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2011년) 폐품 수집을 금지하는 조례가 교토시에서 발효되었다는 것을 알려드린 바 있습니다. 주요한 내용은, 지정된 업자가 아닌 사람이 모아놓은 재활용 쓰레기를 수집하면 수집물의 압수와 함께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대도 있었지만 결국 조례가 통과되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처음으로 이 조례와 관련하여 한 시민이 체포가 되는 사례가 발생하였습니다.
알루미늄 캔 수집을 하던 77살의 A씨가 22일 동안 구속된 이유
1월 17일 도쿄시에서 알루미늄 캔 수집을 하던 77살의 A씨가 쓰레기를 회수하려던 교토시 공무원과 시비가 붙어 체포되었습니다. A씨는 고령에다 질환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하고 생활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필요한 돈을 알루미늄 캔 같은 재활용 쓰레기를 조금씩 모아서 팔아 생활해왔다고 합니다.
체포하기 위해 죄명을 바꾸다
▲ 홈리스행동은 2012년 5월에 인권영화제가 열린 청계천 광장에서 일본 미카타시의 폐품수집 금지조례 철회를 촉구하는 서명전을 벌였다 [출처: 홈리스행동] |
이에 학생 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이 모금 활동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교토시 빈 깡통 회수 금지조례를 생각하는 모임” 등의 단체에서는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조례의 문제점을 알려냄과 동시에, 벌금 모금 활동을 벌였습니다. 벌금 납부 기일은 2월 21일까지였는데, 다행히도 그 이전에 15만엔이 넘는 돈이 모여서 A씨는 무사히 풀려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관련 단체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하여, 이 조례의 부당성을 알려나갈 활동을 계속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합니다.
빈곤한 사람들, 나이가 들었거나 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한정되어 있습니다. 폐품 수집은 그 얼마 되지 않는 일 중,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도 간단치 않습니다. 고된 노동에 비해 대가는 매우 적습니다. 또한 사람들의 눈치를 보아야 하고, 되도록 폐를 끼치지 않도록 노력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노동을 금지하는 것은, 적절한 생계수단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가혹한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또한 A씨에 대한 교토시 직원의 태도에도 눈여겨보아야 할 점들이 많다고 봅니다. 함부로 인신을 구속하고, 또 죄명을 적당하게 바꿔서 체포하는 모습들은, 일본 사회에서 빈곤한 사람들이 행정적으로 어떠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 시민사회단체들이 만든 로고: ‘빈 캔은 노동자에게’라고 쓰여 있다. [출처: 빈 캔 회수금지조례 반대 데모 실행위원회] |
빈곤한 사람들에 대한 일방적 통제
이 사건은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질서라는 이름으로 갖가지 규제, 행정적인 조치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행인들을 귀찮게 하는 것(?), 음주에 대한 금지와 규제는 일본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것들이 일정정도 불편함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저변에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개선의지 없이 개별적 행동만을 문제 삼는 것은 빈곤한 사람들에 대한 일방적 통제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