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상태는 단지 집이 없는 상태를 넘어서, 그를 둘러싼 모든 개인적/사회적 상황들이 가장 열악하고 위험한 상태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홈리스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홈리스들이 생존을 위해 취할 수밖에 없는 행위들을 끊임없이 범죄화하고 있으며, 도시개발 및 상업화로 인한 거주지, 공공장소 등에서의 퇴거조치로 홈리스를 위협하고 있다.
‘사람’ 허락하지 않는 ‘사람’길
2017년 5월 20일. 서울역 서부와 남대문 시장을 잇는 <서울로 7017>이 개장되었다. 서울시는 서울로 7017을 단절된 서울역 일대를 통합·재생하는 사람 중심 도시재생 사업이라 소개하며,‘사람’길의 탄생을 자축하였다. 그러나‘사람’길을 만들겠다는 서울로 7017은 조례안에서부터‘사람’을 원천적으로 배제시켰다. 즉, 서울시는 조례안을 통해, 눕는 행위, 노숙행위, 구절행위 등 통행에 방해가 되는 행위(1항 3호)와 심한 소음 또는 악취가 나게 하는 등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행위(1항 6호)를 삽입함으로서 홈리스의 서울로 이용을 제한한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의 대응으로 노숙행위를 제한하겠다는 조항은 결국 삭제되었지만, 소음과 악취 등을 제한하는 조항은 남아 홈리스들이 서울로 7017을‘차별없이’이용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 지난 2016년 3월 경, 서울역 지하철 내부에 부착된 <노숙인 접근금지!!> 바리케이드. |
서울역 및 용산역 등 주요 도심지역이 개발되고, 공공역사가 상업화되면서 홈리스에 대한 퇴거가 횡행하고 있다. 민자역사 15곳 중 13곳이 이미 홈리스에 대한 퇴거조치를 단행한 바 있으며, 홈리스를 퇴거시킨 대부분의 역사는 막대한 운영수입을 거둬들이고 있었다(윤소하 의원실 국정감사, 2017). 특히 서울역은 2011년‘서울역 야간 노숙행위 금지’조치 이후, 맞이방 수입이 최대 32%(2016년 기준)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사람을 내쫓으면서 사리사욕을 챙긴 전형적인 민자 역사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공공장소는 홈리스에게 있어 앉아서 쉴 수 있는 장소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명의도용, 인신매매 등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홈리스들에게 그나마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하며, 숨겨진 홈리스(hidden homeless)라 불리는 홈리스 여성들에게는 사회복지체제로 유입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서울역을 비롯한 공공역사들은 추위를 피해 앉아서 눈을 감고 있는 행위만으로도 홈리스들을 퇴거시키고 있다.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도시개발로 인해 주요 도심지역의 쪽방촌들은 끊임없이 멸실되고 있으며, 그로인해 찾는 공공장소에서는 노숙행위 자체만으로도 홈리스들을 범죄화/형벌화시키고 있다. 경찰들의 실적쌓기식 불심검문은 500원짜리 구제금을 받기 위해 찾은 교회에서도 부지불식간에 진행되며, 공권력 및 민간경비용역 등에 의해 욕설과 폭행을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홈리스들에게 제공되는 지원체계는 터무니없이 열악하며, 시설입소 중심의 정책에 불과하다.
2012년 6월, 서울시는“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서울시 노숙인 권리장전>을 제정하였다.‘시민’으로서의‘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인권도시를 지향하는 서울시 홈리스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