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있지마
지난 3월 초, 서울역 지하도 3번 출구 밑 벽에 부착된 안내문이다. 마치 중한 범죄를 저지른 도망자를 보면 발견 즉시 신고해달라는 것 같은 인상이었다. 이 벽보가 부착된 통로는 많을 땐 10명이 넘는 홈리스들이 있던 곳이었다. 주로 여성들이, 응급대피소 이용을 하지 않는 중년, 노인 남성들이, 장애를 가지거나 몸이 아픈 이들이, 노숙을 막 시작한 사람들이 비와 눈과 바람을 피해 앉아서 때로는 누워서 몸을 쉬던 곳이었다. 하지만 서울역 철도 역사처럼 사람을 내쫓는 일들은 없었기 때문에 추운 겨울을 크게 눈치 볼 일없이 생활했었다. 그런데 추위가 채 가시기도 전에 서울역에서 경고문을 붙인 것이다. 이런 경고문이 부착되기 시작하면 곧 다른 곳으로 확산되기 마련이다. 홈리스들이 머물지 못하고 또 다른 곳을 찾아 떠났다. 그래서였을까! 분명 안내문 부착 이전에 이곳에 늘 계시던 분들이 보이지 않았다. 매주 만나 안부를 확인하던 사람들이 보이지 않으니 불안하다.
죄인이야? 신고하라니!
홈리스 상태에 놓인 사람들을 공공영역에서 내쫓는 행위들은 마치 이들에게 주홍글씨를 찍어, 공공의 공간에서 영원히 추방하고자 하는 것과 같다. 그 보이지 않는 낙인의 영향으로 거리에서 생활하는 홈리스를 마주대하는 사람들은 이유모를 불안과 공포, 불편한 이질감을 갖게 되었다. 그들이 왜 홈리스가 되었고, 거리에서 생활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구조적 원인을 배제한 채, 공공역사로 찾아오는 이들을 보듬지 않으려고 단지 조금 다르게 보이는 모습이 전부인양 잠재적 범죄자라는 딱지를 붙였기 때문이다. ‘홈리스(=범죄자), 그러니 신고하라!’ 이런 미성숙한 모습들을 공공역사에서 주도하는 모습은 큰 실망을 안겨준다. 이제, 새롭게 홈리스가 되는 사람들도 행여나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찾아간 공공의 공간에서, 그 거리에서 잠을 자는 순간, 도끼눈을 뜨고 내쫓으려는 공공역사의 속 좁은 횡포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범죄자가 아니다. 단지 극한의 빈곤상태에 놓여서 지원이 절실한 사람들 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