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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17호-지금, 아랫마을은] 1121 금융피해자의 날 소개

[지금, 아랫마을은] 여섯 개의 반빈곤 단체가 모여 있는 ‘아랫마을’의 활동을 알리는 꼭지입니다.


구렁텅이를 파고 스스로 구렁텅이가 됐던 자들의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11월 21일은 IMF가 체결된 날입니다. IMF의 역풍 중 하나로 탄생한 것이 신용불량자(이하 신불자)라고 불렸던, “금융채무불이행자”입니다. 그러나 이 단어는 채무를 갚을 수 있는 데 아니(不)한다는 질타를 교묘히 드러냅니다. 반면, 왜 채무를 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누락합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정부는 내수 진작을 위해 카드사로 하여금 신용카드를 헬기로 뿌리다시피 발급하도록 부추겼습니다. 결국 구조조정과 실업으로 생계가 막막했던 민중들은 응급처방으로 신용카드를 통해 연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카드사들도 휘청거렸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거의 다 되살아났습니다. 정부가 168조 7천 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공적자금을 수혈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0년도 훨씬 지난 지금, 이 돈들 중 회수된 것은 채 44%에도 못 미칩니다. 그럼에도 아무도 이 기업들에게 도덕적 책임을 묻지 않지만 유독 개인 채무자들에게만은 빚진 죄인이란 화살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신불자도 채무불이행자도 아닌 “금융피해자”라고 스스로를 호명합니다. 우리 앞에 구렁텅이를 파고 스스로 구렁텅이가 됐던 자들의 책임을 물어야하기 때문입니다.

파산제도의 진입장벽, 새 파산제도 폐지!
가난해서, 빚을 갚을 수 없는 사람이 이용하는 것이 바로 파산제도입니다. 그러나 정말 가난한 사람들은 파산제도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작년 2월부터 실시된 “파산관재인제도의 전면실시” 때문입니다. 법원은 공정하고 신속한 운영을 위해서라며 위 제도를 만들고, 이들의 급여에 해당하는 예납금을 30만원으로 책정하였습니다. 결국 이 돈을 마련하지 못하는 사람은 파산조차 못하게 되어버린 것입니다.

서민 돈 빼서 은행 살리는 국민행복기금 개선!
박근혜 정부 가계부채 공약의 핵심이었던 국민행복기금이 실상은 “은행 행복기금”이었음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행복기금은 무담보 부실 신용채권의 통상 시중가격보다 높은 3.72%(8월 말 기준)의 가격으로 매입함은 물론 “일괄 매입”(9.9조원의 채권)함을 통해 금융사들의 부실채권 회수라는 골칫거리를 해결해 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회수 후 채권사가 이익을 배분받는 ‘사후정산’ 방식을 통해 다시 한 번 금융사들의 이익을 챙겨줄 예정입니다. 반면, 민중들에게는 그렇게 야
박할 수가 없습니다. 기초수급자들마저 감면율 70%라는 수치로 현혹하여, 1,610명(6월 말 기준)이나 되는 이들이 최저생계비로 채무를 변제하게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공정채권추심법 개정! 대부업법 개정! 채무자 인권 보장!
“9,223명 불법사금융 관련 행위로 검거”, “불법채권추심 피해신고 699건”. 이처럼 횡행하는 불법채권추심은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의 한계에서 비롯됩니다. 현행법은 채권추심 대가의 최고한도를 정하지 않아 높은 수수료를 노린 막가파식 추심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채무자 대리인제도가 없어 폭력적인 채권추심으로부터 채무자가 방어권을 행사할 방법도 없습니다. 대부업계의 약탈적 대출 역시 심각합니다.

금융피해자와 홈리스는 여러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IMF를 관문으로 한 사회구조변화의 피해자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에게 손가락질을 받는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것이 상당한 오해와 왜곡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11월 21일 ‘금융피해자 행동의 날’에 아픔으로 함께 연대하는 모습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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