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이번호 [인터뷰]의 주인공은 서울의 후암동 쪽방에서 생활하고 계신 최동수(가명・30대 중반)님이다. 그는 전남의 한 섬에서 20년 가까이 무임금 강제노동에 시달렸는데, 자신의 이 이야기를 꼭 알리고 싶다며 홈리스뉴스 측에 인터뷰를 자청했다. 그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Q 홈리스뉴스에 인터뷰를 자청하신 이유를 듣고 싶다.
노숙인이든 다른 어려운 사람들이든 나 같은 피해를 안 당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하게 됐다.
Q 20년 가까이 임금을 받지 못하고 섬에서 일을 했다고 들었다. 처음에 섬에는 어떻게 들어가게 되었나.
14살 때 처음 섬에 가게 됐다. 어린 나이에 서울에 와서 일자리를 구하려고 했었는데, 어려서 그런지 잘 안 써주더라. 거리노숙을 하다가 어떤 분이 서울역에 가면 공짜로 밥을 주는 데가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무심코 서울역에 갔는데, 어떤 사람이 일자리 안필요하냐고 물어봤다. 몇 년 고생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목포에 있다고 하면서. 그래서 같이 갔는데, 도착하니까 말이 변하더라. 사람이 다 차서 갈 데가 김 양식장밖에 없다고. 결국 섬으로 들어가 김 양식장에서 일을 하게 됐는데, 어린 나이에 들어가서 그런지 엄청 때리더라. 결국 그 곳에서 도망쳐 나왔다. 근데 육지로 나가지는 못하게 됐다. 며칠 돌아다니다가 다른 데보다는 안전할 것 같아 농사일 하는 데를 들어가게 됐다. 거기서 18년 동안 살게 된 거다. 작년까지.
Q 14살이면 학교를 다닐 나이였을 텐데, 왜 어린 나이에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오게 되었나.
어릴 때 보육원에 있었다. 거기가 구타가 워낙 심했다. 가족도 찾고 싶었고, 일단 폭력에서 벗어나고 보자 해서 서울로 오게 된 거다.
Q 섬에서의 생활은 어땠나.
때리거나 하진 않았지만, 심한 욕을 듣거나 하기는 했다. 시간을 정해놓고 일을 한 것도 아니고 눈 뜨면 밥 먹고 일하고 하면서 그렇게 살았다. 어떤 날은 야간에도 일을 했는데 새벽 1시나 2시에 끝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가을에 자주 그랬다. 돈도 한 푼 못 받고…. 밥도 형편 없었다. 하루 세 끼는 먹었는데, 거의 이것저것 막 비벼서 만든 밥만 먹었다.
Q 작년까지 계속 섬에서만 있었나.
(섬 자체가) 한 번 들어가면 거의 도망을 못 나온다. 같은 동네 사람에게 잡힌 경우도 있었고 택시기사한테 잡힌 경우도 있었다. 몇 번인가 나온 적이 있긴 있었다. 서울역으로 2~3번 정도 와서 노숙을 하기도 했었는데, 하도 배가 고프고 해서 도저히 못 참겠더라. 일자리도 누가 안 써주고…. 그래서 (농장 주인에게) 연락해 다시 섬에 들어간 적도 있다.
Q 작년에 마지막으로 나왔을 때부터 현재까지의 상황을 짧게 말해달라.
(일하던) 집 사람들이 여행을 갔을 때 도망을 나왔다. 작년 7월에 서울로 와 노숙을 했다. 인력사무실도 가봤는데 요즘엔 증(안전교육이수증)이 없으면 안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노숙 생활을 며칠 했는데, 주변에 나랑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이 몇 분 계시더라. 그분들이 (무임금 강제노동을 한 것이) 화도 안 나냐고 했다. 생각해보니 (일했던 집) 사람들이 괘씸하더라…. 그러다 거리의천사들 총무를 만나 이야기를 했더니, 무료로 변론을 해주는 데가 있다고 하면서 홈리스행동 활동가를 소개해줬다. 이후 동자동 쪽으로 오게 됐다. 그랬더니 먼저 쪽방하고 수급 신청을 알아봐 주더라. 변호사님이 수급 신청 이후에 소송을 진행하는 게 더 수월할 거라고 했다. 수급자가 되고 나서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
Q 앞으로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얼마 전에 여기(홈리스행동 사무실)로 오다가 서울역 근처에서 ‘섬에 일자리 있는데 안 가볼 거냐’고 묻는 사람을 또 만났다. 요즘엔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싣고 간다고 하더라. 근데 경찰서가 바로 건너편에 있었다. (이러니) 도움 요청을 해봤자 하지도 못하지. 어떤 사람은 (브로커를) 신고하겠다고 했더니 오히려 협박을 당한 적도 있다고 들었다.
앞으로 이런 노예 사건 같은 건 없었으면 좋겠다. 좀 정식적인 그런 걸로 해서 사람 모집을 했으면 좋겠다. 좋겠는데, 그렇게 될지 의문이다. 정부에서도 잘 감시하고 단속도 수시로 했으면 좋겠다. 근데 내가 봤을 땐 별로 의지가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