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15일 열린 경범죄처벌법의 문제와 대안 토론회 |
경범죄처벌법의 모호함
모호함의 이야기는 비단 과다노출 뿐 아니라 경범죄처벌법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다.
서강대학교 이호중 교수에 따르면 경범죄처벌법은 행정법상의 제재와 중복되는 모호함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폐기물관리법이나 산림법 등의 조항으로 굳이 경범죄처벌법으로 규정하지 않더라도 규제가 가능한 조항들이 중복된다는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경범죄처벌법은 구체적인 법익침해가 없는 단순한 위험에도 '사전예방적 조치'를 취하는 모호함도 발견된다. 또한 공공장소에서의 질서유지는 기본적으로 시민사회의 성숙함으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 법으로 규제해야만 하는가 하는 모호함이 있다. 경범죄처벌법의 조항들을 살펴보면 73년에는 술주정, 유언비어유포, 장발, 새치기 등을 규제했고 80년에는 뱀진열행위, 장난전화 등을 추가 규제했다.
숙명여자대학교의 홍성수 교수는 “민주화 이후 여러 차례 법 개정을 통해 시대착오적인 독소조항들이 삭제되었으나 문제의 본질은 그대로다”라고 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국가후견주의'라는 단어로 설명한다. 경범죄처벌법은 국민의 사소한 일탈행위까지 국가가 간섭하는 가부장적 국가의 지배의지를 나타내며 경범죄처벌법 자체에 문제의 근원이 있다는 의견이다. 그도 그럴 것이 1954년 제정된 경범죄처벌법은 일제강점기 경찰국가적 통치제도의 하나인 '경찰범처벌규칙'(1912년 제정)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을 통제하는 법
또 하나의 질문이 있다. 경범죄처벌법이 모든 사람을 통제하는 법인가? 물론 모든 사람을 범주에 두고 있기는 하나 좀 더 꼬집어 말하면 가난한 사람을 통제하는 법이라고 할 수 있다. 2012년 개정에서 경범죄처벌법의 제3조 제1항 제18호에 구걸행위 자체를 처벌대상으로 추가했다. 구걸을 하는 사람이 길 위에 가만히 서 있는 경우에도 통행 방해라는 죄명을 적용시킬 수 있다. 문제는 단순히 법의 해석과 적용이 모호하다는 것에만 있지 않다. 구걸금지에 관련한 법은 얼핏 보면 구걸을 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법으로 보이지만 사실 구걸하는 사람의 존재 자체를 규제하는 법이라는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 돌봄이 필요한 어린 아이나, 빈곤에 처한 사람들의 경우 타인의 도움을 받아서 살아가기도 한다. 생존을 위해 구걸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홈리스 상태에 처한 사람들은 구걸이 더 절실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를 처벌한다는 것은 이들의 생존을 박탈하고 더 나아가 홈리스 상태에 있는 이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구걸할 수 있는 자유, 그리고 구걸하지 않아도 될 자유
홈리스는 일상에서 많은 통제를 받고 있다. 월드컵 당시 홈리스는 원하는 공간에 존재할 수 있는 자유를 박탈당했다. 핵안보정상회의 때는 노숙자풍을 사전 차단한다는 방식으로 위험한 존재로 낙인찍혔다. 이제는 타인에게 방해가 된다는 명목으로 도움을 구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통제가 아닌 구걸할 수 있는 자유, 그리고 구걸하지 않아도 될 자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