 3명은 6월 19일, 법원에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을 냈고 9월 9일, 이것이 법원에 받아들여졌습니다. 건물주의 강제철거 행위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위배된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법원은 쪽방을 주거로 인정했고, 쪽방 입주 시 작성한 계약기간이 한 달이여도 법적으로는 임대차 기간이 2년으로 인정되므로 계약 기간이 남아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이후 서울시의 개입으로 건물주는 용도변경을 포기하고 서울역쪽방상담소가 4년간 건물 운영을 위탁받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동자동 9-20번지 ‘새꿈하우스 4호’는 주민들이 지키고 싸워서 얻어낸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 동자동 쪽방촌 ‘디딤돌하우스 2호’ 건물 외관 [출처: 서울시] |
서울시의 <저렴 쪽방 임대 지원사업>은 ‘새꿈하우스’와 ‘디딤돌하우스’로 구분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새꿈하우스는 서울시가 보증금, 리모델링 비용 등을 모두 지원한 것이고, 디딤돌하우스는 (주)현대엔지니어링에서 비용을 후원하는 점이 다른 점입니다. 현재 창신동과 동자동에 각각 1, 2호가 오픈한 상태입니다. 아무래도 기업의 후원이 있다보니 주민들을 대상으로 공동 작업장을 통한 자활지원과 문화·취미지원 또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직 서울시 전체 쪽방 주민 수에 한참 못 미치는 물량이지만 서울시가 재정을 투입한 <저렴 쪽방 임대 지원사업>은 쪽방의 주거환경 개선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기존 주민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것 또한 서울시의 성과로 언론에 보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유권이 민간에게 있는 이상 동자동 9-20번지와 남대문5가 쪽방촌 개발로 인한 쫓겨나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고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공공 쪽방이 필요합니다. 소유자의 재산권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기존 쪽방지역이나 그 주변의 토지, 건물을 매입해 공공 쪽방을 공급해야합니다. 이미 서울시도 쪽방의 중요성을 알고 있습니다. 지금의 쪽방건물 임대 방식이 아닌 도심 내 빈곤층의 주거지와 공존 할 수 있는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한 번 소멸된 쪽방 건물은 다시 그 기능을 살릴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