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지킴이를 통해 만난 지 약 2년 된 홈리스가 있다. 병원에서도 딱히 원인을 규명할 수 없는 통증과 관절염으로 고생하고 잠도 잘 못자는 분이시다. 이렇게 진단서가 나오지 않고 약도 잘 들지 않는 만성통증에도 가끔씩 일용직에 용돈벌이를 했다. 종교시설에서 생활했지만 열악한 식사와 딱딱한 공동생활이 힘들었다. 게다가 일하면서 돈을 벌고 싶지만 자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할 것이 없었다. 그래서 거리노숙을 하다 한번은 주거지원을 통해 고시원을 얻었다. 하지만 자활이 아닌 희망리본으로 연계가 되어 면접을 보고, 떨어지기를 반복. 결국 취업이 되지 않아 포기하고 주거도 상실했다. 아파서 요양병원에도 입원해봤지만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다시 나와 노숙을 했다. 통증 때문에 먼저 있던 종교시설로 다시 들어갔다. 하지만 3개월 만에 도저히 안 되겠다고 느꼈고, 뛰쳐나와서 나를 찾아왔다. 아무리 살펴봐도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어서였다고.
긴급복지지원을 통해 주거를 확보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하지만 여기에 예상 밖에 일이 생겼다. 노숙인의 경우 노숙인시설을 통해 신청해야 한다. 의뢰서를 작성해줘야 할 실무자가 신청자격 기준을 보수적으로 판단해버린 것이다. 실무자는 최초 노숙이 2005년이라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실제 긴급복지지원제도 대상자에 ‘최초’노숙에 대한 언급이 없고, 1개월 전에 퇴소하여 거리노숙 중에 있으므로 위기사유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실무자는 각 지자체가 다른 기준을 갖고 있다며, 대상자가 언제 처음 노숙을 했는지 지자체에서 물어본다고, 그러니 어차피 안 될 거라면서 본인 역량 밖이라고 딱 잘라 거절했다. 어이없었지만 급하게 다른 노숙인시설에 문의하니, 이번에 노숙을 하게 된 것이 1개월밖에 되지 않았으므로 당연히 위기에 처한 분이시라며 의뢰서를 작성해줬다. 그리고 구에서도 빠르게 지원을 해준 결과 이분은 현재 안정적인 주거를 확보하였고, 꾸준히 병원을 다니고 있다.
이처럼 같은 거리홈리스의 상황을 두고 실무자의 판단에 따라 다른 지원이 가다보니 필요한 이들에게 정보를 안내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당연히 될 것도 포기할 수 있다. 계속 따지고 묻고 고쳐가지 않으면 20년 전 노숙 시작을 기준으로 삼을지 모른다. 노숙당사자와 가장 먼저 만나는 실무자의 개인역량도 문제지만, 노숙도 위기사유라 규정하여 이용가능한 제도조차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지자체의 태도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참고: 행정규칙 <위기상황으로 인정하는 사유>에 ‘가족으로부터 방임유기 또는 생계유지의 곤란 등으로 노숙을 하는 경우로 다음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로 ‘노숙인 시설 및 노숙인 종합지원센터에서 노숙인을 사정하여 시군구청장에 긴급지원대상자로 신청한 경우’나 ‘노숙을 한 기간이 6개월 미만일 때’에 해당하면 긴급복지지원 대상이 된다.
왜 이렇게까지 곤란하게 만드는 걸까? 구직활동을 안하면 돈을 안준다니 할 수 밖에 없다. 구차함이나 곤란함보다 입에 풀칠하는 것이 우선이다. 견딜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억울한 건 어쩔 수 없다. 못 배웠다는 이유로 실직해도 손발이 고생해야하는 상황이 억울하기만 하다. 그리고 이런 상황들이 점점 익숙해져가는 사람들이 안쓰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