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비즈니스 연재
빈곤 비즈니스가 최근 일본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호부터 몇 차례에 걸쳐 빈곤 비즈니스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 빈곤층이 밀집되어 있는 오사카 “가마가사키”지역의 저렴한 방값을 홍보하고 있는 간판들. 1박에 1200엔이라 쓰여 있다. 한화로 약 1만 5천 원 정도이다. |
빈곤 비즈니스란 무엇일까요? 빈곤층을 주 대상으로 하는 산업을 말합니다. 그렇지만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사업들이 있고, 이중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가난한 사람이 원하는 상담을 해주는 사업도 있을 것이고, 또 필요한 물건들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서비스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빈곤 비즈니스에 무엇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인가는 다소 애매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 일본인 활동가는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되, 빈곤으로부터 벗어나는 데 기여하는 것이 아닌, 빈곤을 고정화하는 비즈니스”(유아사 마코토 씨)
즉, 가뜩이나 돈 없는 빈곤한 사람들을 쥐어짜고 착취하여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사람들을 의미할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정말 나쁜 사람들이구나, 라고 바로 생각이 드실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먼저, 가난한 사람들에게 집을 빌려주는 쪽방 주인, 고시원집 주인 등은 빈곤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것일까요? 사람들에 따라서는, “이렇게 허름한 집인데 20만원이나 내는 게 말이 되냐?”라고 말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또 어떤 사람은 “그래도 이렇게나마 빌려주는 곳이 있으니, 두 발 뻗고 잘 수 있는 것 아니냐.”라는 분도 계실 겁니다. 다른 한편으로, “쪽방 값이 이렇게 비싸니, 내 생활이 이 모양이지.”라는 분도 계실 테고, “그나마 이 돈에 빌릴 수 있는 곳이 있으니, 재기가 가능하지 않겠나” 라는 분도 계실 겁니다.
급식을 나눠주는 자원활동 단체도 마찬가지겠지요. 어떤 분은 “따뜻한 밥을 줘서 고맙다”라고 하실 테고, 다른 분은 “누가 누구 덕에 돈 버는지 모르겠다”라고 하시면서 ‘노숙인 덕에 자원단체가 커지는 것 아니냐’라고 비아냥거리는 분들도 계실 수 있을 겁니다.
▲ 생활보호에 대해 무료로 상담해준다는 안내. 안정적으로 집값을 받을 수 있는 수급자는 당연히 환영이다. |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로 빈곤층을 대상으로 집을 빌려주거나, 일자리를 알선해 주는 단체들은 대부분 “NPO"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습니다. ”NPO"는 한국식으로 하자면 시민단체입니다. 예전 1995년 큰 규모의 지진으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는데, 그때 서로 도와서 극복하자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시민자원단체들의 활동이 활발해졌고, 이를 기점으로 NPO 관련법이 정비되면서 법이 만들어져서 시민단체를 만들기가 비교적 쉬워졌습니다. 게다가 최근 경제 불황과 맞물려 다양한 지방자치단체의 프로그램들이 실시되면서, 이를 대행하는 NPO 단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게 된 것입니다. 또 최근에는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기업’이라는 것도 늘어납니다. ‘사회적 기업’은 ‘돈 버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본래대로 한다면 NPO나 사회적 기업의 목적은 ‘빈곤층이 빈곤에서 탈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단체들 중 일부가 ‘빈곤층 덕에 수입을 올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주택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의식주의 제공은 물론, 의료, 활동보조 서비스, 고용, 교육, 오락, 도박, 금융 등 다양한 서비스가 망라되어 있습니다. 가끔은 이들 뒤에 야쿠자 같은 폭력단들도 끼어 있습니다. 오히려 그런 경우에는 ‘나쁜 짓’이라는 게 확연히 드러나지만, 이것보다 훨씬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게 문제입니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빈곤층에 대한 서비스일까요? 착취일까요? 또는 없어져야 하는 것일까요? 더 활성화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 호부터는 구체적인 사례를 짚어가면서 일본의 빈곤 비즈니스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이를 통해 한국의 시사점을 찾아보도록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