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심검문 사례1>
2013년 9월 4일(수),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매주 수요일 구제금(일명 짤짤이) 500원을 받기 위해 김씨와 동료들은 청파동에 위치한 **교회로 향했다. 그날따라 돈 500원을 주면서 주민등록번호를 적으라고 했고, 500원에 주민등록번호를 팔수는 없다는 생각에 주민번호 적는 란 뒷자리에 4444444로 적었다. 그렇게 500원을 받고 서울역으로 향하던 중 경찰관이 불심검문을 요청했다. 그 이유는 500원을 받으면서 적었던 이름과 주민번호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덩치가 좋아 평소에도 불심검문을 많이 받아왔고, 빨리 끝내고 돌아갈 생각으로 주민등록증을 거리낌 없이 줬는데 경찰관들이 김씨의 주민등록증을 돌려서 보는 것이다. 이에 심기가 불편해진 김씨는 경찰관과 실랑이를 벌였고 그 와중에 경찰관에게 팔을 맞아 뼈를 다치는 사고까지 일어났다. 팔을 다친 김씨에 대한 후속 치료나 보상은 없고 임의동행에 경찰관 임무수행을 방해했다는 죄까지 덧씌워졌다.
<불심검문 사례2>
2013년 10월 4일(금), 서울역 구름다리에서 만난 50대 중반의 노숙인이 설움을 토한다. 이유는 오늘 하루 동안 3번의 불심검문을 당했고 수치심에 화가 난다는 것이다. 서울역 희망지원센터에서 한 번, 따스한채움터 앞에서 한 번, 용산경찰서 주변을 지나던 중 한 번, 이렇게 총 3번의 불심검문을 당했고, 경찰관은 불심검문의 목적이나 신분을 밝히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세 번의 불심검문 중 말도 안 되는 목적 중에 하나는 얼굴을 기억해 놓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단다. 그 말인 즉 언젠가 범죄를 저지를 테니 얼굴을 기억해 놓고 수배가 떨어지면 빨리 잡기 위해서라는 말과 같다. 또 다른 기가 차는 행태들도 이야기했다. 노숙인을 대상으로 불심검문을 하는 경찰관에게 신분을 밝혀달라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경찰복이 신분증이다.’라는 말로 무시하고, 가방을 만져보는 것도 아니고 열어서 뭐가 들어있는지 보여 달라는 것이다. 거절하면 일이 더 커질 것 같아 보여줬지만 기분은 불쾌하기 짝이 없다.
왜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불심검문이 더 횡행하는 것일까?
위 사례의 세 장소는 노숙인들의 생계와 밀접한 장소이다. 희망지원센터는 쉼터연계와 임시주거비지원 상담, 의료지원 등의 업무를 하는 곳이고 따스한 채움터는 무료급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며 구제금은 그나마 현금이 생기는 곳이라 노숙인들이 자연스레 몰린다. 바닥의 삶을 이어가기 위해 찾는 마지막 장소이다. 이런 곳에서 줄을 서있거나 주변에 앉아 있으면 경찰관들이 와서 한 사람씩 주민등록증을 검사한다. 가끔 불응하는 사람도 있지만 드물다. 이렇게 살기 위해 찾아온 장소에서 범죄자 취급까지 받는 것은 노숙인을 두 번 죽이는 꼴이 된다. 그럼 왜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불심검문이 더 횡행하는 것일까? 노숙 상황에서 범죄에 이용당하면서 주소지가 불분명한 노숙인은 기소중지 처분을 받는 상황이 많아서이다.
기소중지란?
기소중지란? 검사가 어떤 형사 사건에 대하여 법원에 재판을 청구할 조건이 구비되고 범죄의 객관적 혐의가 충분하지만 피의자나 참고인의 소재를 찾기 어려워 수사 종결을 할 수 없을 때 검사가 내리는 결정이다.
범죄 이용의 예를 들자면 주로 폭행, 명의도용 범죄(대포통장, 대포폰, 대포차량, 바지사장 등), 위장결혼 범죄 등에 이용당하고 있다. 그것을 빌미로 불심검문은 노숙인 밀집지역(역 주변, 공원, 노숙인 시설 등)에서 더욱 활발히 일어난다. 노숙인은 범죄의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범죄에 이용되는 것을 예방하지는 못할망정 하루에도 몇 차례 불심검문을 하는 것은 사회적 약자인 노숙인에 대한 인권침해이며 그 광경을 바라보는 일반시민들에게 오해와 편견을 심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부당한 불심검문을 앞으로 계속 받으면서 살아갈 것인가?
아래 글은 인권운동사랑방에서 2010년 9월에 배포한 “부당한 불심검문에 대처하는 카드”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불심검문을 이제 당당하게 거부하고 대응했으면 한다. 부당하고 억울한 불심검문을 당한 사례가 있거나 상담이 필요한 사람은 언제든지 본지 1면 상단의 연락처로 연락해주기 바란다. 이런 부당한 불심검문을 앞으로 계속 받으면서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이제라도 당당히 거부하면서 불법적인 검문에 항의할 것인가? 피해 경험들을 모아내고 대응하는 것은 비록 불편하고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리의 인간다울 수 있는 권리를 지키는 소중한 한걸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불심검문 당당하게 거부하자
◉ 불심검문 거부할 수 있습니다.
특정한 이유 없이 강제로 검문을 하거나 법에 정한 요건을 지키지 않고 하는 검문은 거부할 수 있습니다. (경직법 3조 1항, 7항)
◉ 불심검문 반드시 동의를 구해야 합니다.
불심검문은 임의조항입니다. 불심검문을 하는 경찰관은 검문을 받는 사람에게 동의를 구해야하며, 강제로 할 수 없습니다. (경직법 3조 7항)
◉ 불심검문과 임의동행 시, 경찰은 신분 및 목적, 이유, 장소를 밝혀야 합니다.
질문을 하거나 임의동행을 요구하는 경찰은 자신의 신분을 표시하는 증표를 제시하면서 소속, 성명, 목적과 이유를 설명해야 합니다. (경직법 3조 4항)
◉ 임의동행, 거부할 수 있습니다.
임의동행 역시 동의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경찰관은 동행 장소를 밝혀야 하고,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를 고지해야 합니다. (경직법 3조 2항, 5항, 6항)
◉ 불심검문, 질문만으로 끝내야 합니다. 강제적인 신분증 요구와 신원조회는 거부합시다.
불심검문은 수상함이나 범죄혐의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으로 끝나야 합니다. 신분증 요구와 신원조회는 강제할 수 없고, 소지품 검사는 외부를 만져보는 것까지만 가능합니다. (경직법 3조 1항, 3항)
|TIP|불심검문을 겪을 때, 경찰의 신분을 기억(기록)해 둡시다. 위법한 불심검문에 대한 저항은 공무집행방해죄로 성립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