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켈리 토마스가 경찰관에게 폭행당하던 당시의 절박했던 상황을 표현 한 그림 [출처: thumbpress.com] |
2014년 1월 13일, 미국의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지방 법원은 경찰관 2명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로부터 3년 전, 2011년 7월 5일. 캘리포니아의 풀러턴이라는 도시의 버스정류장 인근의 거리에서 생활하던 켈리 토마스(당시 37살)는 영문도 모른 채 경찰관에게 폭행을 당했습니다. 정신장애인이었던 토마스는 폭행을 당하던 그곳에서 오랫동안 노숙생활을 해왔습니다. 그의 여동생은 오빠를 자유로운 영혼으로 기억했습니다. 경찰은 토마스가 정당한 검문에 응하지 않았고, 폭력 행사는 정당한 법 집행에 반항하는 용의자를 제압하기 위한 행위였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근처 CCTV에 기록된 영상에서 토마스는 경찰의 명령에 순응했고, 경찰관들이 토마스를 무차별 폭행하는 장면만이 담겨 있었습니다. 죄송할 이유는 없었지만, “죄송합니다.” 토마스는 15번이나 반복해서 외쳤습니다. “숨을 쉴 수가 없어요, 아버지, 날 도와주세요.” 토마스는 31번이나 반복해서 외쳤습니다. 경찰들은 토마스의 얼굴을 콘크리트 바닥에 내리쳤고, 2009년 한국의 경찰이 쌍용차 노동자들의 얼굴을 향해 쏘았던 테이저건(전기충격기)을 5차례나 쏘았습니다. 병원에 실려 왔을 때 토마스의 코와 광대뼈는 부러져 있었고, 갈비뼈가 부서지면서 심각한 출혈이 있었습니다. 검사결과, 마약을 복용하고 술을 마셨다는 경찰의 주장은 거짓말로 드러났습니다. 토마스는 닷새 뒤 병원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홈리스에 대한 혐오 범죄
토마스의 경우처럼 경찰이 홈리스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건을 미국에서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정당한’ 검문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였지만, 이러한 폭력에는 홈리스를 하찮은 존재로 생각하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점에서 혐오 범죄의 일종으로 볼 수 있습니다.
혐오 범죄(혹은 증오 범죄)란 이주노동자, 여성, 트랜스젠더, 동성애자, 홈리스, 성매매 여성, 장애인 등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이나 혐오, 비하, 멸시, 적대감, 증오 등을 동기로 하는 범죄를 말합니다. 특히 인종적 차별, 종교적 차별, 성적 차별 등을 이유로 하며, 홈리스와 같은 취약집단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피해자나 공동체에 더욱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혐오 범죄는 구조화된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일상적인 권력 관계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혐오 범죄의 피해자들은 극도의 모욕감, 불안감, 무력감, 고립감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혐오 범죄는 다른 범죄에 비해 더욱 폭력적인 경향을 지니며 가해자는 피해자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가해자는 십대에서 이십 대 초반의 연령대에 집중되어 있고 거의 대부분이 남성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홈리스 전국연합(NCH)이라는 단체에서 발간한 “홈리스를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2012)”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에 미국에서는 150명의 홈리스가 혐오 범죄의 피해를 당했는데, 그중에서 32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1999년~2011년까지 13년 동안 1,289건의 혐오 범죄로 339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FBI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통계는 보고서의 집계 결과와 비교했을 때 훨씬 축소된 규모였습니다). 드러나지 않은, 기록으로 남지 않은 사례를 감안하면 더 많은 혐오 범죄가 지금도 발생하고 있을 것입니다.
홈리스에 대한 혐오 범죄의 가해자는 일반적인 혐오 범죄의 경우와 유사하게 20대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그 다음은 10대였습니다. 피해자는 40~50대 남성이 다수를 차지했습니다.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홈리스가 아닙니다
2011년 미국에서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혐오 범죄의 사례를 보면 구타, 성폭행, 방화에서 살인까지 다양한 유형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두 명의 청년, 홈리스 남성을 구타,
그저 장난으로”
“홈리스 여성을 성폭행 후
목 졸라 살해, 시신 불태워”
“학교 뒤에서 잠을 자려던 청각장애가 있는
홈리스를 10대들이 구타, 두개골 함몰”
“10대들, 의식을 잃은 홈리스를
때리는 게임을 하다”
홈리스들은, 거리 구석진 곳에서, 버스정류장에서, 자전거 도로에서, 공원에서, 인도에서, 트레일러에서, 휠체어에 앉은 채로. 동료 홈리스와 앉아서 얘기를 나누다가, 잠들어 있다가. 발로 차이고, 칼에 찔리고, 소화기에 맞고, 돌에 머리를 맞고, 발가벗겨지고, 의식을 잃고 혼수상태에 빠진 채, 총에 맞아서 죽어갔습니다.
미국에서는 혐오 범죄 방지법의 대상에 홈리스가 포함되면서 혐오 범죄의 발생 건수가 눈에 띄게 감소하기도 했습니다.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홈리스가 아닙니다. 홈리스들이 더 심각하고 위험한 범죄에 노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