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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세계의 홈리스] 홈리스 상태를 범죄화하는 도시에서의 권리 투쟁

[세계의 홈리스]는 미국, 유럽 등 세계의 홈리스 소식을 한국의 현실과 비교하여 시사점을 찾아보는 꼭지

사라지는 텐트촌, 무시당하는 권리

거리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엄청나게 많은 문제들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중에서도 잠들 수 있는 장소를 찾는 문제는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전체의 32%에 해당하는 홈리스들이 머무를 수 있는 장소를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미국의 주요 도시 가운데 하나인 덴버에 자리한 텐트촌 역시 머물 곳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입니다. 그러나 작년 11월, 도심 북쪽의 위치한 텐트촌을 철거하기 위해 경찰들이 들이닥쳤습니다. 경찰은 홈리스들에게 계고장을 전달했고, 결국 그날 밤 그들은 잠들 수 있는 장소를 빼앗겼습니다.

미국 각지의 도시들에서는 최근 홈리스 텐트촌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빈곤한 사람들에게 공공장소를 개방해야 하는가, 아니면 범죄와 마약의 온상으로 간주하여 텐트촌을 철거할 것인가를 두고 말입니다. 새로운 텐트와 침낭들이 도시의 거리와 공원 등지에서 증가하게 되면서 심각한 갈등을 야기하게 된 것입니다.

  덴버의 아파트 근처에 있는 홈리스 텐트촌. 홈리스에게 이곳은 텐트를 치고 침낭을 풀어 놓을 수 있는 작은 피난처이지만, 공무원의 눈에는 단지 불법적이며 위험한 장소로 비칠 뿐이다. [출처: 뉴욕타임스]
시애틀에서는 한 시의원이 3,000명에 이르는 거리 홈리스들을 일부 공원과 미개발된 공유지에 머무르게 하자고 제안을 했다가 격렬한 저항에 부딪히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한편, 덴버의 시의회는 캠핑을 금지하는 조례를 통과시켰습니다. 시 당국자들은 텐트촌이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안전하지도, 위생적이지도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실직, 정신 질환, 장애 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 거리의 홈리스들을 텐트촌에서 추방하는 것은 가난하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에 많은 활동가들과 홈리스 당사자들이 도시 내에서 캠핑을 금지하는 조례를 개정하기 위해 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캠핑을 금지하는 것은 홈리스들의 생존 수단을 빼앗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그들은 ‘쉼을 위한 권리’가 홈리스를 위한 새로운 권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홈리스 숫자가 줄어든 진짜 이유?

한편 작년 11월에는 미국의 주택도시개발부에서 매년 발간하는 연례홈리스 사정보고서가 발표되었습니다. 이 보고서는 작년에 비해 홈리스 상태에 처한 남성, 여성, 아동들의 규모가 약 3% 정도 감소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주장을 접할 때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현재 주택도시개발부는 홈리스가 감소한 지역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추가 지원을 받기 위해 홈리스의 수를 실제보다 적게 보고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작년 동짓날에도 어김없이 한 해 동안 거리에서 죽어간 홈리스를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홈리스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손쉽게 단정 짓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성도 보장받지 못한 채 거리에서 삶을 마감한 사람들을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만드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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