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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13호-특집] 민원을 제기할 권리조차 박탈당한 홈리스

‘민원사무 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개정이 필요하다

옛날 옛적, 인터넷은커녕 전화조차 없던 조선시대에는 억울하고 원통한 일을 당한 사람이 왕이 행차하는 길에 꽹과리나 징, 북 등을 쳐서 이목을 집중시킨 다음 자신의 사연을 국왕에게 직접 호소하는 ‘격쟁’이라는 행위가 있었다고 한다. 가난한 백성들이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생긴 수단이 바로 격쟁이라고 한다. 이러한 ‘격쟁’과 같은 수단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제도화된 것이 ‘민원’일 것이다. 이처럼 민원이라는 말에는 ‘백성의 원망’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민원인이 될 수 없는 홈리스
그런데 홈리스들의 경우 이러한 민원을 제기할 권리조차 박탈당하고 있다.
‘민원’과 관련한 법률인 ‘민원사무 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제2조 1항 3호를 통해 “행정기관에 특정한 행위를 요구하는 자로서 성명, 주소 등이 분명하지 아니한 자”를 민원인으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으로 인해 주소가 분명하지 않은 홈리스들은 고충민원이나 행정기관에 대한 특정행위를 요구하는 민원을 원천적으로 차단당하고 있다.

법원의 재판 시에도 송달 문서를 이메일로 주고받으며, 전자소송도 시행되는 시대에 단순히 주거가 불안정하다고 해서, 국가기관에서 민원인으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다.

헌법도 부정하는 조항
주소 등이 분명하지 않다고 민원 신청 기회를 박탈하는 위 조항은 헌법 26조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기관에 문서로 청원할 권리를 가진다”는 청원권을 부정하는 행위이다. 또한, 권리 행사가 현재나 과거의 거주 장소에 의해 결정되거나 제약되어서는 안 되며, 현재 거주하는 곳이 공식적이거나 비공식이거나, 안정적인 주거지가 없다는 이유로 기본적인 권리 행사가 제약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힌 유엔사회권위원회 일반논평 20(para.34~35)에 배치되는 규정이다.
또한, “주소 등이 분명하지 아니한 자”의 경우 무호적자나 주민등록말소자(사망신고, 실종선고 등)는 물론 ‘거주불명등록자’도 포함될 것이다. (구)행정안전부에서 2009년 10월 4일부로 46만 6천여 명을 '거주불명등록'으로 일괄 전환한 바 있듯 그 규모가 상당하며, 이들 중 일부 도피 목적을 제외하고는 안정적인 거처 확보실패, 과중 채무 등 경제적 문제에 따른 사유일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주민등록법은 거주불명 등록 직권조치 시 14일 이내에 신고의무자에게 알리거나 공고하도록 하고 있으나, “알리는 행위”는 우편으로 인한 최고일 뿐 전화연락 등 타 방법은 사용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당사자가 거주불명등록 여부를 확인하고, 행정상 관리주소지를 알기란 쉽지 않은 현실이다. 또한, 거주불명등록자의 경우 주민등록 등, 초본 발급도 불가능해 행정상 관리주소를 확인하기는 더욱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민원사무 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주소 등이 분명하지 아니한 자”에 대한 민원인 배제 조항은 이와 같은 거주불명등록자의 민원 청원권을 부정하는 조항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이는 ‘거주불명등록제도’의 목적인 “선거권 및 의무교육 등 기본권 보장과 함께 행정서비스 수혜 대상이 되도록” 하겠다는 안전행정부의 행정 방침과도 충돌한다고 보인다.
최근에 경남 김해시가 사회복지공무원들에게 호신용으로 가스총과 전기충격기를 지급하겠다는 황당한 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민원'이라고 할 때, 수급 탈락 및 생계비 감소에 항의하는 민원인의 절박한 행위와 분노를 '행패'라고 규정하고, '민원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인식이 반영된 조처이다. 또한 민원을 낳게 한 원인이 제도적 문제점에 있음을 애써 감추려는 번지수를 잘못 찾은 대책이라고 할 것이다.

민원을 제기할 권리조차 박탈당한 홈리스들의 정당한 권리를 위해 이러한 조항의 신속한 폐지와 개정이 필요하다.

민원사무 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장 총칙
제1조(목적) 이 영은 「민원사무 처리에 관한 법률」에서 위임된 사항과 그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전문개정 2012.12.20]
제2조(정의)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민원사무 처리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한다) 제2조제1호에 따른 "민원인"으로 보지 아니한다.
1. 행정기관에 특정한 행위를 요구하는 행정기관 또는 공공단체[행정기관 또는 공공단체가 사경제(私經濟)의 주체로서 요구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2. 행정기관과 사법(私法)상의 계약관계에 있는 자로서 계약관계와 직접 관련하여 행정기관에 특정한 행위를 요구하는 자
3. 행정기관에 특정한 행위를 요구하는 자로서 성명·주소 등이 분명하지 아니한 자
② 법 제2조제2호에 따른 "민원사무"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항에 관한 사무를 말한다.
1. 허가·인가·특허·면허·승인·지정·인정·추천·시험·검사·검정 등의 신청
2. 장부·대장 등에의 등록·등재의 신청 또는 신고
3. 특정한 사실 또는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 또는 증명의 신청
4. 법령·제도·절차 등 행정업무에 관한 질의 또는 상담형식을 통한 설명이나 해석의 요구
5. 정부시책이나 행정제도 및 운영의 개선에 관한 건의
6. 행정기관의 위법·부당하거나 소극적인 처분[사실행위 및 부작위(不作爲)를 포함한다] 및 불합리한 행정제도로 인하여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국민에게 불편 또는 부담을 주는 사항의 해결 요구(이하 "고충민원"이라 한다)
7. 그 밖에 행정기관에 대하여 특정한 행위를 요구하는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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