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일본의 빈곤 비즈니스
① 의료
② 주거 – 1) 제로제로 물건
▲ ‘제로제로 물건’으로 발생한 트러블이 연발하고 있다는 신문기사 스크랩: ‘악덕부동산회사 스카일 서비스와의 투쟁 블로그판’에서 |
일본에서 주거를 잃은 사람들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게 된 것은, 2008년부터라 할 수 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 돈을 빌려 집을 샀으나 저임금 때문에 채무를 갚지 못해 길거리로 내몰리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발생하였습니다. 그러자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한 은행도 파산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 은행 중 가장 심각한 상태에 빠진 것이 “리먼 브라더스” 라는 회사인데, 그래서 당시의 상황을 ‘리먼 쇼크’라고도 부릅니다. 미국이 경제가 악화되자, 미국을 주 무역 대상으로 하는 일본도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게 됩니다.
이 때 문제가 된 것은,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많이 생겼고, 따라서 집도 잃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수입이 없어지니 월세를 낼 수 없게 된 것도 문제지만, 여기에는 일본만의 독특한 작업 문화가 그 배경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확산된 파견제도, 그리고 회사 기숙사 문제입니다.
정직원이 아닌 파견회사를 통해 고용하는 회사가 늘어난 것은, 일본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입니다만, 일본의 많은 노동자들은 회사 기숙사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회사가 잠자리까지 제공하니까 좋겠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해고되면 집도 잃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노동자는 더욱 더 회사에 종속되고 말 우려가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국제노동기구(ILO)와 같은 국제기구에서는 주택 정책은 국가가 일반적으로 맡아야 하며, 회사는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집적 주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권고를 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에는 회사에서 아주 허름한 컨테이너와 같은 기숙사를 제공하고, 일거리가 있을 때 현장에서 일을 하고, 대신 기숙사비와 식비 등을 공제하는 방식이 꽤 널리 이용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경제위기 때 다수의 사람들이 일자리뿐만 아니라 자신의 집도 잃고 거리로, PC방으로, 내몰렸습니다.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는 노동의 유연화, 적극적이지 않은 정부의 주택정책이 경제 위기와 맞물리면서 빈곤한 노동자를 생존의 위협에 놓이게 한 것입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2009년 3월 도쿄에서는 “주거 빈곤에 대응하는 네트워크”가 만들어졌습니다. 이 네트워크에서는 다음과 같이 주거빈곤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제로제로 물건’ 업자, 오갈 곳 없는 빈곤한 사람들의 처지를 악용하다
일본에서 집을 임대하기 위해서는 월세 이외에, 보증금과 사례금을 내야 합니다. 보증금은 한국과 같은 개념으로 보통 1개월-2개월치의 월세를, 만약에 있을 체납이나 파손에 대비해서 집주인에 맡기는 것입니다. 사례금은 독특한 일본 관습인데, 집 주인에게 ‘집을 빌려줘서 고맙습니다’라는 의미로 돈을 지불하는 것입니다. 보통 1개월-2개월치 월세 정도입니다. 보증금은 계약이 끝난 후 퇴거할 때 받을 수 있지만, 사례금은 되돌려 받지 못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소득이 불규칙한 사람들에게 이러한 보증금과 사례금은 매우 부담입니다. 자신의 월세 이외에, 월세의 4-5배 정도의 목돈을 준비해야 되니까요. 그런데 이러한 사람들을 노리고 보증금과 사례금을 일절 받지 않는 월세집이 생겨난 것입니다. 이것을 ‘제로제로 물건’이라고 합니다.
▲ 한 부동산 회사의 광고: 각 지자체나 부동산 회사에서는 이러한 ‘제로제로 물건’에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
이에 대해, 부동산 회사들은, 돈이 없어서 보증금이나 사례금을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만큼 위험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당하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월세를 정해진 기일보다 늦게 낸 것에 대해서는 임차인의 잘못도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이를 빌미로 가혹한 수수료나 위약금을 강요하는 것은, 오갈 곳 없는 빈곤한 사람들의 처지를 악용한 처사라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수탈이 법적으로도 불법이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다음 호에는 주거 빈곤 비지니스 중 (2) 보증 비즈니스 (3) 노숙인 대상 숙박소 비즈니스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참고한 자료
-일본변호사연합회 빈곤문제대책본부 편, 2011년, “빈곤비지니스 피해의 실태와 법적 대응책” 민사법연구회 발행
-카도쿠라 타카시, 2009년, “빈곤비지니스” 환동사(幻冬舎) 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