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역 홈리스의 엽서 [출처: 서울역 공대위] |
문제 따로 결정 따로
‘노숙인 인권 상황관련 정책 개선 권고’는 “역 주변 등 노숙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유발할 수 있는 공공장소에 대한 음주제한 구역을 설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한편, 인권위는 권고 전문을 통해 노숙인 관련 정책이 “국민으로서 가지는 권리의 보장에서 접근하기보다는 노숙인에 대한 관리정책으로 접근해왔다”며, “노숙인이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집단적 낙인은 무수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낳아 집단적 차별로 변이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알코올의존과 정신질환 환자에 대한 현장 의료지원이 빈약하고, 노숙상황에서 의료접근권을 실효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하였다. 관리정책을 문제로 지적하던 인권위 스스로 관리를 권하는 어이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음주금지구역=노숙금지구역
광역지자체장을 상대로 권고된 ‘음주금지구역’은 노숙인에 대한 관리‧통제정책의 주요한 근거로 작용될 수 있다. 기존에도 지자체나 공기업들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시행령)’의 야영금지 조항이나 자체 규정에 따라 노숙을 금지하는 정책을 일관해왔다. 하다못해 일부 공공장소에는 ‘노숙자 출입금지’ 입간판을 세워놓거나 ‘노숙자율금지구역’을 지정해 놓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발표된 인권위의 권고는 노숙인 통제의 기폭제가 되기에 충분하다. 특히, 2000년대 후반 들어 기초지자체마다 ‘음주청정지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가 속속 제정되고 있는데, 이번 인권위 권고는 이와 같은 제도를 활용, 기초지자체마다 노숙을 금지하는 근거로 활용될 위험이 있다.
이와 달리, 정부‧지자체를 상대로 하는 노숙인 정책개선 권고는 느슨하기만 하다. 권고의 대부분은 이미 계획상 추진 예정인 사업들을 재 언급하거나, 이미 진행되고 있는 사업을 권고하는 뒷북치기에 머물고 있다. 인권위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고, 각 지자체마다 권고에 대한 판단이 다를 수 있기에 권고에 따른 변화는 그리 빠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인권위 권고의 폭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홈리스 당사자들 스스로 향후 노숙현장에서 일어나는 변화, 특히 음주금지구역 지정이나 여타의 통제정책에 대해 긴장감을 갖고 주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