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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13호-아우성] 노동하는 홈리스 – 폐지 수집

[아우성-홈리스인권지킴이]는 ‘홈리스인권지킴이’활동을 통해 만난 거리 홈리스의 이야기를 나누는 꼭지입니다.

홈리스와 노동이 상관이 있을까? 거리와 쪽방 등에서 생활하는 가난한 사람들을 쳐다보는 시선들 중 이 둘의 관계를 어색하게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의 눈에는 홈리스가 부지런히 일을 하지 않아서 가난하게 된 사람, 일 할 능력이 되는데도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게으른 사람이라 생각하는 것도 큰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러나 보이는 그대로 홈리스는 일하지 않아서 홈리스가 된 것일까? 홈리스는 여전히 일을 하지 않는 것일까? 일하지 않는 것이 이들의 책임일까? 이런 의문들로부터 답을 찾기 위해 홈리스인권지킴이는 홈리스와 노동에 관한 짧은 영상을 보고, 홈리스의 노동에 참여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4월 26일, 청계천 주변에서 폐지수집
꼬지도 노동이다
꼬지란 홈리스가 교회나 사찰 등을 돌아다니며 받는 구제금을 말한다. 이들의 꼬지하는 모습을 담은 ‘꼬지도 노동이다’라는 영상을 봤다. 그곳에선 홈리스들이 아침 일찍부터 발이 부르트도록 걷는 모습이 나온다, 꼬지 코스 사이를 빠르게 걸어 다니지 않으면 구제금을 못 받을 수도 있어서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 그렇게 땀나도록 열심히 돌아다녔을 때, 손에 잡히는 것은 5천원에서 운이 좋을 땐 1만원까지 가능하다. 이것이 벌써 10년 전 이야기이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홈리스의 꼬지노동 시장은 비슷하다. 기존 임노동시장에서 소외된 이들이 홈리스가 되고, 거기에 가난한 노인 등 빈곤층이 많아지면서 꼬지 노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생겨났다고 한다. 하지만 구제금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200원, 300원, 500원, 1000원을 모아서 월세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걷고 있다.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노력으로 조금 더 나은 생활을 하기 위해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꼬지가 노동이 아니라고 감히 말 할 수 있을까!

폐지수집 노동자, 홈리스
종로 일대에서 폐지수집 노동을 하고 있는 거리홈리스를 만났다. 그는 벌써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동안 거리와 쪽방의 경계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건설노동을 통해 터득한 전문적인 기술은 60대 중반이 되자 몸이 여기저기 아파오기 시작하면서 쓸모가 없게 되었다. 가끔 지인의 소개로 일용직에 나가기도 하지만, 그 역시 몸 상태가 받쳐주지 않아서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하지도 못한다. 몇 십년간 연락 않고 지내던 노부모님의 재산이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려 버리기 때문이다. 결국 일반 노동시장에서도 밀려나고, 복지지원도 받지 못하게 된 이 홈리스가 할 수 있는 일은 몇 푼 되지 않지만 거리에 버려진 폐지를 줍는 일이었다. 그 돈을 모아서 밥도 사먹고, 쪽방에 들어가서 살기도 하고, 지인에게 술도 사줄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그에게 폐지 줍는 일은 분명 ‘일’이고, 다른 ‘이’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도와주며, ‘삶’을 이어가는 끈이다. 폐지수집 노동은 홈리스라는 이유로 평가 절하될 수 없는 신성한 노동임이 틀림없다.

그래서 짧은 시간이지만 이 폐지수집 노동자와 함께 그의 노동에 참여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오래된 리어카를 끌고, 종로 일대를 샅샅이 돌아다녔다. 그러나 근처 상가가 개점전이라 작은 박스 몇 개만 눈에 띌 뿐이었다. 요즘 전체적으로 불경기가 되어서 폐지도 적게 나오지만 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폐지를 모으고 다녀서 수익도 적어졌다고 했다. 거리 중간 중간 누군가 모아놓은 듯한 폐지를 가리키며, 같은 종로에서만 약 40여명의 폐지수집 노동자로 살아가는 홈리스가 있다고 하였다. 그는 폐지 줍는 일도 예의가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모은 폐지는 절대 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왜냐하면 나와 같은 처지인 그 사람이 힘들게 모아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오늘 박스가 별로 없어서 1-200원도 안 될거야, 저녁에 주워야 그나마 좀 나오지, 다들 고생했는데 커피나 마시자’라며 200원짜리 커피를 6잔이나 아낌없이 뽑아주셨다. 좁은 골목에서 무거운 리어카를 끌고 위험한 도로변을 다녀야 하는 악조건 속에서 하는 정직한 노동이지만, 간신히 거리에서 살아갈만한 수준의 노동인가 싶어 마음이 무거웠다. 짧은 두 시간의 폐지수집 노동을 마치고 인권지킴이들과 소감을 나눴다.

생각보다 힘든 일인데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대*/란*) / 박스가 생각보다 없었지만, 재미있었다.(반짝이) 박스가 200원어치였지만, 그보다 훨씬 힘든 노동이었다. 또한 서로의 일하는 영역이 나눠져 있음에 놀랐다.(꽃님) / 박스를 줍는 것은 일찍 가야 한다. 밤에도 밤새 모으고, 고물상 열 때 가져다줘야 하는 것이다.(꺽쇠) 폐지 모으는 것이 처음이다. 주운 폐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속상한데 커피까지 얻어먹어서 미안하다. 우리 같은 사람의 노동의 대가가 그 정도(2시간에 200원이 채 안 되는)라서 서글프다.(한음) / 버려진 종이를 줍는 것이 가치 없어 보일수도 있지만, 폐지수집도 분명 노동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홈리스의 노동이 인정받고, 그에 따라 정당한 대가를 받았으면 좋겠다.(밥쏴)

꼬지, 구걸, 폐지수집, 좌판노점, 껌팔이 등 거리나 쪽방에서 살아가는 홈리스들이 하고 있는 또 다른 노동들. 일반적인 노동의 모습과는 다르게 보이겠지만 생존을 위한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노동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홈리스라는 이유로 그들의 노동이 가치 절하되는 일은 있어선 안 될 것이다. 또한 일해도 홈리스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불안정한 노동조건을 바꿔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홈리스에게 일하지 않는다고 비난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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