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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12호-진단] 서울시 노숙인 의료보호, 그 위험한 구상

[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2004년 4월, 서울시의 노숙인 진료 중단 선언에 항의하는 시청 앞 시위
최근 경남도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쇄 시도가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적자 문제가 자리하는데, 공공의료를 비용의 문제로 치환하는 한 답을 찾기는 어렵다. 수익논리는 공공의료를 평가하는 기준, 적어도 공공 의료기관의 존폐를 결정할 기준이 될 수 없다. 공공성 이행을 판단할만한 척도를 개발하고, 그에 기반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공공의료 정책의 비용 편향은 멀리 진주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월 서울시가 마련한 ‘노숙인 의료보호 사업 시행지침’에서도 이와 같은 흐름을 읽어내기는 어렵지 않다.

서울시와 복지부의 핑퐁 게임
노숙인지원법 시행 이후 ‘노숙인등’에 대한 의료지원은 크게 두 축으로 진행된다. 한 축은 복지부에서 기준과 내용을 정한 ‘노숙인 1종’ 의료급여이며, 또 한 축은 지방정부 차원의 ‘노숙인 의료보호’다. 먼저, ‘노숙인 1종’ 의료급여 수급 자격을 보면 아래 글상자와 같다.

1) 노숙인 일시보호시설, 노숙인 자활시설(기존 노숙인쉼터) 입소자 중 법률 제2조제1호 가목부터 다목까지의 규정에 따른 노숙인 해당 기간이 지속적으로 3개월 이상 유지된 것으로 확인된 사람으로서 질병, 부상, 출산 등에 대해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사람
2)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거나 6개월 이상 체납된 사람
3)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사람

얼핏 보더라도 노숙생활 3개월 미만인 사람, 시설에 입소하지 않은 사람은 배제된다는 문제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러하기에, 2013년 2월 말 현재 노숙인1종 의료급여 수급자는 서울을 기준으로 294명(전국 347명)에 불과하다. 쪽방 주민을 뺀, 거리와 시설 입소 노숙인만을 보더라도 채 10%도 포괄하지 못하는 규모다. 결국 90%가 넘는 인원은 서울시 노숙인 의료보호를 통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 역시 넓은 사각지대를 예고하고 있다. 문제의 시작은 ‘돈’이다. 노숙인 1종 의료급여는 복지부에서 50%의 비용을 부담하는 반면, 서울시 노숙인 의료보호는 서울시에서 100% 비용을 부담해야하기 때문이다.

사각지대-거리
서울시 노숙인 의료보호는 ‘의료급여제도의 보완 원칙’을 두고 있는데, 노숙인 1종 의료급여에서 제외되는 사람에 한하여 보완적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즉, 의료급여 탈락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겠다는 의미가 아닌, 의료급여부터 선적용하라는 우선순위 확정의 의미다. 따라서 의료급여 부적격자로 판명된 자에 대해서 서울시는 또 다시 의료보호 적‧부 사정을 하게 된다. 서울시는 1) 거리 또는 시설에 있는 노숙인, 쪽방 주민의 경우 "쪽방과 거리를 오가는 경계선상에 있는 사람" 중 한 달 이상 노숙을 했다는 것이 확인되며, 2) 최저생계비 120% 기준을 충족하고, 3) 부양의무자로부터 부양받지 못하는 경우 모두를 충족하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삼는다. 이 기준에 따르면, 노숙 기간 1개월 미만의 초기노숙인, 시설 미 이용 노숙인은 배제될 수밖에 없다. 물론, 서울시는 ‘임시진료의뢰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하나, ‘임시진료의뢰서’는 시설의 내부결재를 득한 후, 발급 1일 이내 구청의 승인을 받도록 해 절차와 행정적 부담으로 시설 입장에서 활용을 꺼릴 수밖에 없다. 또한, 노숙 기간에 대한 확인 역시 전산정보, 상담일지, 노숙인 시설확인을 기본으로 할 계획인데,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소위 ‘무자료’ 노숙인의 경우 배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노숙기간 제한을 폐지하고 초기 노숙인의 진입장벽을 없애야 한다. 또한, 무자료 노숙인에 대한 노숙이력확인은 의료지원 신청으로 간소화하고, 3개월 경과 후 노숙인 1종 의료급여를 신청하도록 안내하는 것으로 변경해야 할 것이다.

사각지대-쪽방
노숙인등지원법에 따른 ‘노숙인등’의 정의는 거리와 시설은 물론 “상당한 기간 동안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즉, ‘거리, 시설, 부적절 주거’를 유사한 생활 형태로 인정하여 ‘노숙인등’이란 개념으로 포괄,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쪽방 주민에 한정하여 “쪽방과 거리를 오가는 경계선상에 있는 사람”에게만 의료보호를 제공하겠다는 것은 법률이 정한 대상을 서울시가 임의로 축소하는 역행조치로 명백한 부당행위다. 쪽방 주민 중에는 부양의무자 기준과 같은 기초보장제도의 독소조항으로 인해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한 채 건설일용직이나 폐지수입, 종교단체의 구제금에 의존한 채 생계를 꾸리는 이들이 상당하다. 현행 기준을 볼 때 이들은 노숙인 1종 의료급여에서도 배제될 것이 자명한데, 결국 서울시 노숙인 의료보호조차 이들을 제외한다면 이들의 치료받을 권리는 바닥에 버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쪽방 주민 역시 의료보호를 통해 건강권을 보장받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 밖에도 서울시 의료보호 지침은 노숙인1종 의료급여와 같이 ‘소득인정액’ 기준을 적용함에 따라 일시적 소득인정액 초과자나 거주불명등록자, 무호적자, 명의도용 및 대여 노숙인의 배제와 같은 여러 사각지대 발생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시는 진료비 예산을 작년 53억 원에서 올해 38억 원으로 대폭 삭감 편성하였다. 이미, 2004년도에 노숙인 진료비 지급 중단 선언이라는 파행을 초래한 바 있는 서울시다. 경제 논리에 치우쳐 이와 같은 과오를 또 다시 반복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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