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홈리스야학 봄학기 한글반 신입 교사 깡깡이 |
대학교에 들어와서는 학생ㆍ노동ㆍ성소수자인권 운동을 하는 선배들을 만나게 됐고 그들과 함께 다니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닦게 되었다. 이곳저곳을 오가며 反빈곤 운동ㆍ교육 운동이 나의 마음을 깊게 울린다는 것을 작년쯤 깨달았을까. 앞날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뜸했던 연대이자 운동을 어떤 실천으로 풀어갈 것인지 ‘진득하게 물고 늘어져보자’ 라는 마음을 먹고 휴학을 했다. 때마침 아랫마을 홈리스 야학에서 신입교사를 구한다는 글을 SNS에서 보게 되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실천과 뜻이 맞을 거란 단순한 생각으로 홈리스행동 페이지에 접속해 야학교사를 지원했고 지난 3월 10일 월요일 한글반 첫 수업을 마쳤다.
걸림돌 선생님이 진행하신 첫 수업에서 나는 꽤 복잡했다. 여럿이 모여 무언가를 배우고 그를 통해 자신을 얘기하는 그 시간들이 재미있었다. 입가에 웃음이 번지면서도 반백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글자를 자유롭게 읽고 쓰지 못하는 기분은 어떨까, 순간 울컥하기도 했다. 그리고 기초법 수급자는 보통 40대 이상으로 노안이 온 수급자들이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기초생활보장) 신청서의 글자 크기가 깨알 같던 것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씁쓸함을 뒤로 하고서 이번 학기 한글반에서 모르는 글자들도 함께 읽고 학생들과 함께 사는 기분을 나누고 싶다. 깡깡이 개인의 목표로는 손난로처럼 활동하고 싶다. 요즈음 손난로는 천천히 뜨거워진다. 그리고 지속시간은 꽤 길다. 천천히 오래 뜨거운 손난로처럼 겨울을 나고 봄을 맞고 여름을 나는 시간이 되길 바라본다.