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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14호-입장]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 개정안

홈리스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벗기는 계기돼야

[입장]

지난 6월 7일, 이학영 의원은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개정안을 준비한 이유에 대해 “국민정서상 시체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국민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라 밝히고 있다. 이에, 본 글을 통해 현재 무연고 시신에 대한 처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어떤 문제가 있는지, 개정 법률안은 어떤 의의가 있는지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무연고 시신 관련 규정
현재의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은 “인수자가 없는 시체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지체 없이 그 시체의 부패 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고 의과대학의 장에게 통지하여야 하며, 의과대학의 장이 의학의 교육 또는 연구를 위하여 시체를 제공할 것을 요청할 때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그 요청에 따라야 한다(12조)”고 규정하고 있다. 사망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시신을 수습하는 이가 없을 경우 시신을 대학병원에 연구 ․ 교육용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많은 홈리스들이 체념 속에 얘기하는 “우리가 죽으면 병원의 해부실습용으로 가게 된다”는 말은 위 법률에 비춰볼 때 사실이라 할 수 있다. 현행 제도는 연고자가 없거나 알 수 없을 때, 연고자가 시체인수를 거부했을 때 ‘무연고 시체’로 간주하고, 대학병원장에게 시체 인수 여부를 묻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이 이러하니 부양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가족이 있는 경우는 그래도 낫다고 할 만하다. 그러나 무연고 시체 10구 중 3구는 가족을 찾지만 그 중 실제 시신을 인수한 경우는 하나도 없었음(이학영 의원실 보도자료. 2012.10.11)을 볼 때 이들의 처지 역시 다르지는 않아 보인다.

가족이 없거나 가족이 있어도 남과 다르지 않을 때, 그렇게 살다 세상을 뜬 이들은 대학병원장의 처분에 따라야만 되는 게 현실인 것이다.

무연고 시신 관련 행정 현실
무연고 시신이 발생할 경우 의료기관은 사체를 검안하고, 그 결과가 ‘병사’일 경우 관할 시장 등에게 통지를 하게 된다(변사자일 경우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 그 후 시장 등은 연고자를 확인하고 연고자가 없거나 시신 인수를 장기간 거부(15일 이상)하는 경우 시신의 부패방지 조치를 취한 후 의과대학장에게 시신교부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의과대학장이 시신을 인도할 경우, 이 시신은 사망 확인일로부터 60일이 지난 후에 해부‧교육용으로 활용되게 되는 것이다. 한편, 해부‧교육용 시신 제공 요청이 없을 경우 해당 시신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장 또는 화장하여 10년간 봉인되게 된다. 이때 시장 등은 위 사실을 2개 이상의 일간지에 공고하도록 하고 있다.



무연고 시신의 해부‧교육용으로의 활용 실태는 어떠할까? 다행히도 현재 이 제도는 사문화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3년간 대학병원으로의 무연고시신 통지는 1건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 시신 역시 해당 의과대학에서 인수를 원하지 않아 교육‧해부용으로 사용되지는 않았다(이학영 의원실, 위 보도자료). 현 법률이 사망 확인일로부터 60일 이전에는 해부를 금하기 때문에 해부‧교육용으로의 활용가치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개정 법률은 실효성이 없는 현재 조항을 폐기하고, 무연고시신에 대해서도 예의를 갖추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홈리스에 대한 차별철폐의 계기로
법 개정 유무에 앞서, 무연고 시신은 해부‧교육용으로 제공될 수 있다는 법률을 인정해 왔던 현실을 되짚어 봐야 한다. 무연고 시신은 망인을 추모하고 떠나보내는 의식을 진행할 연고자가 없다는 것, 그러하기에 그에 대한 의식을 연고자를 대신하여 국가가 진행한다는 의미 이상은 아니다. 이를 넘어 국가에게 시신에 대한 처분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무연고 시신을 마치 점유 이탈물인 양 취급하는 것과 같다. 한편, 이와 같은 행태는 일종의 보상기제에 기반한다. 대부분의 경우 홈리스 등 극빈의 삶을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따라서 행려환자‧노숙인 의료지원과 같은 무료의료지원제도를 이용했을 무연고시신을 해부‧교육용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복지지원에 대한 사후 신체를 통한 환가조치라고 생각하기에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정황상 향후 법 개정 작업에 큰 난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률이 개정된다고 해서, 홈리스들에 대한 차별과 홈리스를 대하는 사회적 방식이 변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위 개정 법률도 다분히 현 법률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 사문화된 현실을 반영한 것일 뿐 무연고 시신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에 기초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평생을 빈곤과 차별에 시달렸을 이들이 죽어서도 연고가 없다는 이유로 교육‧해부용 시신이 되는 비극을 막을 수 있게 개정안의 통과에 힘을 모으는 일은 중요하다. 동시에 이를 계기로 평가 절하되어 있는 홈리스의 삶과 죽음을 제 위치로 돌리기 위한 계획도 더욱 정교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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