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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홈리스 추모제 특별판] 홈리스 고립사, 공영장례조례가 답할 수 있을까

[홈리스 추모]

고립사[孤立死-국내에서 고독사(孤獨死)라 부르는 죽음을 일본에서는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죽음이라는 의미로 고립사(孤立死)라고 부르고 있다]가 일상화하고 있다.‘아무에게도 보살핌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사망하고, 그 후로도 상당 기간 동안 방치되는 죽음’즉, 고립사가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 보도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은 고립사 예방을 위한 다양한 조례 그리고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러한 대책들 가운데, 지난 11월 9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양숙 위원장은「서울특별시 공영장례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조례안은 서울시의회 제277회 정례회 기간 중 상정되어 오는 12월 18일 심의될 예정이다. 하지만 조례안을 확인하면서 과연 누구를 위한 조례인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기존의 기초단체 조례보다는 진일보했다. 하지만 공영장례 조례의 핵심적인 내용이 누락된 채로 조례안이 발의되었다. 현재 발의된 조례 제6조의 지원대상을 보면, 제1호는 무연고 시신을, 제2호는 연고자가 ①미성년자, ②장애인, ③75세 이상 어르신으로 장례처리 능력이 없는 경우를, 제3호는 그밖에 시장이 공영장례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만을 지원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무연고사망자 300여 명을 제외한다면, 현재 발의된 공영장례 조례에 따라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우선 장제급여를 받는 사람 중에 연고자가 미성년자인 경우와 장애인으로만 구성된 경우는 몇 명이나 될까? 그리고 연고자가 75세 이상 어르신이라면 이 연고자의 부모는 몇 살이겠는가? 한국인의 평균수명을 고려한다면 부모는 이미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고, 사망자가 자녀라고 한다면 아직은 50대 전후로 한참 일할 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식을 먼저 보내는 저소득층 사망자 중 75세 이상 어르신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따라서 이 조례를 통해 공영장례 지원대상이 되는 서울시민은 아주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합리적인 추론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공영장례 조례는 과연 누구를 위한 조례인가?

그리고 장례는 가족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발의된 조례 제8조제3호에 따르면‘노인돌봄대상자 독거노인 장례서비스 집행기준’에 따라 유가족은 최소 3시간 이상의 빈소 대여료(10만 원), 영정사진 등(5만 원), 꽃바구니(10만 원), 물품구매 및 대여(5만 원), 도우미 교통비(5만 원)를 포함 총 40만 원 범위 내에서만 장례를 치를 수 있다. 어떻게 유가족에게 가족과 이별할 시간을 단 3시간을 기준으로 제시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물론 아직 조례가 상정되어 심의·의결되기까지는 논의 과정이 남아 있다. 논의 과정에서 공영장례의 취지에 맞게 수정·보완되기를 기대해 본다.

고립사가 한국 사회에 길을 묻고 있다. 한국 사회는 이제 대답해야 한다. 기대 속에 발표되는 <서울시 공영장례 조례>가 답하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래도 이제 광역단체 차원에서의 조례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이왕이면 실효성 있는 조례가 만들어져 서울시 공영장례 조례안을 대표 발의 한 박양숙 의원의 바람처럼“한국사회에서 공영장례가 보편적 사회보장이 될 수 있는 이정표가 되기를”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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