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 사랑나라
벚꽃이 필 때에 나의 머리카락이
많이 희어졌다는 것을 보았고
벚꽃이 떨어져
나의 머리카락의 빈 곳에 앉았을 때
나의 머리카락이 많이 빠졌다는 것을 알았네.
인생은 그러한가.
필 때가 있으면 질 때가 있는 것.
나는 지금도 몽우리 진 꽃이다.
훤한 대낮에 글을 쓰기는 무척이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오늘은 오후의 날씨가 청청하며 밝은 햇살이 비추어 어디론가 슬며시 떠나고 싶은 날이다. 샘물님 집들이를 가기 전 꽃을 구경하다 꽃잎이 머리의 빈 곳에 떨어져 그 자리에서 자리를 잡고 가만히 있을 때 새삼 나의 머리카락이 많이 빠졌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 종각역 지하도에서 잠을 잤을 때엔 나의 머리카락이 좀 더 많이 있어서 꽃잎이 빈자리를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은 거의 기억에 없는 종각역의 첫 날밤은 아마 박스를 깔고 밤을 지새며 술을 먹었을 것이다. 그때만 하더라도 서울역을 거쳐서 종각으로 왔으니 아는 사람도 여럿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종각에서 사귄 이들도 있었다. 그중에 OO라는 친구는 나보다 어리지만 지금도 만나고 있고 OO라는 친구는 제기동 다리 밑에서 사람을 많이 때려서 병원으로 가는 도중에 그 사람이 죽는 바람에 형무소를 갔는데 몇 년형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
어느 하루는 스님이 한 분 오셔서 우리의 술자리에 같이 합석을 하였다. 우리 형제들과 술을 마시다 가만히 앉아 계시는 스님이 심심해 보여 스님께 술 한 잔을 권했더니 넙죽 받기에 스님이 소주를 드셔도 괜찮으냐 물었더니 스님 왈, 나도 사람이요.
곡차라는 술을 마시는 것은 알았지만 소주를 드시다니, 그래서 담배를 권했더니 또 넙죽 받더니 피우신다. 아니 스님들은 담배는 피우지 않으시는 것 아닙니까 라고 물었더니 스님 왈, 나도 사람입니다.
할 말이 없었다. 유명한 큰 절에 계시는 분이라 하였는데 세상에 이치를 통달하셔서 술과 담배를 드셔도 괜찮으신가보다.
나는 노숙을 많이 하였지만 그 당시엔 아쉬우면 노동일을 하였다. 몸이 이렇게 불기는 작년이 처음이었다. 나는 내가 먹는 약으로 인해 몸이 불은 것으로 생각을 한다. 4월에 약을 다시 조정하였다. 약이 좀 괜찮은 것 같다. 아주 조금이나마 몸의 킬로수가 빠지는 것 같다.
그러나 보통 2~3일 일하면 노동의 대가로 받은 돈으로 술을 먹었다. 그들 중 5명이 죽은 것 같은데 살아있는 사람은 2명만 보이니 어찌된 일인가? 나이 탓인가?
서로 잘 살아보자고 일을 같이 하자 하여 차비와 일비를 빌려 주었던 것이 형제들의 생명만 짧게 만들었나보다. 내가 수급자가 된 것이 벌써 만 8년이 다 되었으니 10년도 넘은 그 세월에 나는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고 나의 생명만 좀 먹고 살았나보다.
그러나 아직 꿈도 많고 시간은 있다. 벚꽃이 피었다가 거의 다 떨어진 날에 글을 쓰며 나의 흰 머리가 나를 늙게 하는 것 같아 짧게 자른 나의 머리를 거울에 비추어보며 나의 인생을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