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8일, 글쓰기 모임에서는 임대주택으로 이사해서 살고 있는 샘물(이하 샘), 달마(이하 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래 글은 그 날 함께 나눈 이야기들 중에 일부를 정리한 것입니다.
Q: 샘물님은 이사하신지 4개월 정도 되셨죠? 달마님은?
달: 1년 넘었지. 1년 6개월.
샘: 이제 재계약해야겠네요?
달: 재계약은 2년마다.
Q: 재계약은 4번까지 할 수 있는 거죠? 최장 10년까지. 임대료가 얼마에요?
샘: 85,630원. 첫 달에는 8만 얼마 밖에 안 됐어.
달: 난 7만원. 난 수급자니까 가스, 전기, 수도는 다 할인받아.
샘: 그런데 내가 이제껏 넉 달 동안 생활했는데 60만원밖에 안 들어갔어. 밥 먹는 거 이런 것 빼고. 고시원 살 때보다 덜 들어간 거에요. 그 대신에 다른 게 더 들어가요. 차비. 전에는 그것도 안 썼는데.
다 건강이 안 좋아. 자기 건강은 어쨌든 챙겨야 하는데.
Q: 집에서 밥은 해 드세요?
샘: 토요일, 일요일 밖에 안 해먹지. 처음에는 해 먹었는데 그 뒤로 밥은 안 해 먹었어.
달: 그런데 임대주택 들어간 사람들 내가 몇 사람 가보면, 어떤 면에서는 더 안 됐어. 건강도. 약을 먹어야 하니까 밥을 먹어야 하는데 쌀 사먹고 그런 게 아까워서 밥을 안 먹어서 몸을 더 악화시키는 거에요. 그런데다가 술도 먹고. 문제가 있더라고.
샘: 달마님 말이 맞아요. 그게 내 경우에는 쌀은 샀는데, 새벽에 나가지 밤에 늦게 들어오지, 뭐 이렇게 시간 보내면.
달: 샘물님 같은 경우에는 이해가 되는데. 하루 종일 집에만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밥은 안 먹고. 내가 한 번 그렇게 했어. 약을 먹기 위해서 물 말아서 김치하고 밥 먹고. 그래야 유지가 된다고. 이제 나이 들어서 임대주택에 들어갔는데 다 건강이 안 좋아. 자기 건강은 어쨌든 챙겨야 하는데. 내가 안타깝더라고.
달라진 게 있나요?
Q: 고시원에서 생활할 때랑 지금 이사 가신 곳이랑 달라진 게 있나요? 임대료가 저렴해진 것 말고는 더 좋아진 건 없어요?
샘: 일단 뭐 빨래, 세탁하고 씻는 거하고, 그게 좋지. 예전에 고시원은 사람이 많으니까 냄새도 나고.
달: 내가 작년부터 활동하면서, 아저씨들 주거지원해가지고, 한 4개월 즈음 지나면, 내가 우리 집에 데리고 간다고, 이런 집에 들어갈 수 있다고. 그래서 싫증내지 말고 꾸준히 있으라고, 사람같이 살아보자고, 권유를 한다고, 그러면 다들 좋아하지.
Q: 그러면 요즘에 반상회 같은 것도 했어요?
샘: 한 번도 안 했어. 넉 달 있었는데 한 번도 안 했어.
달: 1년 6개월 있어도 난 한 번도 안 하던데.
Q: 관리자가 누구인지는 아세요?
샘: 얼굴은 알지. 가끔 집에 와요. 수도세 이런 것 때문에. 월초에 몇 번 왔어요. 임대료 주고 그래서. 월초에는 그 사람이 받아 갔어요. 지금은 수도세는 따로 주인집에 줘요. 두 달에 한 번씩. 넉 달 동안 1,800원 밖에 안 냈어요. 요즘은 많이 쓰는 편이지. 여름이라서. 전기세가 만만치 않게 나와요.
달: 우리 관리자는 밑에 지하에 있거든. 그 사람은 나이도 나보다 많고. 형님형님 하면서 지내지.
Q: 샘물님 건물에도 많이 사시죠?
샘: 15가구.
Q: 샘물님은 주말에는 사람들 좀 보세요?
샘: 가끔 보지.
Q: 그런데 이야기할 기회는 없죠?
샘: 없어. 근데 나는 잘 사귀지 않아요. 고시원에서도 사람하고 잘 안 어울렸어. 몇몇 아는 사람 있지만. 원래부터 그랬어요.
Q: 예전에는 매입임대 들어가면 주거 환경이나 이런 게 좋아지니까,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샘: 그게 아니에요.
Q: 막상 들어가신 분들을 보면 이사 가니까 주거환경은 정말 좋아졌다는 반면 외로워하시는 분이 많더라고요. 특히 쪽방이나 고시원에서 오랫동안 생활하신 분들은. 물론 주거라는 게 정말 중요한 건데. 어떻게 생각하면,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샘: 임대료는 줄었지만, 이게 아니라는 생각도 들어. 왜냐하면 대화할 사람도 없지.
달: 외롭지.
나도 가족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샘: 생활이란 게 그런 거에요. 전에 하고는 영 다르지. 물론 좋아졌는데 이게 사람이 가진 게 있으면, 잡생각이 든다는 거에요. 그런 게 있다고.
Q: 잡생각이 어떤 생각인데요?
샘: 나도 가족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
Q: 샘물님, 그건 잡생각이 아니라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거 아니에요?
샘: 그런데 고시원에서는 일단 그런 생각이 안 들었어요. 그런데 여기서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여태껏 집이 없다가.
Q: 샘물님은 처음으로 집이 생기신거라서.
샘: 과거에는 친척집에서 지낸 적도 있었지만, 여기 대도시에 오면서부터는 노숙을 할 수 밖에 없었어요. 가족이 없으면 이게 허탈함이 엄청 들어요. 가족이 있으면 덜 그런데. 가족이 없으면 굉장히 허탈함이 많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