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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17호-요세바 통신] 일본의 주거와 관련된 빈곤 비즈니스:

쉐어 하우스, 나눠 쓰는 기쁨?

[요세바 통신]은 일본의 홈리스 소식을 전하는 꼭지입니다.


한국에서도 최근 쉐어 하우스가 유행을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여기서 쉐어(Share)는 영어로 나누다, 하우스는 집을 의미하겠지요. 따라서 쉐어 하우스는, 한 집을 나눠서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넓고 편한 집에서 살려면 집세가 부담스럽고, 저렴한 집세를 내자니 좁은 집에서 살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좀 넓은 집을 개조해서 여러 명이 함께 거주하고, 집세를 나누어 내는 게 쉐어 하우스입니다. 자신의 방은 작지만 함께 쓰는 욕실이나 부엌, 거실은 넓으니 좋은 점도 있을 것입니다.

  도쿄의 에도가와(江戸川)구의 쉐어 하우스 실제 예. [출처: 마이니치 신문 2013년 7월 11일 인터넷 판]
일본의 탈법 쉐어 하우스
일본에서도 쉐어 하우스가 유행을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과는 약간 다른 쉐어 하우스라서 문제가 되었습니다. 방식은 이렇습니다. 보통 방 2-3세에 거실이 있는 아파트를 한 업자가 대여를 합니다. 그 업자는 이 아파트를 방 7-8개로 개조를 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주고, 그 차익을 얻습니다. 이게 바로 일본의 탈법 쉐어 하우스입니다.
위의 그림을 보겠습니다(마이니치 신문 2013년 7월 11일 인터넷 판). 이 그림은 도쿄의 에도가와(江戸川)구의 실제 예입니다. 왼쪽은 원래의 집입니다. 방이 세 개가 있습니다. 넓이는 약 20평 남짓입니다. 오른쪽은 개조한 뒤의 집입니다. 업자는 방을 9개로 만들고, 12명이 살게끔 개조를 하였습니다. 이렇게 개조를 하니, 본래대로 라면 2-3명이 살 만한 집에 12명이 살게 된 것입니다. 여기에 사는 사람들은 강제로 살고 있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다 ‘자발적’으로 돈을 내면서 살고 있는 것이지요. 주로 일용직 노동자나 아르바이트 생들이 살면서, 한 달에 한국돈으로 20-30만원 정도를 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 정도 가격이면 사실 집값이 엄청 비싼 도쿄에서 ‘괜찮은’ 가격인 것입니다. 만약 이 사람들은 이 쉐어 하우스가 없다면 PC 방이나 만화방에서 잠을 잘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일본 정부의 쉐어 하우스 규제
여기에 대해서 일본 정부는 규제에 나섰는데, 이게 쉽지가 않은 모양입니다. 일단 소방법 등을 들이대고는 있지만 딱히 규정된 법령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일단 정부는 올해 9월 6일 기숙사의 법령을 준수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너무나 확연히 소방법 등을 어긴 경우에는 단속을 벌여 철거를 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대도시 전체를 단속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관련 법도 애매합니다. 따라서 인근 아파트 조합 등에서, 불법 개조하고 있다는 신고를 하는 곳만 찾아다니는 형국입니다.

또한 ‘쉐어 하우스 협회’에서도 최근 심포지움을 열고 “가장 중요한 것은 하우스에서 생겨나는 커뮤니티이며, 핵가족화, 고독사 등 사회현상과는 반대의 움직임에 결단코 반대한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법보다는 새로운 시대적 변화에 따라 쉐어하우스에 관련된 법을 만들 것도 제안하였습니다(마이니치 신문 10월 20일 자).

문제는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쉐어 하우스가 폐쇄되면서 쫓겨나게 된 사람들이, 3달의 유예기간을 달라고 소송을 걸었다는 다큐멘터리를 봤습니다. 결국 유예기간을 얻어 부랴부랴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 분들은 표정이 어두웠습니다. 이 월세로 도쿄에서 살 수 있는 곳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각자 어디론가 흩어졌습니다.

문제는 쉐어 하우스가 좁다라는 것에 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적절한 수입이 없으면, 이를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없으면, 그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좁은 곳으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수요를 노려서 또 다른 비지니스가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함께 사는 즐거움이,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뒤바뀐 일본의 쉐어 하우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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