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는 홈리스 상태에서 겪게 되는 일상사나 느낌, 의견들을 보내 온 글입니다.
지난 봄학기 홈리스 야학에서 교사로 활동하고, 오랜만에 야학을 찾았다. 여전히 낯설지 않았고, 사람들은 따뜻했으며,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그들과 함께 ‘또 하나의 약속’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영화 줄거리의 대강은 이렇다. 어느 시골의 택시운전사의 딸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동생의 대학등록금을 벌고, 효도를 하기 위해, 진성반도체 노동자로 취업한다. 가족들은 다 같이 기뻐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딸은 2년이 채 되지 않아 백혈병에 걸리고 만다. 슬퍼하는 가족에 회사 인사책임자가 와서 산업재해 신청을 하지 않는 대가로 돈을 준다. 그런데, 그 회사에서 병에 걸린 건 그 딸만이 아니라 그의 동료들도 희귀한 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고, 아버지는 그 회사와 대화를 해보려고 했으나, 회사는 책임이 없다는 주장만 할 뿐이다. 그러던 중 딸아이가 죽는다. 아버지는 딸아이를 위해, 그리고 그 회사에서 일하는 딸 같은 사람들을 위해 국내 최고의 기업과 싸우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국내 최고의 기업과 힘없고, 빽 없는 사람의 싸움 앞에 아버지의 편을 들어줄 사람은 없었다. 그러던 중 사명감 깊은 노무사가 그 일을 맡아주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힘겨운 싸움에 다른 피해자와 그 유가족들이 힘을 보태준다. 회사는 그러한 그들을 끊임없이 억압하고 회유한다. 하지만 그들은 굴하지 않았고, 마침내 산재 인정 판결을 얻어낸다. 그리고 그 아버지는 여전히 회사의 다른 노동자들을 위해, 또한 세상의 모든 노동자들을 위해 계속해서 투쟁한다.
이 영화는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지만, 감동만 느끼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또한 일깨워 준다. 우선은 삼성이라는 국내 최고 기업의 어두운 면을 고발한다. 말로는 노동자를 ‘가족’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노동자를 쓰다 말 부속품과 같이 취급하는 모습을 폭로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적 강자의 부조리에 맞서 약자들의 투쟁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도 담고 있다.
그러면 이 영화가 홈리스행동과 모든 홈리스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말로는 홈리스를 위한 정책을 세운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억압적인 정책을 만들고 있는 정부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해야 한다. 그리고 힘을 합쳐서 투쟁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또 하나의 약속’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소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준 홈리스행동에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이번 학기 교사로 초청해준 꺽쇠님께도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여러분들과 함께 할 것을 약속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